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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건
  • 승인 2011.10.3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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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29일 사이에 강원도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씨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2011 박경리문학제’에 다녀왔습니다.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달린 이 문학제는 ‘전쟁체험과 박경리문학’ 제하의 문학포럼과, ‘물과인간, 아름다운 동행’ 제하의 환경포럼 그리고 박경리문학상 시상, 지휘자 금난새의 유라시아 오케스트라의 기념음악제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졌습니다.

      임종건 교수
생전의 박경리씨는 원주 변두리에 있는 산중 서재에 은둔한채 불후의 작품 ‘토지’를 탈고했습니다. 고인은 만년들어 집필만큼의 열정으로 사회활동을 했던 분야가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생명존중운동이었습니다. 청계천 복원운동은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청계천 복원의 아이디어는 일단의 학자군과 시민단체에서 제기됐으나 그 모태는 박경리의 생명존중 사상이었고, 추진력도 거기서 나왔습니다. 2000년 청계천 복원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최초의 모임이 열렸던 곳이 토지문화관이었고, 그 모임의 한 가운데에 박경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2002년 고인의 외동 딸이고, 토지문화관 이사장인 김영주 여사가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참관했던 환경포럼에선 물과 환경에 관한 많은 인문학적, 생태학적, 과학기술적인 담론들이 오갔습니다. 소중하다면서도 함부로 쓰는 것이 물입니다. 알면서도 잊고 있거나, 아는 듯하지만 실제는 모르는 인간의 물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갖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사회학자인 박영신 연세대명예교수는 ‘물에는 남북이 없다’고 했습니다. 남북분단이 인간이 저지른 자연파괴임을 새삼 섬뜩하게 알려준 경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많이 쓰는 것이 잘 사는 것의 기준이 된 사회에서 끝모를 인간의 이기주의와 탐욕이 지구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는 염려도 했습니다. 그는 핸드폰에 알람을 설정하듯이 마음 속에 이기심과 탐욕을 경계하는 알람을 설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화학자인 노수홍 연세대교수는 세상에 있는 물건 중에서 인간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것은 5%이고, 나머지 95%는 없어도 별로 지장이 없는 것들이라고 전제하고, 인류의 편익증진을 구실로 이런 물건을 만들어 대량소비를 촉진시킨 책임은 엔지니어의 몫이라고 고백하듯이 말했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신적인 캠페인도 필요하겠지만 과학기술이 결자해지의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비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에너지 소비임을 상기시킨 그는 청중을 안심시키려는 듯 에너지절약을 위한 기술적 진보가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다양하게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하수처리만해도 집중화, 거대화가 그동안의 추세였다면 이제부턴 분산화, 소규모화가 추세가 될 것이라며 각 가정에서 쓰이는 물도 가정에서 처리해서 재활용하고, 화장실 분뇨까지도 가정별로 처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규모 처리시설까지 이르는 길고도 복잡한 관로(管路)를 거치며 빚어지는 온갖 비효율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개별 가정용 전기에너지원으로 태양광이나 태양열이 이용되고 있는 터에 상하수 생산 및 처리 기술의 발전이 더해지리라는 예측인 것입니다. ‘내가 마실 산소 내가 만들자’는 내가 언론사 경영자였을 당시 아파트의 베란다나 주택의 옥상에 화초를 가꾸자는 캠페인을 구상하면서 생각했던 캐치프레이즈였습니다. 물, 공기, 전기,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이 세가지 에너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새삼 다짐해 봅니다.

노자(老子)연구가인 김시현 인제대교수는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에서 물 얘기의 단초를 열었습니다. 그는 ‘물은 자연의 상징이요, 자연은 문명의 이념이다’라며, 결국 치수(治水)는 치인(治人)이라고 했습니다. 치수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현 정부의 4대강 정책을 돌아보게하는 주제였습니다.

김제완 한국과학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물의 기원을 태초의 시점으로 되돌렸습니다. 태초에 지구는 수소의 덩어리였는데 다른 별이 폭발하면서 생긴 산소를 끌어다 물을 만들어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지구의 생명체가 별에서 왔다는 것은 그래서 맞는 얘기라는 겁니다.

사람이 죽으면 우주의 어느 별로 가서 그 별의 주인이 될거라는 어릴적의 생각을 나는 아직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시인 윤동주가 헤이던 별, 어린왕자가 떠나온 별, “저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이란 ‘어른용 동요’속의 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별의 별 별 얘기까지 생각하게 해주는 물은 이래저래 고마운 존재입니다.

임종건/ 한남대학교 교수/ 전 서울경제신문 사장 
 

임종건  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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