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이불개(過而不改)' 한국타이어,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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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이불개(過而不改)' 한국타이어, 왜 이러나?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03.15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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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번째 화재, 피해도 극심...시설투자는 제자리
- 반복되는 산업재해에도 작업환경 개선에는 관심 無
- 또다시 구속된 조현범 회장, 오너 눈치보기에 방관하는 조 회장의 일탈

비슷한 공장 화재 사고가 4년 주기로 발생한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산업재해로 노사정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졌다.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오너는 불법행위로 구속됐다.

타이어 매출액 국내 1위, 세계 6위의 글로벌 기업 한국타이어의 이야기다. 포르쉐·BMW·벤츠의 신형 고성능 차량에 탑재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딱 거기까지라고 평가한다.

반복되는 화재사고·산업재해·오너 리스크에 노측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타이어,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5번째 화재, 피해도 극심...시설투자는 제자리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사진=인터넷 캡처]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사진=인터넷 캡처]

지난 12일 오후 10시경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잊혀질만하면 또 터지는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회사측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화재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인터뷰를 하려는데 전화기 너머로 한숨소리부터 들린다. “고치지 않으면 또 발생한다고 수차례 말했는데….”   

최충석 전주대학교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진압설비보다 예방설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기업들이 관련 설비에 투자를 하지 않아 화재가 반복해서 발생한다”면서 “오래전에 지어진 한국타이어 공장은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기 때문에 화재진압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타이어 적층 방식에도 문제가 있어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라면서 “타이어는 소재 특성상 화재가 나면 유독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화재 예방과 관련 시설에 투자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생한 화재는 2002년 처음 화재가 발생한 이후 5번째 화재다. 아직 화재의 원인이나 피해 규모에 대해서 정확히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인근 거주자들은 화재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신탄진 거주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화재로 인한 피해를 인증하는 사진들과 정당한 피해보상을 위해 의견을 모으자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왔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로 인한 피해[사진=인터넷 캡처]
화재로 인한 피해[사진=인터넷 캡처]

석봉동에 사는 A씨는 “아기가 있는 집인데, 이번 공장 화재로 집 전체에 분진과 그을림 때문에 아기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신탄진동에 사는 B씨는 “숨 쉴 때 마다 콧속으로 깊게 박히는 냄새와 공기 때문인지 목이 계속 칼칼하다”라며, 유해성분으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한국타이어측은 집집마다 ‘한국타이어 화재 피해 현황’을 배포하고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집값 하락 등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피해도 있으며, 한국타이어 공장의 반복되는 화재에 자신들만 피해를 봐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타이어측은 “과거 화재 발생시 대책을 마련했고, 현재는 개정된 법에 따라 적합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피해를 확인하고 있고, 파악하는 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15일) 오전 8시경, 대덕소방서장이 완전 진압을 선언하면서 불은 꺼졌다. 

반복되는 산업재해에도 작업환경 개선에는 관심 無

* 한국타이어의 산업재해 발생 현황

- 2017년 : 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타이어 노동자 폐암 사망 원인으로 ‘고무흄’ 지목

- 2012년 : 다섯 번째 ‘급성 골수성 백혈병’ 산업재해 인정

- 2009년 : 대전지방법원, 사업주 관리 부실로 심장질환 사망률 5.6배 높다고 판결

- 2007년 :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으로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적발

2020년 12월 대전고용노동청은 한국타이어 공장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모두 699건의 관련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청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499건에 대해 책임자를 형사 입건했고, 관리상 조치 미흡 등 200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4억여원을 부과했다. 

사고 관련 호이스트 모터[사진=인터넷 캡처]
사고 관련 호이스트 모터[사진=인터넷 캡처]

지난해 10월에는 노동자 머리 위에 있는 호이스트(250kg용) 모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달 성형공정 LTR 성형기에서 노동자가 말려 들어가는 끔찍한 일도 있었다. 이 기계는 과거 2020년에도 이미 사망사고의 선례가 있다. 사측은 이후에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21년에는 정련공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끼임사고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안전분야에 78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전면작업중지’ 조치는 피할 수 있었지만, 이후에도 안전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이에 대해 노측은 “국내 공장에 투자를 안하기 때문에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타이어산업은 노동집약산업이기 때문에 업무량과 업무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설립 이전에는 치료비를 사비로 지불해야하는 수준이었다”라면서, “그나마 노조설립 이후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측의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한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사태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노사가 함께 시설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때 산업재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또다시 구속된 조현범 회장, 오너 눈치보기에 방관하는 조 회장의 일탈

조현범 회장[사진=한국타이어 홈페이지]
조현범 회장[사진=한국타이어 홈페이지]

* 한국타이어의 오너리스크 

- 2023년 : 조현범 회장 계열사 부당지원과 배당금 편취 혐의로 구속기소

- 2019년 : 조현범 회장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 2015년 : 세습경영과 편법승계 과정에서 내부거래율 90%에 육박

오너 리스크도 심각하다. 최근 조현범 회장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한 내부거래를 한 점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구속됐다. 이번 부당거래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행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 크다.

조 회장은 과거에도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적이 있다. 당시 납품의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모두 6억원 가량을 챙겼고, 계열사 자금 2억원을 빼돌린 혐의가 인정됐다. 조 회장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으며, 이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노측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취업을 제한해야 함에도 복귀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조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최근 구속 전까지 어떠한 제약 없이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노측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경영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오너 일가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너 눈치보기가 거수기로 이어지고, 거수기가 조 회장의 개인일탈을 방관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끊어질 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의 사태를 지켜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좋은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이나 제품의 품질을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어느 기업이나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리스크가 없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이처럼 반복되는 화재와 산재, 오너 리스크 등이 제품 브랜드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해진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고객들이 차량을 인수받을 때 한국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으면 좋아한다. 타사의 타이어가 장착돼있을 것을 우려해 옵션으로 고가의 타이어를 선택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로 공장 노동자들이 비난을 받지 않을까 두렵다”면서 “타이어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흘린 땀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사측이 경영방식이나 노동환경 개선에 힘썼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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