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투자증권, 임단협 체결지연..노사갈등 장기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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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투자증권, 임단협 체결지연..노사갈등 장기화 되나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3.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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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투자증권 본사건물 <사진=녹색경제신문 DB>

리테일 직군 임금 삭감 문제를 두고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는 케이프투자증권이 임금 단체교섭 체결 지연, 영업직원 퇴사 등으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회사의 상장 준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25일 업계와 노조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의 리테일 직군 임금 문제는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노사 측이 다시 교섭을 재개했지만 전망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노조 측은 "리테일 직군에게는 성과에 따른 임금 삭감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임원을 비롯해 본사·관리부서 소속 직원들에게는 돈잔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대에 이른다. 사실상 업계 최고수준이다. 경영진의 경우 등기임원 5명과 비등기 임원 19명 등 24명에게 지난해 39억6303억원의 급여가 지급됐다. 

일반직원의 경우 정규직 89명과 비정규직 141명 등 230명에게 314억7592만원의 급여가 지급됐다. 1인당 평균 1억3685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며 증권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케이프투자증권의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2104억원, 순이익 148억원으로 영업수익은 전년보다 5.3% 올랐지만 순이익은 16.4% 줄었다.  

지난해 11월29일 케이프투자증권 노조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측은 2016년 초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통해 임금체계를 개악했다며 “ ‘리테일 영업직군 급여 운영지침’을 시행하면서 반기마다 평가를 거쳐 목표 미달성자의 임금을 최대 20%까지 삭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건비가 1~1.5배 미만을 달성하면 연봉의 10% 삭감, 0.5배에서 1배 미만은 15% 삭감, 0.5배 미만은 20%를 삭감하는 악랄한 제도”라며 “지금 사측이 하는 행태는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의 정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노사는 2015년 9월 단체협약을 맺고 노조사무실 제공과 근로시간면제(1천시간)에 합의했다. 같은해 12월 회사는 근로시간면제 대상이던 한만수 지부장을 영업직으로 발령했다. 노조간부가 한 명이라 지부 사무실은 텅 빈 공간이 됐다.

노조활동을 하느라 영업을 하지 못한 한만수 지부장의 임금은 반년마다 깎여, 급여 운영지침 도입 이전보다 75% 줄었다. 노조간부를 영업직으로 발령해 노조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 관계자는 "다른 사업장은 노조간부를 회사 관리직으로 발령해 일하게 하는데 케이프투자증권만 영업직으로 발령했다"며 "2015년 단체협상에서 회사는 지부의 후선부서 배치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오늘날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회사 측은 “현재 리테일급여체계는 노조의 개선요청에 따라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됐다”며 “또 성과가 저조한 일부 직원에게 패널티가 부과되긴 하지만, 상당금액의 수당 및 자녀학자금, 주택자금대출, 의료비지원 등 복리후생을 차등 없이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전임직원 256명중 노조원이 총 11명에 불과하고, 그중 임금삭감이 적용된 노조원의 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시행 중인 리테일 급여체계는 노조의 개선요청에 따라, 노조가 참여한 ‘리테일 급여체계 개선 TF’를 통해 개선안을 도출했고 지난 2016년 5월 도입됐다”면서 “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동의를 구했고, 당시 직원 91.6%(노조 82.9%)의 찬성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됐다”고 말했다.

또 “이 제도 도입과 함께 직전 리테일 급여 체계 대비 44.5%의 연봉을 인상했으며, 성과급 지급 기준 또한 타사 대비 직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는 등 리테일 직군의 영업환경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2016년 케이프투자증권으로 인수된 이후 주요 임원들은 전 임원들과 비교해 4배 이상 높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노조원이 아닌 본사 직원과 관리직에 근무하는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주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사장

또, 일부 노조원들의 경우 사측에서 마련한 연봉 가이드라인에 따라 저성과자로 분류돼 매우 낮은 수준의 연봉을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순 사장이 이끌고 있는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신생 증권사로 라이센스를 받고 LIG손해보험의 자회사 'LIG투자증권'으로 설립됐다. 

2015년 상반기, LIG손해보험이 KB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KB금융지주의 손자회사가 되었다가 KB금융지주가 재매각을 추진했다. 

2016년 상반기,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됐는데 케이프인베스트먼트의 모회사인 케이프는 선박 엔진 실린더 라이너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국내 조선 산업의 불황이 이어지자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증권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2017년 상반기, 사명을 케이프투자증권으로 변경하고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리테일 직군 임금 문제는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노사 측이 다시 교섭을 재개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좋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회사측은 임금 삭감폭을 최대 50%로 낮추겠다고 물러섰지만 노조 측은 ‘규모가 비슷한 다른 증권사들의 급여지침을 고려해도 50% 삭감은 지나치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케이프투자증권은 2년 단위의 임금 단체교섭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인력 유출이 이어져 작년 한 해 9명이 케이프투자증권을 떠났다. 

회사 측은 일단 상장 준비는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는 최근 “상장을 위한 준비는 하겠지만 시기를 확정하긴 어렵다”면서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구체적인 상장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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