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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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구상’
  • 허영섭
  • 승인 2011.11.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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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과 환경보호 위해 노력할 것"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의 구상이 눈길을 끕니다. 며칠 전 미국 소스북스(Sourcebooks) 출판사에 의해 발간된 영문 자서전을 통해 “지속 가능한 푸른 미래를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고 녹색성장과 환경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교육하는 일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지의 길(The Uncharted Path)’이라는 자서전의 제목처럼 퇴임 후에도 계속 새롭게 개척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허영섭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특히 이 대통령은 가난 속에서 노력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힘쓰겠다는 의욕도 나타냈습니다. 그 자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재능은 있지만 집안의 경제적 뒷받침 여력이 없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짙은 연민의 감정을 지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정부가 최근 고졸 출신자들에 대한 취업 문호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방안의 일환이겠지요.

임기를 마치기까지는 아직 1년 4개월이나 남아 있는데도 일찌감치 그 이후의 계획을 밝힌 것을 보면 이에 대해 상당히 많은 생각을 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러시아로 출국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한반도를 관통하는 가스관 설치 문제를 논의한 데 연이어 프랑스 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최근의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퇴임 이후의 구상과 관련이 없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 이후에도 재임 기간의 경험과 경륜을 살려 국민들에게 봉사했던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이러한 각오와 다짐은 반길 만합니다. 오히려 그동안에는 전직 대통령들이 여야의 정치 싸움에 개입되거나 사법처리 대상이 되었고, 심지어 스스로 마지막 운명을 선택해야 했던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국가적으로 막대한 불행이자 손실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의 구상 가운데서도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지원하겠다는 언급은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이른바 2040 세대의 불만해소 방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보궐선거가 패배로 판명나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특히 젊은 세대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밝혔으며, 며칠 전의 라디오 연설에서도 “어떻게 하면 우리 젊은이들에게 안정과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경제난과 청년실업, 빈부격차에 시달리면서 젊은 계층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비싼 등록금과 전셋값, 가계대출의 부담이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입니다. 근무조건에서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도 전국적으로 60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로 인한 정부 불신과 분노가 ‘정권 심판론’으로 나타났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후보에게 반사적인 지지표가 몰린 것이 그 결과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굳이 젊은 세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경제 대통령’을 자처했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위장전입자들과 다운계약서로 세금을 빼돌린 사람들을 두루 요직에 앉힌 데 대한 실망감이 작지 않습니다. 하나둘 드러나는 측근 비리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나름대로의 찬사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희망은 없고 갑갑한 마음뿐이라는 게 적잖은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더욱이 보궐선거 직전에 터져나온 내곡동 사저 계획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실명제를 어기면서까지 이 대통령의 아들 명의로 토지가 거래됐으며, 그 자금 출처도 명쾌하지 않습니다. 의혹이 확대되면서 계획이 전면 철회되고 기존의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기로 최종 결정됐지만 논현동 자택에 대해서도 일부분이 상가로 용도 변경됨으로써 세금 문제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 진행되는 국정난맥의 상당 부분은 이 대통령의 가까운 주변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혁신의 우선순위를 청와대로 꼽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서 더는 예의를 지키고 배려할 이유가 없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이 대통령에 대해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여권의 위기가 이 대통령의 실정으로 빚어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정인데도 청와대의 대응책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가 않습니다. 선거패배로 표출된 민심수습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문제가 유야무야되고 있으며, 경호처장 후임 인사도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진 저로서는 더욱더 깊이 고뇌하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 언급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입니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서도 그래야만 합니다. 아직 기회도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퇴임 후에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앞에서 거론된 여러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만이라도 국민들의 진정한 뜻을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힌 대로 지금까지의 위대한 모험과 영광의 역정이 퇴임 후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허영섭/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허영섭  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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