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家 20-20 (上)] '딥체인지' 최태원 회장의 출발은 최종현 SK 선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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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家 20-20 (上)] '딥체인지' 최태원 회장의 출발은 최종현 SK 선대 회장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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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종현 회장, 미래 인재 육성과 10년 후 내다본 혁신 선각자이자 재계 리더

오는 26일, SK그룹은 고(故)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는다. SK그룹 직원들 사이에서는 'SK 20-20'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최종현 회장 20주기와 함께 아들 최종현 회장이 홀로서기 경영 20년을 맞게 된 것을 통칭하는 말이다. 녹색경제신문은 최종현 회장 20주기와 최태원 회장 경영 20년에 대해 3회의 시리즈로 SK그룹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항상 선대 회장께서도 10년 앞을 내다보고 경영하라고 했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게 쉽지만은 않아서 지금은 몇 년이나마, 여러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가 몇 개인지 구성을 해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앞두고 털어놓은 고민이다. 또 최태원 회장은 20주기에 대한 심정에 대해 "선대 회장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정신"과 "선대 경영인의 애착과 정성을 되새기는 계기"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들 최태원에게는 아버지의 유지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크다. 

SK그룹은 24일 최태원 회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커힐호털에서 '최종현 회장 20주기 추모식'을 갖는다. 워커힐호텔 부지는 최종현 회장이 인재보국을 내세우며 국내최초의 기업 연수원을 설립한 곳이다.

최태원 회장이 홀로서기 경영 20년 동안 SK그룹을 매출 158조원, 순이익 17조 3500억원, 재계 순위 3위로 성장시켰다. 그렇지만 최회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여전히 미래를 향한 도전과 각오에 그룹 전체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이천포럼에 모인 임원들에게 딥체인지(근본적 혁신) 경영을 강조하면서 '10년 후 미래를 내다보는 시나리오 구성'에 대한 특명을 내린 것도 또 한단계 도약을 위한 도전정신의 발로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최종현 회장 20주기 주간에 열린 이천포럼에서 미래를 향한 도전에 대해 강연을 듣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10년 후 미래를 내다보고 경영하라는 말은 아버지 최종현 회장이 항상 강조하던 말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혁신 선각자, 재계 리더 최종현 회장의 도전과 혜안을 살펴보자. 최태원 회장을 이해하려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최종현 회장의 미래는 '인재보국'에서...SK 46년 후원 장학퀴즈,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최종현 회장을 대표하는 어록이다. 최종현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담은 두 권의 책을 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라는 책이다. 최종현 회장은 미래 인재 육성은 물론 10년 후를 내다본 혁신 선각자, 재계 리더였다. 

최종현 회장이 미래 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인재였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최종현 회장은 SK의 성장조차 불투명했던 1970년대부터 인재양성에 애정을 보였다. 비록 대한민국이 당시 개발도상국이자 자원빈국 처지이지만 인재를 키우면 얼마든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최종현 회장은 교육과 연수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75년 3월, 워커힐호텔 부지 내에 300평 규모로 국내 기업 최초의 연수시설인 선경연수원(현 SK아카데미)을 설립했다. 최종현 회장의 ‘인재보국(人才報國)’ 경영철학은 '장학퀴즈' 하나만으로도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장학퀴즈는 SK의 미래인재 육성 노력을 전국민에게 각인시킨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 

최종현 회장은 1973년 2월, 청소년 교양 프로그램 '장학퀴즈'가 광고주가 없어 폐지 위기에 처하자 단독 광고주로 나섰다. 당시 TV 프로그램 중 단독 광고주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청소년 지식 경연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장학퀴즈’는 KRI 한국기록원에 의해 국내 최장수TV 프로그램으로 인증을 받았을 정도다. 장학퀴즈는 무려 46년째 방송이 계속되고 있다. 70년이 되지 않은 국내 TV 방송 역사를 감안할 때 장학퀴즈 46년 방송은 유례가 없는 대기록이다.

장학퀴즈는 1996년 MBC에서 EBS로 무대를 옮겼고, 올해 7월말까지 총 2200회 이상 방영됐다. 1980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전국노래자랑’보다 7년이나 더 긴 기간이다. 2만명이 넘는 장학퀴즈 출신들은 학계, 재계,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등 우리나라 각 분야에 진출해 오피니언 리더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장학퀴즈는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도 방영 중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중국 CCTV 채널14번에서 SK극지소년강(SK极智少年强)이라는 청소년 퀴즈 프로그램으로 방송한다. 중국 전역에 방송되는 CCTV 프로그램 중 기업체 이름이 붙은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고(故) 최종현 회장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장면.

최종현 회장이 사재를 들여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한 것도 미래 준비에 있었다. 대한민국을 이끌 인재를 키우겠다는 일념이었다. 최종현 회장은 우선 1972년에 조림사업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했다. 1974년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안되던 시절이었다. 재단 설립은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최종현 회장의 의지였다. 재단은 당시 서울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해외 유학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44년간 양성한 인재는 국내외 곳곳에서 거목으로 자랐다. 약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으며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심리학과),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화학과) 등 세계적 석학이 된 이들은 학술교류와 민간외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이천포럼에서 SK그룹의 미래 도전 DNA를 심어주는 강연을 하기도 했다.

치밀한 준비와 실행력으로, SK그룹의 영토확장 '꿈을 현실로' 만들다

최종현 회장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치밀한 준비와 실행력이 뒷받침됐다. 최종현 회장에게 ‘불가능’은 핑계에 불과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사람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것.

고(故) 최종현 회장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오른쪽 두번째)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최종현 회장은 제 2차 석유파동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외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유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최종현 회장은 자본, 기술, 인재가 없었던 1973년 당시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SK가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것인데,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종현 회장은 장기적 안목과 중동지역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 끝에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최종현 회장은 1983년부터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다. 성공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뚝심있게 사업을 추진했다. 결국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이 무자원 산유국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종현 회장은 미래설계가 그룹 총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동향 분석을 위해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운 이유다.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최종현 회장은 미국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다. 

오랜 준비 끝에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최종현 회장은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내부를 설득했다. 실제로 2년 뒤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폐암수술을 받은 고(故) 최종현 회장(왼쪽 두번째)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장면. 왼쪽 첫번째는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당시 주당 8만원 대이던 주식을 주당 33만 5000원에 인수하기로 하자 주변에서 재고를 건의했지만 최종현 회장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회사 가치를 더 키워가면 된다”고 설득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한편, 최종현 회장은 정권과 불편한 관계였던 적도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연임할 당시 ‘재벌개혁’ 기치를 세웠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마찰을 겪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대기업은 선단식 경영으로 중소기업의 입지를 좁히지 말라”고 말하자 최종현 회장은 “경제력 집중 억제는 세계화에 어긋난다. 문어발이니, 업종 전문화니 하는 말은 에디슨이 전구 만들 때나 하는 얘기다. 문어발을 하든 말든 규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며 반박했다. 

당시 선경(현 SK)은 최종현 회장의 발언 이후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세무조사와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시대를 앞선 화장(火葬) 유언...사회적 가치 강조 SK 기업문화의 뿌리

최종현 회장은 폐암으로 갑작스레 타계하기 직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묘지 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 못하는 것을 평소 안타까워했던 최종현 회장은 사회지도층 인사 중 처음으로 화장을 택하면서 장례문화를 선도한 것이다.

시대를 앞선 최종현 회장의 유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종현 회장 사후 한달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최종현 회장 장례가 유언대로 화장으로 치러지자 1998년 20%에 불과했던 화장률은 매년 급증해, 현재는 82%에 달할 만큼 대중화됐다. SK그룹은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시설을 준공해 세종시에 기부했다. 

고(故) 최종현 회장과 고(故) 박계희 여사가 1977년 인등산에서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 벌거숭이였던 충주 인등산이 울창한 '인재의 숲'으로 변한 모습.

최종현 회장 경영철학 DNA, 최태원 회장의 홀로서기 경영 성공의 롤모델

최종현 회장이 남긴 경영 DNA는 장남 최태원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부전자전' DNA인 셈이다. 최태원 회장에게 아버지 최종현 회장이 롤모델이나 다름없다. 

최종현 회장이 항상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한 끝에 SK를 직물회사에서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고 최태원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직후 “하이닉스가 SK 식구가 된 것은 SK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30년 전 최종현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언급했다. 최종현 회장이 1978년 미래 산업의 중심이 반도체가 될 것임을 예견하고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전세계를 강타한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던 과거를 회상한 것. 

최태원 회장이 1998년 취임할 당시 SK그룹은 매출 37조 4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 재계 순위 5위였으나 현재는 매출 158조원, 순이익 17조 3500억원, 재계 순위 3위로 성장했다. 또한 최종현 회장의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경영철학은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가치와 공유인프라 전략 등으로 진화 발전했다.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최태원 회장이 선대회장을 회상하고 있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 전무는 “최종현 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SK그룹은 앞으로도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는 SK그룹은 미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최태원 회장은 미래를 향한 경영철학으로 '딥체인지'를 강조한다. 최종현 회장의 미래 도전 DNA는 최태원 회장에게서는 딥체인지로 진화했다. 최종현 회장도 아들 최태원 회장의 '뉴SK 딥체인지'를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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