[심층 취재] 최정우 등 기업인 9명 출석하는 국회 ‘대기업 산업재해 청문회’는 "기업인 망신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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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최정우 등 기업인 9명 출석하는 국회 ‘대기업 산업재해 청문회’는 "기업인 망신주기"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2.20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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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10시 임시국회 ‘대기업 산업재해 청문회’ 개최 여야 합의
- 오는 4월 보궐선거 앞두고 '보여주기식 청문회' 논란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주도하자 민주당이 청문화로 판 키워
- 임시국회에서 기업인 청문회는 처음...앞으로 상시적으로 기업인 출석 요구 우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 9명의 대기업 대표가 임시국회에 증인 출석 요청을 받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해 재계는 '보궐선거용 대기업 면박주기' 형식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정재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열리는 ‘대기업 산업재해 청문회’를 앞두고 재계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기업 대표들을 면박 주는 장이 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아닌 임시국회에서 기업인 대상 청문회는 처음이다. 정재계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다수다. 

과거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이 국정감사나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2016년) 같은 특수 상황에서 소환되는 일은 있었지만 임시국회에선 없었다.

또한 기업인 입장을 고려해온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청문회를 주도하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선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번 청문회를 주도한 인물은 야당 환노위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다. 임 의원은 지난 2일 “환노위 업무보고에 대기업 CEO들을 불러 산업 재해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 판을 키워 청문회가 이뤄진 것.

이어 지난 8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청문 개최안과 증인 채택이 3분 만에 통과됐다.

채택된 증인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을 비롯, ▲포스코건설 한성희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 ▲LG디스플레이 정호영 대표이사, ▲GS건설 우무현 사장, ▲현대건설 이원우 부사장 대표이사 직무대행,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 ▲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대표이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 등 9명이다.

증인 채택된 기업에선 산업재해 사망자나 부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환노위원장인 송옥주 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포스코건설(19명), ▲대우건설(14명), ▲현대건설(12명), ▲GS건설(11명) 순으로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엔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사 2명이, 지난해 10월에는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쿠팡풀필먼트에 직원이 숨졌다. 또한 ▲CJ대한통운에서도 지난해 10월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다. 다만 ▲LG 디스플레이에선 사망 사고가 없었지만, 1월 파주 공장 유해 화학물질 누출로 6명이 부상을 입었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애초 12개 기업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야 협의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와 현대위아, 한진택배, 대우건설 등 4개사가 제외됐다. 환노위는 2019년부터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한 기업들을 위주로 증인 대상 기업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이자 의원은 청문회 취지로 CEO들이 직접 청문회장에 서면 기업이 산재 예방 경각심을 되새기고 각종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임 의원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찾아가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노동 문제에 무관심한 ‘기득권 정당’이란 오명을 벗어나자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것.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기업인 옥죄기' 청문회에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입장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과정에서 등을 돌린 양대노총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돼 개정되지 않을 시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는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벌써부터 국회에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청문회를 개최하는 건 보궐선거를 앞둔 보여주기용 아니냐”며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 공개적인 망신주기"라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경영 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진 상황에서 기업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처럼 부르는 건 다소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재해 예방이 목적이라면 해당 임원 등 실무자급에서 논의하는 게 더 효율적인데 굳이 CEO를 출석하게 하는 것은 과거 국회의 '기업인 망신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임시국회에서 기업인 청문회가 이뤄지면서 앞으로 상시적으로 기업인들이 국회에 불려다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정재계 인사는 "국회의원들이 이제는 기업인들 앞에서 수시로 갑질을 할 태세"라며 "기업 CEO들을 불러 망신주기용 청문회는 하지 않겠다고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임시국회에서마저 기업인 청문회를 여는지 황당하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에 ‘허리 지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에서는 강제 구인 방침을 세웠고, 국민의힘에서도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을 포스코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정부의 입김에 의해 포스코 회장이 바뀌었던 과거 흑역사에 비추어 최정우 회장이 연임하면서 현 정권에 '괘씸죄'로 출석하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CJ대한통운의 경우 대표이사가 사표를 낸 상태라고 해서 다른 경영진으로 출석을 대체키로 한 상태다.

청문회는 22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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