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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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임상혁
  • 승인 2011.11.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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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매출 12조원감소, 국민부담 비해 온난화 방지효과 미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2015년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배출할 온실가스의 양을 정부가 정한 후, 목표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하고, 목표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은 판매하는 제도이다. 현재 국회는 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특별위원회(위원장 : 안경률)를 구성하여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하였다.

   임상혁 본부장. 온실가스 배출거래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사진 = 전경련 제공
결론부터 말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5단체와 철강협회, 석유화학협회, 자동차공업협회 등 15개 업종별 단체는 산업계를 대표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법률 제정 자체를 반대한다.

무엇보다도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근거가 되는 녹색성장기본법에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또한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산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적절한 시점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산업계는 제도도입에 찬성한 바 없다.

법률안 제정과 관련해 정부와 여러 차례 협의가 있었고, 정부는 산업계의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 일부 조항을 수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혀왔고, 현재 제출된 법률안도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따라서 국제 기후변화협상 동향, 주요 경쟁국의 온실가스 감축규제 도입 동향, 국내외 경제여건 등을 감안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같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아울러 시행시기가 2015년 1월 1일부터라고는 하나, 왜 산업경쟁력을 희생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가며 배출권거래제의 도입을 확정하는 이 법률안을 지금 당장에 제정해야 하는지 산업계는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계가 이처럼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눠 기술해 보고자 한다.

먼저,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제도가 도입되면 규제순응비용이 발생하면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원가가 상승해 매출, 생산이 감소하고,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라 수조원대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력산업의 매출액이 약 12조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에너지관리공단에서도 약 5.6조원 정도 비용발생을 예상하고 있다.

만약 한국경제연구원의 가정처럼 100% 유상할당의 경우, 추가비용은 18조원에 이른다. 산업연구원은 50% 유상할당을 가정하여 GDP가 0.58%, 수출 0.18%, 고용이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우리나라는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고, 주력 수출상품들이 치열한 해외경쟁에 노출되어 있는데, 경쟁국인 일본, 중국 등에서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100% 유상할당을 가정하는 등 과장되었다는 지적이 있으나, 현재 법률안을 보면 향후 유·무상할당 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산업계의 피해를 우려하는 자료는 있으나, 아직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었을 때, 편익을 분석한 자료를 보지 못했다.

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면밀히 분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법률안의 제정보다 앞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국제경쟁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면 소위 ‘탄소누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탄소누출은 생산설비 자체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있지만, 생산물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를 감수해 가면서 제도를 시행해도 지구 온난화 방지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법률안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총 배출량 중 1.7% 정도를 배출하고 있다.

전 세계 25%를 배출하는 중국이나, 18%를 배출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나라 만의 노력은 큰 의미가 없다. 2020년에 우리나라가 국가 중기 감축목표에 따라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는 약 2억 4천 4백만톤인데, 이는 2009년도 기준으로 중국의 12일분, 미국의 16일분 정도에 불과하다.

마치 큰 공장 옆에 살면서, 우리집 마당에 큰 비용을 들여 공기정화기를 들여 놓는다고 동네의 공기를 정화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중국과 미국 등에 녹색원조를 할 필요가 없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꺼리는 중이다. 미국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배출권거래제에 대하여 부정적인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당분간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추진하였지만, 산업계의 우려가 컸기 때문에 도입을 연기한 상황이다. 호주는 현재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산업계의 반대가 매우 커서 당초 '10년에 도입한다는 계획이 현재까지 수년간 미루어지면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이와 반대로 배출권거래제를 이미 도입한 EU와 뉴질랜드의 경우, 무역의존도와 산업구조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미국, 일본 등의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 수준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가적인 규모로 강제적인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려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범사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국제 기후변화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온실가스 의무부담에 대한 의견대립 때문인데, 세계경제가 유럽발 금융위기 등으로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후변화 협상 타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가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도가 도입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행되는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규제를 다른 규제로 바꾸면 실제 기업들은 두 가지 규제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갖는다.

그리고 이 법이 제정되면 내년에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이 되는 기업의 상당수가 2015년에는 배출권거래제로 전환하게 되는데, 목표관리제에 비해 배출권거래제가 오히려 감축비용을 줄이는 더 좋은 제도라는 주장이 있으나, 중소기업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곳은 계속 목표관리제에 남겨두면서 대규모 배출원에 대해서만 배출권거래제로 옮기는 것은 결과적으로 배출권거래제가 더 강력한 규제라는 반증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부담을 감안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해 조사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의 3분의 2, 즉 67%는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규제 도입을 선진국이 도입한 이후나 또는 선진국들이 도입할 때 우리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규제가 도입되면 이에 따라 얼마를 기꺼이 부담하겠냐는 질문에 45%가 1인당 매달 1천원 미만을 부담하겠다고 응답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국민경제적 부담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국회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산업계는 이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에너지 절약에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의 에너지 효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철이나 석유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 지수를 비교해 보면 일본, EU, 미국 등에 비해 적게는 5%, 많게는 20% 정도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다. 그리고 지난 수년 간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였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미래를 위해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방법론에 있어 국제동향을 무시한 채, 산업계에 무리한 부담을 요구하여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임상혁  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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