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기업은행이 자회사 대표와 전무이사를 모두 내부 인사로 선임하면서 관치금융 우려를 씻어냈다. 비록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나 내부 출신의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내세운 ‘반듯한 금융’은 노조의 반발 없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상대로 공정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관료 출신이 행장으로 내정되는 경우가 잦아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한 편이다.

기업은행장 선임은 공모나 임원추천위원회 등 별도 기관없이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내부 사정에 능통한 김성태 전무가 행장으로 내정됐지만 관치금융 논란이 계속 된 이유다.

하지만 자회사 대표와 행내 2인자로 불리는 전무이사가 모두 내부 인사로 선임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지난 1월 기업은행은 김성태 행장의 취임과 동시에 정기인사를 시행했다. 신임 부행장, 본부장 등을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기존 이사진도 개편했다. 행내 2인자로 불리는 전무이사를 김형일 경영지원그룹장으로 내정했다.

다만 김세직 교수와 신충식 고문을 대신해 이근경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전현배 서강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관치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간 기업은행은 관치금융 논란이 끊이지 않아 업계로부터 많은 우려와 걱정을 받아왔다”며 “최근 자회사 대표와 전무이사를 모두 내부 인사로 임명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은 기우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관치금융 우려를 덜어낸 기업은행은 올해 경영슬로건을 ‘새롭게 도약하는 IBK’로 정하며 ▲위기극복 ▲내실성장 ▲미래선도 등 3가지를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위기극복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고금리·고물가,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자금조달과 금융비용에 부담이 겪지 않도록 돕는다.

‘내실성장’을 위해 고객 최우선 경영체계를 확립한다. 의사결정 시 항상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며 상품·서비스, 시스템·제도, 인식·관행 등을 고객 중심으로 변화한다.

중소기업이 ‘미래선도’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지원한다. ESG·디지털 전환 흐름에 도태되지 않게 혁신 창업 생태계 고도화와 기술 개발·사업화 지원에 앞장선다.

김성태 행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체계를 완성하고 철저한 내부통제로 금융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공정하고 활력이 넘치는 조직을 위해 역량과 성과 중심의 인사문화와 소통을 통한 건설적인 노사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기업이자 시중은행의 업무도 담당하는 특수은행이다. 정부의 뜻을 따르면서 시중은행의 역할도 충실해야 한다”며 “기업은행의 내부사정을 잘 이해하면서 정부의 뜻에 동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노조가 모피아 인사를 반대하는 이유도 위와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관치 금융을 시전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성태 회장을 믿고 핵심 인력까지 내부 인사로 선임하게 뒀다”며 “이제 남은건 기업은행이 가진 특수성을 강화하면서 공정한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