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키다리 아저씨’ 된 정용진... 신동빈은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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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키다리 아저씨’ 된 정용진... 신동빈은 할 수 없을까?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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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중요성 알려준 못난이 감자와 해남 왕고구마 에피소드
위기에 처한 롯데그룹, 오너 자체가 브랜드 될 기회 찾아보길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어려움에 처한 농가에 또 한 번 ‘키다리 아저씨’가 됐다.

정용진 부회장은 TV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요청에 응답해 해남 왕고구마 450톤을 구매해 23일부터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해당 방송이 각본이 있는 예능프로그램인지, 이마트가 이 프로그램을 협찬하고 있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정 부회장을 과잉 생산됐거나 판로를 찾지 못한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미담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됐다.

방송의 예고편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의 전화 통화 모습이 방영된 다음날인 23일 신세계그룹이 이 예고편이 화제가 될 것을 예측이나 한 듯이 보도자료를 통해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의 판로 지원에 나선다’는 것을 알렸다.

영리하게도 이 보도자료에는 TV 방송 이야기는 전혀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방송 내용과 신세계의 고구마 판매 기사에서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22일 밤 인터넷과 SNS에서는 백종원과 정용진의 브로맨스, 강릉 못난이 감자에 이어 또 다시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는 신세계그룹 오너의 감동 서사가 충분히 회자된 상태다.

정용진 부회장은 재벌 오너 중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인물이다. 집 근처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가족과 함께 간 모습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SNS를 활용하는 것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신세계그룹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정용진 부회장이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방송과 SNS에서 나타나는 정용진 부회장의 서사는 적어도 신세계그룹과 이마트가 ‘우리 농가 및 농업과 함께 간다’는 암묵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들 기업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상징화 작업이 이뤄진다.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제’, ‘이마트에 고구마 사러 가야겠네’처럼 인터넷 반응도 호의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신세계와 유통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어떨까? 어찌 보면 신세계를 능가하는 국내 최고 유통기업임을 자부하는 롯데는 어떠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도 금방 떠오르는 것이 없다.

특히 그룹 오너인 신동빈 회장이 뉴스를 제외한 방송에 출연했거나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1955년생인 신동빈 회장이 1968년생인 정용진 부회장에 비해 SNS 활동을 하기 어려운 나이임과,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 한글과 한국어가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다는 점들을 감안해도 신동빈 회장의 미디어 노출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비자들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가까울 수밖에 없는 유통기업의 특성상 오너의 감동 서사와 긍정적 이미지는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끼친다. 오너가 브랜드가 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코로나19와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에 처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스스로 브랜드가 돼 롯데를 착한 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는 없을지 궁금하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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