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손' 산은, 대우건설·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에 제2 대우조선 될라
상태바
'마이너스 손' 산은, 대우건설·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에 제2 대우조선 될라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2.09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은의 출자회사 관리능력 '의심'...전문가, "산은의 최대 문제는 책임소재 불분명과 일관성 결여"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산업은행의 '관리 능력'이 또 한 번 의심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혈세가 투입되는 공적자금을 관리하면서 방만한 운영과 전문성 부족이 늘 지적돼 왔다.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씻어 내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산업은행이 최근 추진한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매각은 성사 직전 관리 부실로 인해 모두 무산됐다. 이에 두 회사가 '제2의 대우조선해양'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8일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해외 부실 3000억원이 드러나며 대우건설의 재무 건전성 및 해외 사업 불확실성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호반건설 뿐만 아니라 매각 주체인 산은도 대우건설의 부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의 경우 몇 해 전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당하기도 해 산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했음에도 산은이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6년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 선임 당시 낙하산 논란에 대해서도 산은은 그가 적임자라며 옹호 의견을 냈다. 이후 박 전 사장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되며 자진 사퇴했다. 그럼에도 산은은 박 전 사장 후임으로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 송문선 사장을 선임하며 눈총을 샀다. 

특히 호반건설은 기존에도 M&A 시장에 자주 등장했던 이름이지만 정작 성사된 건은 한 건도 없어 업계의 우려를 샀다. 게다가 매각 가격이 산은이 당초 추산했던 최소금액 2조원에도 못미쳐 헐값 매각 논란도 제기됐다. 산은이 그간 대우건설에 쏟아부은 자금은 약 3조2000억원 정도로 호반건설이 제시한 1조600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문제점은 책임소재가 불분명 하다는 것"이라며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산은에 정치적 논란이 발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산업은행의 투자책임과 관련해 "(기업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기업부실에 책임이 있는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 전경 <산업은행 제공>

앞서 금호타이어 매각 건에서도 산은이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내놓으며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할 당시 산업은행은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측의 컨소시엄 구성은 허용하지 않고, 중국의 더블스타측의 컨소시엄은 허용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후 우선협상권을 따낸 더블스타 측과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가진 금호물산 사이의 요율 논란에 대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예상에 못미치자 더블스타측은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산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더블스타로의 금호타이어 매각은 무산됐다. 

이에 박삼구 회장 측이 그룹 재건을 명분으로 우선매수권을 앞세워 금호타이어 재인수에 나섰으나, 박 회장측이 제안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금호타이어는 강력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경영정상화 방안을 두고 사측과 노조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에도 방산업체인 금호타이어를 중국 업체에 빼앗길 경우 기술 유출 우려가 강력히 제기됐으나 산은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서 온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6.88%를 보유한 대주주다. 지난 2011년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평가액은 2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현재 1조원을 갓 넘기는 수준에 불과하다. 2016년에는 5000억원대로 쪼그라 들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간 10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아직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던 한화그룹에 실사 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당시 한화측은 미실사 부담과 금융위기 발발 등으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고,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5조원대 분식회계를 숨기고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산은은 출자회사 부실로 인한 손실을 떠안으면서도 임원 성과급 잔치를 벌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6년 산업은행은 전년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회장에게 억대 성과급을 지급했다. 

최근 정부는 국책은행의 공기업 전환까지 검토하고 있다. 시장성이 강하고 자산 2조원 이상이며 자체 수입액이 총 수입액의 85% 이상인 공공기관을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한다는 공공기관운영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공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두 은행이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공기업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 비상임이사를 임명해야 하고 매년 경영평가를 받아야 한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5년 1조9000억원, 2016년 3조원 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