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한국GM 회사를 두 개로 나누는 법인 분리에 동의하기로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당초 산업은행은 분리안을 반대했던 터라 뒤통수를 맞은 GM 노조는 크게 반발하며 파업을 선언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한국 GM의 연구개발 법인 분리에 찬성한 것은 외부 용역기관의 검토 결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분리안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해보니 협력업체 신규 고용 효과와 생산 유발 효과는 물론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성장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이동걸 산은 회장은 "신설 법인은 10년 동안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연구개발 거점으로 삼기로 GM과 협의했다"며 "기업가치와 재무안정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이날 한국GM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에서 법인 분리에 찬성표를 던졌고 두 달 전 GM의 일방적인 법인 분리 강행에 반대하며 냈던 가처분 신청도 취하하기로 했다.
이처럼 상황이 반전된 것은 이달 초 GM본사에서 배리 앵글 사장이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난 후부터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올해 상반기 발표한 국내 생산 예정의 2개 차종에 더해, 두 개의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한국에 배정한 것은 한국 사업에 대한 GM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장기 사업성과 수익성을 위해 재무성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 GM 노조는 산은이 자신들을 배제한 채 GM 측과 밀실 협상을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복남 한국GM 노조 부지부장은 "(산업은행이) 'GM을 견제하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라고 포장을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이런 결과물을 미리 처음부터 예상해놓고 흘러온 것 아닌가 배신감을 좀 느낀다"고 말했다.
GM 노조는 19일 인천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총 8시간의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산은 측은 한국GM이 생산공장과 신설법인을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게 보장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합의안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GM은 지난 7월 10일 R&D 법인 분할 계획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에 설립을 마무리하게 됐다.
한편 한국GM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약속받은 8100억원의 지원과 이날 1조2000억원 규모의 정부 대출·보증 만기 연장으로 모두 2조원 이상의 경영정상화 자금을 마련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