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실적 부진이 시장 변화에 대한 오판 때문이라는 분석이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세단에서 SUV로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는데 적응하지 못하고 노후화된 세단 라인업을 유지해 판매 둔화를 자초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점차 힘을 얻고 있는 '현대차 위기설'이 경영진의 판단미스 때문이라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블룸버그 테크놀러지는 26일(현지시간) "현대차가 소비자들의 변화를 잘못 판단해 세단 판매 인센티브를 늘렸고, 결국 최대 시장(미국)에서 SUV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컴팩트 SUV '코나'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부진했던 2010년 이후 최저 성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의 2분기 미국 판매량은 17만75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줄었다. 미국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수치다. 반면 상반기 미국 인센티브는 대당 2800달러(약 314만원)로 지난해에 비해 32% 늘었다. 2분기 실적에 반영된 리콜비용 등만 해도 6000억원에 이른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상무는 지난 26일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미국 시장에서 경쟁 심화 결과로 인센티브가 전분기 대비 32% 증가했다"며 "주요 모델의 노후화로 재고 수준도 전분기 3.7개월에서 3.9개월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후 모델의 판매 감소가 인센티브 증가로 이어지며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풀이된다.
하반기 미국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 3분기에 도요타가 새로운 캠리를 미국에 출시할 예정으로 세단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SUV 라인업 중 코나를 제외하면 신차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투싼과 싼타페는 모델 노후화로 중대형 SUV 시장에서 판매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드 직격탄을 맞은 중국 시장에서는 실적이 반토막 났다. 판매량은 6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약 80만대 정도를 팔았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0만대로 줄었다.
또 중국 현지 브랜드와 합작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며 경쟁은 점차 치열해 지고 있다.
사드로 인한 무역 보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중국의 반한 감정도 유지되며 중국 시장에서의 3분기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상반기 국내 시장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게다가 3분기 노조 파업 가능성도 있어 '현대차 위기설'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