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20년, 끝나지 않은 대우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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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20년, 끝나지 않은 대우 망령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2.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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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대우전자, 주인 찾기 어려운 대우그룹 3사

IMF 외환위기 이후 20여년이 지났음에도 당시 해체된 대우그룹의 망령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KDB산업은행이 추진하던 대우건설 매각은 해외 부실이 드러나며 무산됐다. 반면 동부대우전자(舊 대우전자)는 지난 9일 국내 중견 그룹 대유그룹의 품에 안겼다. 그간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계 위기설을 틈타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설이 재부상하는 중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이끌던 대형 핵심 회사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9년 그룹이 해체된 지 20년째인 2018년에도 제 갈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1997년 한때 삼성그룹을 제치고 현대그룹에 이어 재계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서울역에 위치한 과거 대우센터빌딩 모습, 현재는 건물에서 대우 로고가 떨어졌고 서울스퀘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온라인 캡처>

 '새우가 토해낸 고래'...바뀐 주인만 3번 '대우건설'

지금까지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던 곳들은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온갖 구설에 휘말려야 했다. 그룹 해체 후 대우건설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관리 하에 대대적인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하자 캠코는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약 6조원 규모의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계열사 자금을 무리하게 동원했다. 그러던 중 2008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며 미분양이 쌓이기 시장했고,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 모두에서 위기를 겪었다. 

결국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자산규모 2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2011년 산업은행이 지분 50.75%를 인수하며 새 주인이 됐다. 

최근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인수를 강력히 추진해 국내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결정됐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모로코 사업장에서 발생한 약 3000억원 규모의 부실이 드러나며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대우건설은 지난 1973년 대우실업과 영진토건이 합병하며 탄생했다. 12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대우건설은 성장을 거듭했다. 동작대교, 서울지하철 2호선, 88올림픽고속도로 등 굵직한 국책 사업들도 모두 대우건설의 작품이다. 

또 중동 진출을 비롯해 남미, 아프리카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전세계 42개국으로 진출한 국내 대표 건설사였다. 

국내 중견 건설사 품에 안긴 '대우전자'

'탱크주의', 한 때 대우전자를 표현하던 단어다. 망치로 TV를 내려쳐도 깨지지 않는 '품질'을 강조했던 대우전자는 IMF 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쌍용 인수에 나섰다. 주변의 우려에도 대우그룹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는 금리나 재무구조의 문제는 수익 창출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조하며 '부채 줄이기' 방침에 따라 대우그룹에 대한 지원에 나서지 않았고 결국 대우는 쓰러졌다. 

대우전자는 2002년 대우모터공업과 대우전자 가전사업 부문이 합병을 통해 '대우일렉트로닉스'로 다시 태어났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클라세'라는 브랜드로 세탁기, 김치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을 시장에 내놓으며 재기를 알렸고, 2013년에는 동부그룹에 인수됐다. 

길었던 워크아웃은 지난 2013년 동부그룹에 매각되며 끝이 났고, 동부대우전자로 사명을 바꿨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대우전자 인수 당시 투자자들과 맺은 주주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다시 시장에 나왔고, 결국 국내 중견 기업인 '대유그룹' 품에 안겼다. 

대유그룹은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했던 위니아만도를 사들인데 이어 동부대우전자까지 인수하며 가전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우조선해양'...결국 조선 3사 '빅딜' 설 재부상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의 전문성 부족, 방만운영 등의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이다. 워낙 큰 몸집 탓에 산은이 쉽사리 매각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그룹에서 분리된 후 20년째 산업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존재한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빅3 조선업체임에도 여전히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년간 대우조선해양에 1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자력 회생의 조짐이 쉽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최근 조선업의 불황이 겹치며 그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조선 3사 빅딜 설도 다시 언급되고 있다. 

핵심은 삼성중공업을 삼성그룹에서 독립시키고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양사의 합병을 통해 중복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국내 업체 간 저가 수주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합병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실업자를 대량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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