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LH, 공공임대용 미분양 주택 매입 두고 논란 확산...경실련 "최저가 경매 도입하고 후분양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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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론을박] LH, 공공임대용 미분양 주택 매입 두고 논란 확산...경실련 "최저가 경매 도입하고 후분양제 도입해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3.02.0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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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장관 "미분양 해소, 자구노력이 먼저...매입임대, 미분양 해소 제도 아냐"
- 지난해 미분양 7만호 육박...함영진 랩장 "1월 청약경쟁률 0.3:1 올해 들어 미분양 증가 추세"
- 김헌동 사장 "SH, 6000채 할당된 매입임대 예산 아껴 지난해 여름 홍수로 고생한 반지하주택 매입 추진"
- 경실련 "미분양 주택 반값에 매입해야...약정 매입도 최저가 입찰·경매 방식 도입해 예산 낭비 없애고 후분양제 도입해야"
- 참여연대 "장기공공임대 5.8% 불과해 늘려야 하지만 매입 임대 원칙. 기준 필요"...작년 10월에는 "매입임대 확대" 요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한준)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LH는 서울 강북구의 전용면적 19∼24㎡ 짜리 미분양 아파트 36채를 지난해 12월 사들였다. 1채당 2억1000만∼2억6000만원씩 총 79억5000만원이 들었다. 분양가에서 15% 할인해도 미분양됐던 아파트를 LH가 분양가 대비 12% 낮은 가격에 매입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또한 이 가격은 그 동안 여러차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김헌동)가 공개했던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당 분양원가에 비해서도 2배를 넘는 가격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원희룡 SNS 갈무리]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원희룡 SNS 갈무리]

원희룡 "LH 매입 주택, 내 돈이면 이 값에는 안 사...미분양, 자구 노력이 우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기사가 나간 직후인 작년 말 'LH가 매입한 임대주택,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는 안 산다'며 자신의 SNS를 통해 비판하고 나섰다. 

원희룡 장관은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국민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이어 "매입임대제도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하는 주거복지제도로,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용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분양 아파트 급증에 따른 건설업계의 줄도산 우려 기사들이 잇따르면서 매입임대에 대한 찬성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자 원 장관은 "(건설업계의) 미분양 해소, 자구노력이 먼저"라며 "매입임대제도는 취약계층 주거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지, 건설사의 미분양을 해소해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거듭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미분양 주택은 소비자들이 ‘그 가격으로는 사지 않겠다’는 주택"이라면서 "비싸서 소비자들이 사지 않는 주택을, 정부가 세금으로, 그것도 건설사가 원하는 가격으로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원 장관은 이어 "미분양 중에도 분양가를 낮추니 바로 완판된 사례들도 있다"면서 "미분양 주택 문제가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미분양 매입을 고민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먼저"라고 밝혔다. 

작년말 미분양 주택 6.8만호 육박...함영진 직방 랩장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 0.3대 1"

실제로 미분양 주택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지난달 말 공개한 ‘2022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107호로, 이는 전월보다 17.4%(1만80호) 늘어난 수치다. 미분양 주택이 6만8107호를 넘어선 것은 2013년 8월(6만8119호) 이후 9년4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서 미분양 주택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 미달률 [자료=직방]

함영진 직방 랩장은 "지난달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은 0.3대 1로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전년동월(12.6대 1) 대비 큰폭으로 하락했다"며 "전국 1순위 청약미달률은 지난달 73.8%을 기록했고, 전년동월(0.8%) 대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이어 "전국 1순위 청약미달률은 작년 11월 이후 매우 높은 수치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 랩장에 따르면 작년 11월 28.6%였던 1순위 청약 미달률은, 작년 12월 54.7%, 지난달 73.8%로 급증하는 추세다. 

만일 건설업계 줄도산을 막기 위해 LH가 미분양 주택을 사준다고 가정하면, 10만호 이상을 귝민 세금으로 사줘야 하는 셈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 "저소득층 매입임대주택 공급 축소하는 서울시·SH공사 규탄한다"

미분양과 상관없이 매입임대 축소를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주거권네트워크 등 주거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SH공사의 저소득층 매입임대주택 축소에 대해 규탄하고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매입임대주택 축소를 규탄하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 [사진=참여연대]

당시 참여연대는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김헌동)가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축소하고 있어, 취약계층 주거복지 강화 필요성에 역행하고 있다"며 "SH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내년부터 공사의 분담을 축소하거나 아예 매입임대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입임대주택을 기다리는 수많은 대기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초 집중 호우로 인한 반지하 재난 참사 이후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복지 강화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면서 "특히 저소득 가구의 경우 접근성과 지역 기반 복지, 관계망의 지속적 유지 등의 필요로 인해 현재의 생활권을 벗어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도심 생활권내 공급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인 매입임대주택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작년 9월까지 단 169호, 올해 목표의 2.7%만 공급했다고 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가 진정 반지하 가구의 주거상향을 지원하겠다면,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시와 공사의 재정을 대폭 증액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SH사장직에 재공모에 지원한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 [사진=녹색경제신문]
김헌동 SH사장 [사진=녹색경제신문]

SH "6000채 할당 매입임대 주택 중 15%인 850채만 매입...아낀 예산으로 반지하주택 매입 추진 검토 중"

실제로 SH는 지난해 국토부가 할당한 6150채 중 약 15%에 해당하는 850채만 사들였다. 

김헌동 SH사장은 "SH는 주택 중개업자나 매매업자가 아니라 건설공기업"이라며 "SH가 1억원에 지을 수 있는 집을 2억원에 사달라고 하는데 시민들이 낸 세금을 그렇게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헌동 사장은 이어 "SH의 설립목적이 서울시의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인 만큼 이렇게 아낀 예산을 지난해 여름 홍수로 문제가 지적됐던 반지하주택 매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참여연대는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18일 성명에서 "서울 강북 미분양 아파트 고가 매입 의혹 해명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수요·예산 고려 없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으로 공공임대 공급 축소 우려된다"며 "건설사 부실 위험 때문에 LH의 손실을 초래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사진=녹색경제]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사진=녹색경제]

경실련 "미분양 주택 반값에 매입해야...최근 몇년간 집값 2배 이상 폭등"

또 다른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주택 매입 가격을 절반으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얼핏 매입임대주택 확대는 건설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고, 취약계층에게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몇 년간 집값폭등으로 서울, 경기 등 모든 집값이 두 배 이상 폭등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서울시와 SH의 매입임대 재정을 증액할 것이 아니라, 주택 매입가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미분양 매입은 물론, 1년에 수만여채씩 사들이는 약정매입도 최저가 입찰, 경매 방식 등을 도입해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주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이 SH 기존주택 매입임대 취득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입임대 평당 취득가격은 1640만원이었으며, 20평형 가격은 3억3000만원이다. 이는 내곡·수서·위례 등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새로 지었을 때 드는 건설원가 평당 930만원, 20평형 1억9000만원의 1.8배에 달한다"면서 "감정가를 기준으로 삼아 시세대로 주택을 사들인다면 엄청난 예산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같은 대량 미분양의 근본 원인을 선분양제에 있다고 보고 후분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 사무총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현행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부실시공을 비롯한 막대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왔다. 후분양제는 주택 소비자들을 효율적으로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주택건설을 어렵게 해 미분양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예산낭비를 최소화하고 서민주거 안정을 최대한 도모 할 수 있는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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