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구조, 법이 아닌 시장의 평가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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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구조, 법이 아닌 시장의 평가에 맡겨야”
  • 조원영
  • 승인 2013.05.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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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최근 기업집단 규제 강화 논의의 문제점’ 정책 세미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최병일)은 20일(월) 오후 63컨벤션센터 시더 룸에서 입법현안 관련 『최근 기업집단 규제 강화 논의의 문제점』 정책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서울대 이승훈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세미나는 현재 입법화가 논의되고 있는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 강화, 계열사 거래규제 강화 등에 관한 쟁점과 문제점을 살펴보는 자리로 민세진 동국대 교수, 전삼현 숭실대 교수, 신석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한경연은 최병일 원장이『최근 기업집단 규제 강화 논의의 문제점』 정책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첫 발제자로 나선 민세진 교수는 <금산분리 강화방안의 쟁점>이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 은행 이외의 금융권역에까지 비금융회사와의 분리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에서의 금산분리 논쟁은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적’ 규제라고 평가하였다.

민 교수는 이러한 규제의 배경에는 많은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대기업집단’ 소속이어서 경제력집중을 초래하고 있다는 ‘한국적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정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기업의 소유는 소수의 개인이나 가족에 집중되어 있어 대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집중이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경제력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거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금융회사를 개인 금고처럼 이용하는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정책목표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관련 법령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민 교수는 주장하였다.

다만 대기업집단 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가 공존할 경우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금산분리 보다는 적절한 감독강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민 교수는 주장하였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전삼현 교수는 <순환출자금지법안 검토>라는 발제를 통해, 순환출자규제로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강제로 변화시켜야 하는 명분이 불분명 할 뿐 아니라 달성하고자 하는 보호법익 역시 불분명하여 자칫 과잉금지 원칙 위반으로 인한 위헌성 논쟁에 휩싸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전 교수는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국익과 개인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침해하는가에 대한 언급 없이 막연히 그러할 ‘가능성’만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인기영합주의적 입법정책이라고 비판하였다.

순환출자로 인해 발생할 만한 문제점들은 이미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지원거래금지, 계열사간 의결권 제한, 상호출자제한 등의 규정과 상법상의 회사기회유용금지, 주요주주와의 자기거래제한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화 되었다고 전 교수는 주장하였다.

순환출자 구조가 공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부는 이러한 시장의 평가를 고려하여 기업의 건전성 제고를 법률이 아닌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다고 전 교수는 주장하였다.

세 번째 발표에 나선 신석훈 부연구위원은 <부당지원행위(일감몰아주기),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계열사간 거래 외에도 ‘경제력집중 우려’가 있는 거래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목욕물을 버린다고 목욕하던 아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경제력집중’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해 이를 기준으로 계열사간 거래를 규제할 경우 필연적으로 과잉규제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리한 법 개정을 시도하는 이유는 계열사간 거래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행위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이것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회사법이 할 일이고, 만일 공정거래법이 도와줄 필요성이 있더라도 ‘경제력집중 우려’의 명목으로 공정위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신 부연구위원은 주장하였다.

대신 회사와 소수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지배주주의 불공정행위를 공정위가 명확히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소수주주들이 회사법에 근거해 대표소송을 손쉽게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신 부연구위원은 주장하였다.

동 세미나에는 토론자로 강원 세종대 교수, 신현한 연세대 교수, 이태규 한경연 기획조정실장, 조동근 명지대 교수 등이 참석하였다.

강원 교수(세종대)는 회사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에서 벗어나, 오너가 기업을 소유하는 재산은 적으면서 지배할 수 있는 의결권만 많이 갖도록 하는 ‘다중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면 상속세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지 않을 것이고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권을 유지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신현한 교수(연세대)는 기업집단 규제의 강력한 논거인 ‘경제력집중’이라는 것을 더 이상 국내시장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들 매출의 80~90%가 해외 경쟁에서 발생했음에도 마치 국내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여 독점이윤을 챙기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이태규 기획조정실장(한경연)은 만약 금융건전성, 고객보호 등에 문제가 있다면 개별 금융업법에서 건전성 규제를 정비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 금산분리 정책과 같이 기업집단 구조를 바꾸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주장하였다.

조동근 교수(명지대)는 최근 공공분야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나 급식 경쟁입찰에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배제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를 제외했더니 외국계 기업이 낙찰 받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는 사실에서 보듯 대기업 집단 계열사간 거래규제 강화는 중소기업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효율적인 거래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한편 한경연은 오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근 노동 및 고용관련 법안의 현안과 쟁점』을 주제로 입법현안 정책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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