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동연 전 부총리, 신재민 자살 기도 소식에 침묵 깨고 심경 고백 "무사해 다행...걱정이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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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동연 전 부총리, 신재민 자살 기도 소식에 침묵 깨고 심경 고백 "무사해 다행...걱정이 남아서"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1.04 02: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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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망설이다가 페북에 글 올려..."절대 극단의 선택을 해서는 안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복한 적은 없다"며 최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자살시도 등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김 부총리는 그간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침묵을 이어왔다. 

김 부총리가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쓴 것은 기재부 부하직원이었던 신 전 사무관의 자살 기도 소식에 심경이 바뀌면서 해명과 함께 극단적 선택이 없도록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처, 청와대,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자살 암시 문자를 남기고 사라졌다 발견된 것과 관련해 "(신 사무관이) 앞으로도 절대 극단의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며 "신 사무관 또래의 아들이 있었는데 자식을 먼저 보낸 남은 가족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 아끼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아픔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게시글을 통해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고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다만 김 부총리는 "그 충정도 이해가 된다.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저도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한 적은 결단코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부처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특정 실·국의 의견이 부처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심지어는 부처의 의견이 모두 정부 전체의 공식 입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어.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글을 통해 소셜미디어 활동과 언론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없어 글을 남긴다며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에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 "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고 민생과 일자리, 그리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썼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전문] 김동연 전 부총리, 페이스북 글 

지난달 초 공직을 그만둔 뒤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을 만나는 것이나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혼자 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퇴임 후 페북 활동도 일체 중단했습니다.

정부 일은 이제 현직에 계신 분께 맡기고 저는 뒤에서 응원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과 관련해 응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퇴직한 사람이 재임 때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일일이 얘기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기재부가 당시 담당자들과 문서 등을 종합해서 검토, 대응하고 있어 제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망설이다가 페북에 글을 올립니다. 신재민 사무관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걱정이 남아서입니다.

퇴임하고 소시민으로 돌아온 제 입장에서 다른 특별한 소통의 방법도 없고, 또 언론 취재에 일일이 응할 수 없어 이 글을 쓰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신 사무관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신 사무관. 앞으로도 절대 극단의 선택을 해서는 안 됩니다. 신 사무관은 공직을 떠났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청년입니다. 또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극단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도 신 사무관 또래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남은 가족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 아끼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다음으로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고민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합니다. 어느 한 국(局)이나 과(課)에서 다루거나 결정할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러 측면, 그리고 여러 국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습니다.

최근 제기된 이슈들도 국채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 채무, 거시경제 운영, 다음 해와 그다음 해 예산 편성과 세수 전망, 재정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국고국뿐 아니라 거시, 세수,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의 의견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특정 국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그 충정도 이해가 됩니다.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한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

그러나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입니다. 부처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특정 실·국의 의견이 부처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부처의 의견이 모두 정부 전체의 공식 입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입니다.

우리 경제에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고 민생과 일자리, 그리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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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릅츄릅캬흥 2019-01-04 02:48:45
공익제보자라는 이유로 정부정책에 이견을 이런식으로 표출해내는 일이 반복된다면 청와대는 자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될 것이다. 그 말은 청와대가 마비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것을 막기위한 조치이었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츄릅츄릅캬흥 2019-01-04 02:46:39
이렇게 되면 청와대도 고소를 취하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지만 청와대가 법적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생각해야한다. 지금 공익제보자라는 신분을 빙자해 여기저기서 잡음을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이 기획된 것이라고 말할만한 근거는 없으나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일탈을 받아줄만한 상황은 못된다. 이후로도 비슷한 사유로 정부에 반기를 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의 중재로 일단락을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