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대신 식사하러 가는 '레스케이프'?...정용진의 야망찬 호텔사업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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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대신 식사하러 가는 '레스케이프'?...정용진의 야망찬 호텔사업은 '첩첩산중'
  • 이효정 기자
  • 승인 2018.12.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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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매력포인트(뷰) 및 마케팅전략 부재..."외국인 관광객 잡기가 관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호텔사업이 첩첩산중에 있다.

지난 7월 첫 독자브랜드로 선보인 '레스케이프' 호텔의 식음료 공간은 인기가 많은 반면 낮은 객실예약률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이 상황에서 '정용진표 호텔'사업이 변화의 모멘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레스케이프의 성수기(7월말~8월초) 객실점유율(OCC)은 30%선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기에 이 정도 수준이라면 평일에는 훨씬 낮은 점유율이었을 거라는 것이 복수의 업계관계자의 시각이다.

레스케이프는 2018년 3분기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모기업인 신세계조선호텔은 3분기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게됐다.​

이번 2018년 7~8월은 폭염으로 인해 '호캉스'를 즐기고자 한 투숙객이 많아 호텔업계가 어느 때 보다 특수를 누렸던 시즌이다. 그럼에도 레스케이프가 낮은 객실점유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매출 실적 부진 정도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는 전년 대비 호텔 예약 매출액이 3배이상 늘어나는 등 '호텔 호황기'였음에도 초라한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레스케이프 아뜰리에스위트 전경

레스케이프의 낮은 매출에 대한 이유로 '마케팅 전략'이 견고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중세 유럽풍 고급 호텔을 표방하며 높은 객실 단가를 내세운 점이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가장 작은 8.3평 '미니 객실'의 하루 숙박료는 36만 8000원(부가세 별도)이다. 전체 객실중 3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아뜰리에룸은 48만원이다. 수영장 및 기타 부대시설이 전무한 4성급 호텔치고는 비싼 투숙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레스케이프는 30만원대였던 '디럭스룸 미니' 객실료를 20만원대로, 아뜰리에룸을 30만원대 후반으로 낮추며 고객잡기에 나섰지만 이미 '레스케이프=비싸다'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남대문 시장 바로 옆에 호텔이 자리잡아 호텔에게 중요한 셀링포인트인 '뷰'가 나쁘다는 점도 레스케이프의 매력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스케이프 스위트룸에서 커튼을 치면 드넓게 보이는 산과 바다 풍경 대신 번잡한 시장, 혹은 서울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위해 레스케이프는 중후한 중세 유럽풍 디자인을 짙은 컬러로 깔아 '내부인테리어' 자체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투숙객들의 발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반면 식음료 공간은 만석이 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레스케이프'를 투숙보다는 식사의 공간으로 더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레스케이프호텔 개관식에 참석한 김범수 전 총 지배인(왼쪽에서 첫번째)

레스케이프는 초대 총지배인으로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는 김범수 지배인을 추대했다. 총 지배인을 맡은지 6개월 만에 김범수 전 지배인은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레스케이프측은 "호텔 확대에 따른 식음료 부문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부진한 실적에 대한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향후 5년 내 5개 이상의 독자적인 호텔 브랜드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그 첫 단추인 레스케이프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 부회장의 '야망찬 호텔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스케이프호텔이 론칭 당시 예상과는 다르게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며 "좀 더 세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레스케이프가 명동에 위치한 점을 고려했을 때 외국 관광객을 잡을 수 있다면 침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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