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마저 흔들리나?...사상최대 실적에도 몸값은 사상최저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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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마저 흔들리나?...사상최대 실적에도 몸값은 사상최저수준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9.1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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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지속과 외국인 매도세 이어져
연기금 보유 제한 규정으로 은행주 상승전환 쉽지않아

은행업종이 사상최대 실적에도 몸값이 사상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술적 분석 뿐만아니라 국내은행의 근원적인 경쟁력까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국내시장을 놓고 보면 이미 저금리기조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위축,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수익성 악화, 가계대출 성장정체 등 우호적인 환경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외시장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도 아니다. 금융그룹들은 결국 부족한 부분을 비은행 금융업종인 증권, 보험, 캐피탈, 카드 등에 의존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은행주의 몸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KB·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8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해 년초와 비교해 크게 급락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월만해도 6만92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9일 종가 41,150원으로 40.5%나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도 5만6000원에서 34,150원으로 39% 하락했고, 기업은행 주가는 1만7350에서 1만2700원으로 26.2% 하락, 신한금융지주는 5만3700원에서 41,500원으로 22.7%나 하락했다.

은행주 하락의 원인은 외국인 매도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한 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환경이 불안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매도가 계속됐다

환율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갈등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을 키웠다. 외국인의 은행주 매도를 부추긴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고려할 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는 만큼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부진이 계속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은행주 평균 PBR 및 PER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기업의 가치를 알려주는 척도 중 하나인 PBR은 평균 0.4배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의 주가가 급락할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조원 하던 몸값이라면 4000억원 밖에 안쳐주는 것이다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국내 주요 은행들은 현재 역대급 성적을 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KB금융그룹도 2분기로는 역대 최대치였다. 과거와 달리 부실기업 대출을 대거 정리했고, 비은행계열로 자산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이익 안정성도 높아졌다. 금융지주의 주력계열사인 은행권의 지난 상반기말 연체율은 0.4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은행업을 바라보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국내 은행산업은 저금리기조로의 전환으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는 데다  촘촘한 규제 탓에 신사업을 추진하기도 힘들고 경기둔화에 따른 어려움 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본질적으로 업종 자체가 경기에 민감한데다 각종 규제와 간섭이 원래 가치보다 몸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별 국민연금 보유지분율 및 외국인투자자 보유지분율 현황 [자료=하나금융투자]

가뜩이나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금 보유 제한 규정 때문에 은행주의 상승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은행주 저평가는 매크로 불확실성 외에도 연기금 보유 제한 규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주로 경기 우려와 금리 및 환율 전망 등의 매크로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은산분리 등 은행주 보유 제한 규정도 크게 한 몫했다는 것이다.

현행 금융지주사법에 따르면 연기금은 은행지주회사의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으며, 이를 초과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국민연금 보유 비중이 10%에 근접해 연기금 위탁운용사들은 은행주를 사고 싶어도 매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곳은 연기금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분율 제한으로 은행주는 국내기관 수급 여건이 매우 취약하다.

이는 외국인의 은행주 지분율이 60~70%에 달하는 기형적인 소유 구조를 야기했다. 지난해부터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되자 매수 주체 부재로 은행주는 계속 약세 중이다

이와함께 높은 외국인 지분율은 배당 확대에도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고, 또한 주주가치 제고보다 실물경제 지원 등의 공익성만 은행에 강조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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