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실책, ‘로스트아크’가 대안...국내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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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실책, ‘로스트아크’가 대안...국내외 반응
  • 김형석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8.11.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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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오픈베타,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

지난 11월 7일 오픈베타를 시작한, '스마일게이트RPG(이하, 스마일게이트)'의 최신 MMORPG '로스트아크'가 국내외 게이머들의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해외 쪽 반응이 폭발적인데, 이번 오픈베타 서비스는 한국 한정이라 해외로부터의 접속은 기본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된 중국 유저로 인한 서버 대기 열 사태에서 보듯이, VPN을 이용해서라도 게임을 해보려는 해외 유저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이 사실. 실시간으로 한국 게임 소식을 전해 듣는 중국 등 아시아권 게이머들의 열광을, 수천명에 이르는 서버 대기열에서 몸소 겪는 상황이다.

기나긴 개발과 베타 테스트 과정

'로스트아크'는 2016년 클로즈베타가 시작되면서 이미 국내외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시네마틱 던전’으로 대표되는 웅장한 배경 속에 등장하는 거대 몬스터, 집라인과 오브젝트 파괴효과 등 다이나믹한 연출이 전세계 롤플레잉 게이머들을 사로잡았다. 1차 클로즈베타는 비록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양은 적었지만, 놀랍도록 안정적인 서버 환경으로 기술적인 면에서도 평가 받았다. 해외에서 이때부터 '디아블로 킬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2차 클로즈베타는 '항해' 콘텐츠가 들어가, '로스트아크'가 역대 급 규모의 MMORPG로 성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양한 광원에 빛나는 바다를 가르는 섬세한 디테일의 범선은 게이머를 새로운 흥분에 몰아넣었다. 기존의 던전 탐험과는 다른 상반된 콘텐츠를 집어넣어, 어떠한 플레이스타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테스트 초반부터 벌어진 서버 다운 현상과 렉 등으로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콘텐츠가 늘어난 만큼 이에 따른 밸런스 문제가 제기되었고, 특정 직업이 유리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2014년 발표 이후 기다림에 지친 게이머들 사이에는, 과연 이 게임이 출시되기나 할 것인가 하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타나기도 했다.

2018년 5월의 3차 마지막 클로즈베타는 '리샤의 편지'라는 운영팀 공지로부터 그 시작을 알렸다. 신규 클래스를 비롯해서 더욱 넓어진 맵을 추가하였고, 장비 시스템 변경 등 유저로부터의 피드백을 대폭 채용하여 호평을 얻었다.

2차 때와 같은 서버 문제도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된 테스트는, 해외 게임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트레일러 영상 소개는 물론, 직접 던전을 도는 플레이 영상을 올려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해외에서는 MMORPG를 빙자한 액션 롤플레잉 PC게임으로 받아들여진 듯하며, 다만 과금 요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넥스트 디아블로? 블리자드의 실책과 부상하는 대안

한국에서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최근 다시 '로스트아크'를 '디아블로3'를 이을 차세대 롤플레잉 게임으로 기대하는 해외 유저가 늘어나고 있다. 3인칭 액션 롤플레잉이라는 장르적 유사성 때문에 클로즈베타 때부터 심심치 않게 들어온 얘기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11월 2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사(이하, 블리자드)'의 게임 축제, '블리즈컨 2018'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신작 '디아블로 임모탈'의 깜짝 발표가 있었는데, 이것이 전세계 디아블로 게이머들을 절망에 빠뜨리게 한 것이다.

'디아블로 임모탈'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모바일 버전으로, 중국 넷이즈가 개발하고 블리자드가 유통하는 신작 모바일RPG이다. 유명IP게임을 중국 개발사에 맡겨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한다는 뉴스라면, 한국 게이머에겐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라 뭐가 문제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날 발표회장은 '디아블로4'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려온 유료 입장객 수백명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들은 'Pay to Win(부분과금제)'를 경멸하는 골수 PC게이머들이었다. 이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단상에 올라 '디아블로 임모탈'을 최초 소개한 개발책임자 와이어트 쳉(Wyatt Cheng)은 야유하는 디아블로 팬들을 향해, 심지어 "당신들 핸드폰 없어? (Do you guys not have phones?)"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이후 유튜브에 공개된 '디아블로 임모탈' 트레일러 영상은 '싫어요'가 63만('좋아요'는 2만)을 기록했다.

오픈베타로 드러난 마력의 3인칭 액션MMORPG

마침 시작된 '로스트아크'의 오픈 베타로, 해외 게이머들의 반응은 '차세대 디아블로'로 요약되는 듯하다. 10만원에 거래된다는 중국판 해적 클라이언트로 접속한 것으로 보이는 해외 게이머들은, 읽지 조차 못하는 한글판 게임임에도 만렙을 찍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PC 싱글게임과 MMORPG 통틀어 최고의 그래픽에 놀라고, 방대한 콘텐츠와 짜릿한 타격감에 해외 출시만을 목놓아 기다리는 게이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MMORPG를 멀리하는 디아블로 팬들도 기대하는 눈치.

'한국 게임'이라는 굴레

구미 게이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바로 'Pay to Win(부분과금제). 작년 EA가 대작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에서 랜덤박스를 출시하자, 평점 테러 등 방법으로 보이코트하여 결국 랜덤박스를 폐기하게 만든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리니지2' 등 부분과금제로 대표되는 한국 MMORPG들을 아예 플레이 대상에서 제외하며, 게시판 등에서는 심지어 적대적 악플을 달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리자드'의 실책 덕분에 평소 경멸하는 '한국 게임'인 '로스트아크'가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로스트아크의 과금방식을 두고서 여러가지 억측이 오가고 있다. 2백만원을 결제한 유저 대상으로 지급하는 20만원짜리 과금 마일리지 보너스 상품에 대해, 벌써부터 중과금을 유도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과 게임성에서 이미 차세대 MMORPG의 대표작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로스트아크'이지만, 진정한 대작으로 뿌리내리려면 유연한 과금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석 게임전문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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