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전자 이상훈 의장 등 32명 무더기 기소..."노조와해는 조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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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전자 이상훈 의장 등 32명 무더기 기소..."노조와해는 조직범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9.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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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실→삼성전자→자회사→협력업체로 지침 하달·실행...계열사로 수사 확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삼성 2인자'로 불리는 이상훈(63)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32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삼성전자가 노조 설립을 '바이러스 침투'로 판단, 조직적으로 노조 와해 공작을 벌였다는 게 검찰의 조사 결과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목장균(54) 삼성전자 전 노무담당 전무(현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지원센터장)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이 의장 등 2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이 의장 등 삼성전자 인사들에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 설립을 '사고'로 판단하고 발본색원 대상으로 삼았다. 검찰이 확인한 노사 전략 문건에는 "노조가 생기고 나면 와해시키기 어렵고,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사전예방만이 최선"이라는 내용과 노조 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로 표현한 부분이 담겼다.

삼성은 당시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노조 와해 공작을 기획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이 꾸려지고 신속대응팀도 설치, 운영됐다.

이후 미래전략실이 기획한 노조 와해 전략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은 삼성전자를 거쳐 삼성전자서비스로, 다시 협력업체에 전달됐다. 삼성은 이들뿐만 아니라 계열사별 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등 회의를 열고, 임직원 교육 등을 실시했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 및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삭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의 지연·불응 ▲채무 등 재산관계·임신 여부 등 조합원 사찰 등이 이뤄졌다.

노조 파괴 전문 노무컨설팅 업체, 정보경찰뿐만 아니라 노조 탄압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의 부친도 불법행위에 동원됐다.

검찰은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한 최고위 인사를 이 의장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2012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이 의장은 이미 구속기소 된 목 전무와 함께 2013년 6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노조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가 적용됐다.

박상범(61)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는 협력업체에 기획 폐업 대가로 약 2억원을 전달한 혐의, 고 염호석 씨 뜻과 달리 가족장을 치른 염씨 부친에게 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 등도 적용됐다. 이들을 포함해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삼성전자 측 관계자는 18명이다.

이와 함께 기획폐업에 응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대표 7명이 불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 요구에 따라 단체 교섭 지연·불응에 나선 경총 관계자 3명을 비롯해 삼성전자 자문위원, 전 경찰청 정보국 경찰관, 염씨 부친과 지인 등도 기소됐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 알려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노조 와해 의혹 문건 다수를 확보, 지난 4월 강제수사에 나서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사적인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의 성격을 갖고 있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사안이 중하다"라며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주동자를 대거 기소해 엄정 대응했다"라고 말했다.

이상훈 의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삼성의 2인자'로 불릴 정도로 실세이며 노조와해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삼성 내 최고위급 인사다.   

이 의장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 등 그룹 콘트롤타워 임원을 거쳐 2012년부터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을 지냈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한편, 지난 11일 서울지방법원은 검찰의 삼성전자 이상훈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최근 보안업체 에스원,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 계열사 노조는 사측의 노조활동 방해를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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