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UHD 방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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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UHD 방송인가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5.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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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부터 수도권 UHD 본방송 개시...정작 제대로 시청 가능한 가구는 극히 일부

오는 5월 31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세계최초로 UHD(초고화질) 본방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기존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4K UHD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지만 TV수상기의 안테나로 신호를 수신하는 첫 사례다.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2027년까지 HD 방송을 중단하고 UHD 방송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UHD 방송은 기존 FHD(Full HD, 1920X1080) 방송에 비해 수치상으로 4배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해상도가 무려 3840X2160에 달한다. 

방송사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의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을 최초의 5G 올림픽으로 구현하고 세계에 UHD 화질로 중계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방송인지 의문이다. 

일반 가정에서 UHD 방송을 시청하려면 당연하게도 UHD TV가 있어야 한다. UHD TV 중에서도 지상파가 전송하는 규격의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표 가전기업들이 각각 자사의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UHD TV를 내놓고 있다. 삼성의 QLED TV, LG의 올레드 TV 등. 뛰어난 화질과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지만 가격은 50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각사가 자랑하는 QLED나 올레드 기술은 아니지만 UHD 화질을 구현하는 최신 기술과 고화질이 구현된 TV들도 물론 있다. 이 제품들도 화면 크기에 따라 200만원~5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100만원 미만의 중소기업 제품들도 UHD 화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제품들에 장착된 수신장치는 국내 규격에 맞지 않는다. 

참고로 국내 UHD 방송 규격은 미국식인 ATSC 3.0가 채택됐다. 대부분의 중소업체 제품들은 유럽식인 DVB-T2 규격이 탑재된다. 또 이미 판매된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의 UHD TV 약 100만대(추정) 가량도 유럽식 규격을 적용했다. 

물론 변환기를 설치하면 유럽식 규격을 미국식으로 변환해 시청이 가능하다. 변환기 가격도 약 5만원~7만원 가량이다.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적당한 TV를 구했다고 해도 원활한 시청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가장 대중화된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서는 대부분 공청 안테나를 활용해 지상파를 수신한다. 

벽에 있는 안테나 선을 TV뒤에 꽂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대다수의 안테나에서 UHD 방송 수신이 불가능하다. 현재 방송중인 HD와 변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각 가정의 TV마다 별도의 안테나를 설치하면 가능하다. 

그래도 난청지역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적당한 TV에 안테나까지 설치했다고 해도 KBS1/2, MBC, SBS, EBS 채널 전부가 잡히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가정이 가입돼 있는 케이블 방송, IPTV를 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 위해서도 UHD를 지원하는 셋톱박스로 교체가 필요하다. TV는 물론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당장 IPTV나 케이블 TV로 UHD 화질의 지상파 시청은 어렵다. 

재전송 문제와 프로토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상파를 유료 TV로 보기 위해서는 지상파 재전송 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 UHD 방송은 지상파의 의무재전송이 아니다. 지상파 입장에서 무상으로 재전송을 해 줄리도 만무하다. 지난한 재전송 가격 협상이 예상된다. 

미국식 UHD 표준은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지원한다. 개인화,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과 모바일 HD방송이 가능한 것이 미국식의 장점이다. 

그런데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은 TP 프로토콜을 지원한다. 당장 재전송을 한다해도 기술 규격이 맞지 않다.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은 그냥 넘어간다 해도 당장 제대로 UHD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백만원대의 TV에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 두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무엇을 위해 UHD 방송을 제대로 된 준비나 계획도 없이 급하게 진행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술적 문제나 규격 문제는 시간을 가지고 협의하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대로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위해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의심을 거두기가 어려워 보인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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