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법학관', '두산인문관'...기업의 대학 건물기부, '대가없는' 기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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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법학관', '두산인문관'...기업의 대학 건물기부, '대가없는' 기부인가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8.04.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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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학연 등 다양한 이유로 이뤄져... 건물 내 상업시설 수익 보장 의혹도
서울대학교에 위치한 SK경영관.

‘SK 경영관’, ‘CJ식품안전관’. 얼핏 보면 기업체 내에 있는 건물일 것 같지만 각각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에 위치해 있다. 모두 기업의 기부를 통해 건립되었다. 이렇게 기업의 이름이 적힌 건물은 전국에 위치한 대학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기업이 대학에 건물을 기부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다. 교육사업에 대가없이 큰 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을 기부할 경우 ‘포스코스포츠센터’(서울대학교), ‘이화•SK텔레콤관’(이화여자대학교)처럼 기업 이름을 건물에 붙일 수 있어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기업 임원진의 학연으로 건물을 지어주는 경우도 많다. 한양대학교의 정몽구미래자동차센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관련이 있다. 한양대학교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건립 당시 전체 건설 비용의 2/3인 150억원을 기부했다.

연세대학교 GS칼텍스 산학협력관. <창의공학연구원>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건물을 기부하기도 한다. 연세대학교에 위치한 GS칼텍스 산학협력관이 그 예다. GS칼텍스가 공사비용전액을 지원한 ‘GS칼텍스 산학협력관’은 신에너지 관련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건물로, GS칼텍스와 연세대 화공생명공학부가 함께 입주해 협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런 행보가 사회 공헌이라는 기부의 진정한 의미를 달성하고 교육 환경 개선 등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건물 내 입주하는 상업시설의 수익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진 경우가 많지 않아 수익이 기부채납한 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사실일 경우, 대학 캠퍼스의 특성 상 학생들의 이용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임대수익만으로 기부금 이상을 벌어들일 수도 있어 ‘대가없이’ 이뤄져야하는 기부의 의미를 퇴색될 수 있다. 

과거, 기업의 경우는 아니지만 기부한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을 기부자가 가져가는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2016년 국정감사 당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에 위치한 상업시설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건립비용을 기부한 관정 이종환교육재단이 소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영그룹의 기부로 지어진 연세대학교 기숙사 우정원.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사이트>

또한 기부받은 건물임에도 대학에서 시설의 이용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기부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 부영그룹에서 100억원을 기부해 만들어진 연세대학교 기숙사 우정원은 2인실 월 이용료가 70만원에 이른다. 연세대학교 근처 원룸가의 시세가 평균 55만원인 것에 비교하면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기숙사가 원룸보다 더 비싼 상황이다. 건립 당시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연세대 측은 “기숙사비 책정 기준에 대해서는 ‘경영상 비밀’이며 감가상각비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학문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기업의 이름이 붙은 건물을 만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는데 재정적인 부담을 호소하는 대학과 새로운 기술과 능력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며 좋은 이미지를 갖고자 애쓰는 기업에 '건물 기부'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길이다. 그러나 기부의 참된 의미를 벗어나 기업의 수익 사업 혹은 대학의 금고 불리기 등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한 사회의 시선이 필요하다.

김민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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