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이어 BMW 화재 공포, 독일 자동차 신화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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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게이트 이어 BMW 화재 공포, 독일 자동차 신화 무너지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8.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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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후 안전진단 진행 중 이 달에만 8대 화재...올해 36대로 늘어

BMW 화재 공포는 지난 2016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를 떠올리게 하면서 기술과 안전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독일 자동차 신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BMW가 안전진단에 나선 이후에도 화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BMW 포비아(공포증)'가 몰아치고 있다. 

BMW는 지난 달 26일부터 디젤 차량 10만 6371대에 대해 주행 중 화재사고 위험성을 이유로 리콜에 이어 안전진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어제도 하루에 2대의 BMW 차량에 화재가 발생해 차체 전부가 불에 탔다. 이번 달에만 벌써 8대째다. 올해 들어 무려 36대가 화재로 폐차됐다. 분노한 차주들은 BMW 본사 임원 등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BMW는 아직 화재 원인 조차 시원하게 밝히지 않으며 화를 자초하고 있다.

이번 BMW 화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 독일계 자동차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술력과 품질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명성과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이다. 

독일차가 불신의 늪에 빠진 것은 지난 2016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은 사건이라는 점이다. 폭스바겐도 이번 BMW와 같은 디젤 차량의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의 문제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기가스 인증 조작이 미국 등에서 된서리를 맞았고 한국에서는 문제없다고 거짓말을 하다 발각돼 영업정지라는 극약처방을 받은 바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4월에야 영업이 재개됐다. 

이번 BMW 화재 사태는 한국에서 처음 촉발돼 유럽에서도 디젤차 32만3천700대에 대해 리콜 조치가 단행되는 등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BMW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BMW 사태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함께 독일산 자동차 전반에 불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리콜 대상에서 벗어난 벤츠는 수혜가 예상되지만 독일차 이미지 저하로 유탄을 맞게 됐다. 

BMW 화재 사태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떠올리며 독일차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BMW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3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였다는 점에서 이번 대규모 리콜은 충격적이다. 그 동안 BMW, 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산 자동차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1~3위 상위권을 독차지하며 전성시대를 누려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신차등록대수(14만 109대)는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18.6% 증가했다. 국산차 판매량(75만7003대)이 2.9%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성장세다. 

수입차 중에서도 독일차 천하였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양강 체제에 아우디폭스바겐이 가세한 형국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상반기 4만1069대를 판매해 29.3% 점유율로 1위였다. BMW는 전년 대비 19.2%나 성장한 판매량(3만4568대)으로 2위를 기록했다. 디젤게이트 이후 약 2년 만에 영업 재개한 폭스바겐은 상반기 3위로 등극했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는 6월 베스트셀링카였다.

하지만 BMW 화재 사태가 본격화된 7월의 경우 BMW는 주력 모델인 520d 판매가 5위로 추락하는 등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대폭 하락이 불가피하다. 정부로부터 과징금, 운행중단, 영업정지 등 조치를 당할 경우 아예 한국 시장서 퇴출도 우려된다. BMW에 대한 불신은 폭스바겐, 벤츠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일부 모델에 대해 리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 글로벌 부품업체 관계자는 "BMW 본사가 원인을 알면서 숨기는 게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에 사고 원인을 돌리는 태도를 비판한 것. 

자동차 전문가인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EGR에 명령을 내려주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조사를 해야 한다"며 "BMW가 부품에만 원인을 찾는 것은 오히려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같은 독일차의 문제는 각국의 환경기준, 품질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용 문제로 속임수를 쓰거나 각국별 기술적 대응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리콜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부품의 공용화도 한 몫하고 있다. 

독일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불신으로 과거의 명성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시기가 지나면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단지 독일 완성차업체의 문제이기보다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공통적인 위기라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의 경우 일시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다시 회복했기 때문이다. 독일차 또는 수입차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경우 대체제를 수입차에서 찾는 경향도 그 이유다. 

전문가들은 BMW 본사에서 거짓없이 원인 규명에 나서고 진실된 사죄와 해결 노력만이 남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며 독일 정부도 독일산 자동차 전반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해 적극적 협조에 나서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한다. 독일차에 대한 불신이 자동차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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