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家 20-20 (下)] 최태원 20년, 순익 170배 성장...반도체 등 M&A 승부사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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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家 20-20 (下)] 최태원 20년, 순익 170배 성장...반도체 등 M&A 승부사 빛났다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8.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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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M&A와 투자로 핵심 계열사 키운 최태원 회장, 4차 산업시대 맞춰 또 한 번 변신

오는 26일, SK그룹은 고(故)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는다. SK그룹 직원들 사이에서는 'SK 20-20'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최종현 회장 20주기와 함께 아들 최종현 회장이 홀로서기 경영 20년을 맞게 된 것을 통칭하는 말이다. 녹색경제신문은 최종현 회장 20주기와 최태원 회장 경영 20년에 대해 3회의 시리즈로 SK그룹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해 보기로 한다. 첫회는 고 최종현 회장에 대해, 2회와 3회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및 사업에 대해 각각 심도깊은 분석을 한다. [편집자 주]

SK그룹 관계자들은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사실상 현재 재계 2위는 SK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총액에서 현대차그룹, LG그룹을 제친 까닭이다. 주가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SK그룹의 시가총액은 122조원 가량이다. 오랫동안 재계 2위에 있었던 현대차그룹은 약 92조원 가량으로 4위로 밀려났다. 3위 LG그룹이 약 97조원 가량으로 SK그룹과는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 온 20년간 곡절은 있었지만 SK그룹은 인수합병(M&A), 혁신 등을 통한 성장을 지속해 왔다. 가장 변신이 많았던 그룹이다. 

섬유회사 선경으로 시작한 SK그룹의 현재 핵심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3개사다. 특이할만한 점은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거느리게 된 회사라는 점이다. 각각 유공, 현대하이닉스, 한국이동통신이 전신이다. 

이를 두고 재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그룹 수장의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결단이 가져온 성과라는 시각과, 인수 당시 정권의 혜택이 있었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누구도 쉽사리 나서지 않을 때 SK그룹이 과감히 나섰고 이후 사업이 승승장구 했다는 부분이다. 

SK그룹 자산은 1998년 최종현 선대 회장 타계 당시 34조원에서 2017년 193조원으로 늘었다. 매출액은 37조원에서 158조원으로,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임직원 수는 2만1300명에서 9만4000명이 됐다. 순이익만 보면 무려 170배 성장했다.

SK그룹은 근본부터 혁신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딥체인지2.0' 철학에 따라 또다시 변신중이다. 내수기업이라는 그간의 평가를 극복하고 수출형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그 선봉에도 역시 이노베이션, 하이닉스, 텔레콤이 있다. 

SK그룹이 진행한 사진전에서 최태원 회장이 선친 최종현 회장의 사진앞에 섰다. <SK그룹 제공>

비정유 사업으로 앞으로의 20년 계획하는 SK이노베이션

최태원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SK케미칼과 함께 SK그룹의 모태기업 격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 분사를 통한 경쟁력 확보, 해외시장 개척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석유사업은 업종의 특성상 국제유가 등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비석유사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힘써 왔다. 석유사업 중심에서 에너지-화학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해 수익창출을 다각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2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비석유부문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50%를 넘겼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측은 "화학사업이 석유사업을 능가하는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비석유부문 신장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하고, "최근 강력하게 추진해 온 '펀더멘털 딥 체인지(Fundamental Deep Change)'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춘 신규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2020년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0km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최근까지 중국의 한국 2차전지 업체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최초로 NCM(니켈-코발트-망간) 8:1:1 배터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헝가리에 유럽 첫 배터리 단독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SK=내수 기업' 이미지 불식시킨 SK하이닉스, 수출 기여도 2배로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 결정은 오늘의 SK그룹을 있게 한 1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1983년 현대그룹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며 설립한 하이닉스는 IMF 직후인 1999년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한다. 이후 2012년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해 SK하이닉스로 사명을 바꾼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와 R&D를 지속한 SK하이닉스는 2016년 후반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매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2011년 8340억원(매출액 대비 8%)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를 2016년 2조967억원(매출액 대비 12%)까지 늘렸다. 또한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 사상 최대인 7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SK에 편입되기 전 투자금(3.5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SK하이닉스는 어느새 삼성전자에 이은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SK하이닉스의 성장은 SK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간 재계 5위권의 기업이 정유, 통신 등 내수사업 위주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은 이같은 인식을 불식시켰다. SK하이닉스 인수 이전 6~7%에 불과한 SK그룹의 대한민국 수출 기여도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5년간 SK그룹의 누적 수출액도 318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도시바반도체 인수까지 성공시키며 다시 한 번 M&A의 강자임을 입증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일본 출장을 마다하지 않으며 동분서주 했다. 또 반도체 사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OCI머티리얼즈(現 SK머티리얼즈), LG실트론(現 SK실트론)의 인수합병까지 완료했다. 

반도체는 '4차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IoT(사물인터넷) 기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산업의 급성장, 커넥티드카의 대두 등으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D램 가격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며 슈퍼 호황이 끝나간다는 진단이 나오고는 있지만, 판가 하락에 의한 것이지 반도체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2018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5G 시대 준비하는 SK텔레콤

故 최종현 회장은 1992년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가 특혜 시비에 휘말려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그러면서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며 후일을 기약했다. 2년 후, 최 회장은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해 인수하며 이동통신 사업 진출의 꿈을 이뤘다. 노태우 정권에서가 아닌 김영삼 정권때의 일이다. 

당시 고 최 회장은 인수가격이 너무 비싼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해야 나중에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다"며 "앞으로 회사 가치를 더욱 높이면 된다"고 주변을 설득했다. 한국이동통신 인수 가격은 4271억원, 현재 시가총액은 20조 8700억원 규모다. 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현재의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선친이 이동통신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최 회장은 이를 국내 1위 사업자로 키워냈다. 1999년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의 기능식 조직체계를 의사사업부제 형태로 바꿨고, 무선통신 사업 마케팅 부문과 네트워크 부문을 무선통신 사업부문으로 통합했다. 신규 사업부문도 신설했다. 또 같은해 12월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3G와 4G(LTE) 시대를 거치며 명실상부한 1위 이동통신사로 성장한 SK텔레콤은 다가올 5G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다. 

SK텔레콤은 2016년 8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출시했다.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가 탑재된 최초의 기기다. 이후 SK텔레콤은 '누구 미니', '누구 캔들' 등 후속작을 꾸준히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AT&T, NTT도코모, 차이나모바일, 도이치텔레콤 등 전세계 대표 통신사들과 5G 기술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5G 기술공유를 위해 만든 통신사 연합체 'O-RAN 얼라이언스'에 핵심 멤버로 참여중이며, 박진효 ICT기술원장은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중이다. 

이밖에도 SK텔레콤은 글로벌 초정밀지도 기업 중 앞선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히어'와 5G 자율주행·스마트시티 사업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협력에도 힘쓰고 있다. 

실패에도 계속된 SK그룹의 과감한 M&A 성장 전략

SK그룹이 언제나 성공한 M&A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다. 그럼에도 최태원 회장은 과감하고 빠른 결단으로 핵심 계열사들의 성장을 일궈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정부의 불허로 불발된 CJ헬로비전 인수 시도다. 2015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에 나섰으나 정부의 규제로 무산됐다. SK네트웍스는 KT렌털 본입찰에 참여했다가 철회하며 국내 1위 랜터가 회사가 될 기회를 놓쳤다. 

SK플래닛이 2014년 인수한 미국 모바일 커머스 기업 '솝킥'은 만성적자에 허덕이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SK텔레콤이 투자한 미국 이통사 라이트스퀘어드는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약 660억원의 손실을 안겼고, 중국 텔레매틱스 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한 '이-아이(E-eye) 까오신'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카카오와의 일화도 있다. 2012년 카카오가 투자유치를 위해 SK텔레콤을 방문했을 때 SK텔레콤은 카카오보다 기술력이 높다는 이유로 '틱톡'을 인수키로 했다. 내부에서 키우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틱톡 서비스는 종료됐다. 

SK그룹의 M&A, 혹은 과감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주회사 SK(주)는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을 목표로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향후 20년 성장을 위한 전략은 '사회적 가치'다. 실패를 교훈삼아 성장해 온 SK그룹의 또다른 20년은 어떤 모습일지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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