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야생의땅: 듀랑고, 해외에 먹힐만한 요소는 어떤 것?(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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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야생의땅: 듀랑고, 해외에 먹힐만한 요소는 어떤 것?(영상)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8.01.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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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 콘텐츠, 공룡과 샌드박스게임, 땅따먹기 게임

넥슨의 ‘야생의땅: 듀랑고가 '글로벌'과 '오래 갈 게임'이라는 두 가지 큰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두 키워드는 내포된 뜻이 많이 달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의미다. 재미나 코드가 맞고, 콘텐츠만 계속해서 생산 된다면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도 '오래 갈 게임'이라는 키워드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게임은 ‘글로벌 시장’이라는 큰 벽 앞에서 항상 좌절하곤 했다. 앱애니 기준 '리니지2레볼루션'과 '리니지M'이 각각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4위와 8위를 각각 기록했지만 국내의 린저씨 파워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게임 성도 인정받았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검은사막' 생활 콘텐츠

최근 해외에서 게임성을 인정받은 국산 타이틀은 PC게임 '검은사막'이다. 국내 몇몇 유저들은 이 타이틀을 '답답하다'거나 '왠지 나랑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해외에서 대박이 터졌다.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출시 한 달 만에 유료 가입자 수 40만 명을 기록했고, 국산게임 최초로 북미 최대 게임 사이트 MMORPG닷컴에서 1년간 최고인기게임 순위 1위를 지켰다.

국내보다는 해외에 더 먹힐만한 요소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에 없던 게임'을 표방한 '듀랑고'는 과연 해외에 먹힐지? 다양한 관점에서 그 가능성을 점쳐봤다.

 

◆ '검은사막'과 비교할만한 생활형 콘텐츠

듀랑고에는 다양한 특징이 있지만 ‘생활형 콘텐츠’가 해외에 통할만한 첫 번째 특징으로 꼽힌다. 글로벌 인기를 얻은 '검은사막' 역시 이 생활형 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으며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유저들에게 생활형 콘텐츠가 호응을 끄는 이유는 '전사들'만 가득한 세상은 너무 단조롭고, 피로도가 높기 때문이다. 호승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보다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멋진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마비노기'가 인기를 얻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듀랑고의 생활형 콘텐츠는 제작 시스템 곳곳에 녹아 있다. 듀랑고의 직업은 전사도 있지만 농부도 있고, 제작자도 있다.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사가 아닌 다른 생활형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충분히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현 시대에도 직업이 분화되어 있는 것처럼 듀랑고의 제작 스킬은 레벨이 더할수록 전문성이 올라간다. 이은석 PD가 듀랑고를 '생활형 콘텐츠의 끝판왕'이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특히 듀랑고의 제작 시스템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아이템에 여러 속성이 붙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것을 구하고 가공하며 모으는 재미가 유저들의 흥미를 끌 전망이다.

 

◆ 공룡시대를 배경으로 한 샌드박스(Sand Box) 게임

세계적으로 통할만한 콘텐츠 중의 하나가 '공룡'이다. 듀랑고에는 현시대에 존재하지만 세계 곳곳에 존재했던 거대하고 신비로운 공룡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단순히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냥을 해서 애완동물로 키울 수도 있고, 부족원끼리 협력해서 거대 공룡을 사냥할 수도 있는 등, '공룡'은 듀랑고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는 핵심 콘텐츠다.

 

세계관만 아니라 '샌드박스' 게임이라는 장르도 특징적이다. 이 장르는 아무것도 없는 모래 위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노는 놀이터와 같은 방식이다. 이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이 ‘마인크래프트’다. ‘마인크래프트’는 픽셀 단위로 무언가를 만들며 노는 게임이다. 간혹 좀비와의 전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건축을 지으며 노는 이 게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유료 모바일게임이 될 정도로 흥했다.

듀랑고도 마찬가지다. 게임 초반 초보자들을 위해 간단한 튜토리얼과 안내만 해줄 뿐, 사유지를 가지고 난 다음부터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놀면 된다. 드넓은 초원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공룡을 발견하거나 맵의 장막을 걷어내며 놀아도 좋고, 따듯한 모닥불을 앞에 두고 이웃과 커피 한잔 하며 수다를 떨어도 좋고, 폭풍 레벨업으로 만렙을 찍고 무법섬에서 부족전을 즐겨도 좋다.

 

◆ 진정한 MMO 세계속 내 땅, 땅따먹기 게임

공룡시대, 놀이터, 생활 콘텐츠로 포장하고 있지만 듀랑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유지'다. 인류가 이 땅에 정착해 살면서 의식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듯, 자신의 사유지인 '집'은 듀랑고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착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사유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한 두 칸만 확보할 수 있지만 돈을 벌어 더욱 넓게 확장이 가능하다. 튼튼한 벽집도 만들고 생산시설도 갖추고, 옷장과 무기장도 만들어 그럴싸한 내 집을 완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열기구를 타고 듀랑고의 하늘을 날아보면 곳곳에 자신의 땅임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가득하다. 드넓은 저 땅을 누가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게임의 큰 재미로 작용한다. 현실에는 전세에 살고 있지만 게임에서는 멋진 집을 만들어 산다는 재미난 글도 나왔다. MMORPG에서 자만신의 집을 가질 수 있는 듀랑고의 사유지 콘텐츠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 적으로도 먹힐만한 창발적인 콘텐츠다.

 

 

◆ 해외 유저와 한국 유저의 의식 차이

글로벌 게임 '맥워리어 온라인' 카페의 한 유저(qmtp****)는 북미유저와 국내유저는 일반적으로 문화 코드 자체가 달라 완전 상이한 개념을 가졌다고 말한다.

한국 유저는 일상생활에서는 잘 안 튀지만 게임에서는 절대적인 지존이나 1위를 원하는 경우가 많고, 이기고 지고의 차이가 재미있고 없고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즉,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남들만큼 강해져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인데, 공략을 보면서 가장 강한 스타일로 천편일률적으로 똑 같이 키우는 것도 이 같은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북미 등 해외 유저는 남들과 똑같이 가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것저것 겪어보는 것 자체를 즐긴다. 사람들이 제각각 개성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즐기는 걸 원하기 때문에 나오는 게임들도 복잡화, 현실화되어 자유도도 높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승리라는 요소는 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듀랑고 해외테스트를 진행했던 한 한국 유저(wlsgh****)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레벨 71을 달성했다. 만렙이 가까워오니 컨텐츠가 부족한 것을 느낀다. 다른 섬으로 가서 자원 캐고 사유지 와서 필요한 거 만들고의 반복"이라며 솔플이 힘들다고 탄식했다.

이 유저의 말대로 당시에는 콘텐츠가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나름 수다도 떨며 게임을 재미있게 즐긴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콘텐츠의 소모 속도가 빠른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가 없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즉 보는 시각이 달랐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야생의 땅 듀랑고의 ‘창발적’인 플레이이란?

듀랑고는 지난 7월부터 해외 베타테스트가 진행되어 152개국에서 28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9일 열린 '야생의 땅: 듀랑고 론칭 프리뷰' 행사에서 이은석 프로듀서는 6개월간의 글로벌 베타테스트에서 많은 데이터를 얻었다고 자신했다.

이 글로벌 CBT에서 이은석 PD가 관심 있게 본 것은 해외 유저들의 '창발적(emergent evolution)'인 플레이다. '창발적'이라는 것은 각각 다른 요소가 결합하여 새로운 성질이나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빵과 고기로 햄버거를 만드는 것까지는 의도한 것이지만 물을 조합한 '햄버거국'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창발적인 플레이를 펼치더라는 것.

듀랑고의 햄버거국은 해외에 존재하는 메뉴

이 PD가 소개한 또 하나의 해외 테스트 에피소드가 있다. 한국 부족이 전 세계 지도자를 표지판에 그렸는데, 한 외국 부족이 이를 전리품으로 빼앗아 갔고, 다시 한국 부족이 뺏어오는 과정을 되풀이 하더라는 것. 이 역시 생각지 못했던 플레이로 국내외 유저가 생각지도 못한 창발적인 플레이를 만들어 내더라는 것.

 

듀랑고는 놀이터 모래를 가지고 노는 느낌의 '샌드박스' 게임이다. 무엇을 하고 놀지는 유저 마음대로다. 색다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샌드박스’, 즉 놀이터 같은 ‘듀랑고’는 해외 유저와 한국 유저의 문화적인 차이를 커버할 수 있는 ‘전에 없던 게임’이 될 전망이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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