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 디젤차의 몰락...BMW 화재 공포, 현대차 4종 단종으로 친환경차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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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주범 디젤차의 몰락...BMW 화재 공포, 현대차 4종 단종으로 친환경차 확대되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8.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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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도 디젤차 몰락 점유율 30%대...2025년 10% 이하 전망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이어 BMW 화재 공포가 디젤 자동차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디젤차가 본고장 유럽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데 이어 최근 현대차가 디젤차 4종에 대해 생산 중단을 발표하자 한국에서도 디젤차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8월 12일 현재 BMW 차량 결함으로 인한 화재는 소방청 기준 72건(국토부 기준 37건)이나 된다.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고 원인미상이 50%가 넘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무엇보다 BMW 화재 대부분이 디젤차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BMW 화재 공포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를 상기시키며 디젤차 불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BMW 화재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는 배기가스 문제와도 닮아 있다. 디젤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알려지고 있어 퇴출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BMW 화재 사태는 디젤차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일,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에 대한 디젤 모델에 대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BMW 화재에 따른 선제적인 조치다. 디젤 비중이 낮은 승용차까지 무리해가며 디젤 모델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모델을 38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랜저 디젤은 전체 판매의 4%, 쏘나타 디젤은 2%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대차는 대부분 차종에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디젤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현대차의 그랜저, 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K7과 K5의 디젤 모델 운영을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단종할 가능성이 크다. 기아차는 지난 2월 준중형 승용차 K3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면서 엔진 라인업에서 디젤 엔진을 제외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 BMW 차량의 연쇄 화재 사태가 대형 악재인 만큼 연간 디젤차 점유율이 처음으로 가솔린차에 뒤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환경 문제였던 디젤 게이트와 달리 BMW 화재는 소비자에게 더 와 닿는 실생활 문제라는 점에서 디젤차 판매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것. 

유럽에서 디젤차 몰락....가솔린차 55.5%, 디젤차 37.9%...2025년 10%로 급락 예상

디젤차의 몰락은 본고장인 유럽에서 더욱 뚜렷하다. 유럽자동차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주요 15개국의 디젤차 점유율은 2011년 56.1%였으나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45.7%까지 떨어졌다.

작년 상반기에는 가솔린차 점유율(48.5%)이 8년 만에 처음으로 디젤차 점유율(46.3%)을 역전했다. 올해 1분기 집계에서는 가솔린차(55.5%)가 디젤차(37.9%)를 큰 차이로 앞서갔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럽 내 디젤차 점유율이 42%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지어, 스위스 UBS은행은 오는 2025년 디젤차 비중이 유럽에서 10%대로, 전 세계적으로는 4%대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친환경차는 성장세다.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친환경차는 과거에 비싼 가격과 충전 문제 때문에 선호도가 낮았다. 최근 들어, 단점을 개선한 모델들이 잇달아 출시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연료 가격이 저렴하다는 디젤차의 강점은 저가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는 전년 대비 무려 3배 성장한 1만 1886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이미 디젤차를 떠나 친환경차로 이동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는 2022년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고, 볼보와 닛산은 디젤 엔진을 더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요타는 유럽에서 디젤차를 판매하지 않는 대신 202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서 10종 이상의 배터리전기차(BEV)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인해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가 디젤 모델을 줄이고 친환경차 모델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소비자 A씨는 "클린디젤이 사기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경유차(디젤차) 사는 이유는 휘발유보다 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정작 유럽에선 경유차 도심 진입금지고, 곧 판매 자체를 중단시킬 계획인데, 우리는 공해차에 혜택을 줘 더 장려하고 있으니 문제다. 경유 가격을 높이고, 휘발유가를 낮춰 위험한 경유차가 넘쳐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디젤 포장 독일차의 하락세도 불가피...올해 하반기부터 가솔린차가 역전 전망

한때 고연비의 장점만 부각돼 ‘클린디젤’로 불리던 디젤 승용차가 사양길에 들어선 셈이다. 디젤엔진이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데 이어 BMW 화재 사태는 디젤차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디젤차 규제도 강화된다. 오는 9월부터 국내 디젤 승용차의 배출가스 측정 기준이 국제표준시험방식(WLTP)으로 더 엄격해진다. 9월부터 생산되는 차종 중 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차종은 판매가 금지되고, 9월 이전 생산된 차종도 새 기준에 미달하면 3개월 유예 이후 12월부터 판매할 수 없다.

또한 내년 9월부터는 연구원들이 실도로에서 직접 차량을 운행하며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실주행테스트(RDE)까지 적용되는 등 앞으로 디젤 차량의 규제는 더욱 강화된다. 자동차 업체들은 강화된 기준에 맞추기 보다 디젤 모델 제외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터졌을 때 디젤차의 시대가 저물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BMW를 비롯 수입차 브랜드가 디젤차로 인기몰이를 했다.

BMW 등 독일 디젤차들이 높은 연비 등을 자랑하며 '클린 디젤'이라는 구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친환경적 이미지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2009년 22.4%에 불과했던 디젤차 점유율은 2015년에는 68.8%까지 수직 상승했다. 아우디폭스바겐에 영업중단한 작년에도 디젤차가 47.2%로 가솔린차(42.9%)를 앞섰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BMW 화재 장면.

그러나 올해는 BMW 화재 사태로 디젤차 몰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점유율은 디젤차가 46.3%, 가솔린차가 44.9%로 격차가 거의 없다. BMW 화재 리콜이 7월말이라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가솔린차 점유율이 디젤차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차 중심의 BMW 등 독일차의 하락세도 불가피하다.

한 때 정부 장려했던 디젤 수입차의 배신...디젤 기술 비난받던 현대차의 안도?

한편, 지난 2015년 ECU(전자제어장치)를 조작해 배기가스 규정을 어긴 폭스바겐은 미국에서만 48만대 이상 리콜과 21조원 규모의 벌금이  책정된 이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은 친환경을 외치던 디젤차의 민낯을 알게 된 바 있다. 폭스바겐은 이 사건으로 2016년 한국에서도 영업정지를 당했다.

또 디젤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당시 질소산화물 배출량 조작을 통해 미국에서 운행되던 디젤차량에서 규정의 40배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측정되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유입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의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운행되는 디젤차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내를 포함한 주변국에서 운행되는 디젤차를 줄이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의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디젤차에 대해 서울시 등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운행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 중이며,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부터는 수도권 외 전국적으로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이다. 정부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디젤엔진의 고연비 특성만 부각시켜 ‘클린디젤’이라는 미명 하에 친환경차에 포함시키는 등 디젤차를 장려했다. 일부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디젤 택시 보급 지원’을 주장하거나 이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 (자료 자동차협회 제공)

그 사이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은 디젤 승용차를 국내에 대거 들여오며 ‘디젤 전도사’로 불렸고, BMW와 벤츠도 다양한 디젤 모델들을 앞세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혔다. 현대기아차는 소비자들로부터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고연비 디젤엔진을 개발하는 동안 허송세월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현대차로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라 할 만도 하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BMW 화재 사태는 독일계 자동차의 하락세와 디젤차는 퇴출로 이어지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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