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 이야기] 온라인 데이팅 앱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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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유럽 이야기] 온라인 데이팅 앱의 진화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2.12.1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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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랜선 연애의 페이스북 ‘틴더’의 성장세 주춤
- 동성 및 성소수자 전문/여성 주도/동일 가치관 공유 등 추구 관계 세분화

내가 아는 오스트리아인 구드룬 렘베르크(*사생활 보호 위한 가명 처리) 씨는 올해 예순두 살의 장년(長年) 여성이다. 2년 전 은퇴한 후 정원 가꾸기, 피트니스, 무용 레슨, 극장 관람, 스페인어 배우기 등 여가 활동과 사교로 빽빽하게 계획된 하루하루를 보내며 전성기 커리어우먼 시절에 못지않은 활기찬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는 미혼이지만 외롭지 않다.

구드룬 씨는 새로운 만남이나 데이트 상대가 필요할 때면 온라인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에 로그인해 연령대와 취미가 맞는 남성을 찾아 나선다. 과거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직장, 나이대, 문화적 배경의 남성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지만 은퇴 이후부턴 틴더가 연애 공백을 채워주고 있다. “데이트는 연애나 결혼 전 거치는 진지한 교제이기 앞서 다양한 새 상대와 유쾌한 대화와 여가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런가하면 또 내가 아는 젊은 20대 직장인 아가씨인 사라 막서(*가명)도 데이팅 앱을 통해서 늘 멋진 남자 친구를 찾는다. 그녀는 상대방 남성이 어떤 책을 읽는지, 함께 야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상대인지 등 공통된 가치관과 취미를 선발 조건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최근 서유럽에서는 데이팅 앱이 일상 속 대중 문화로 깊이 파고들었다.

로맨스에 불을 지핀다는 의미를 띤 틴더 앱이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틴더는 상대 사진이 맘에 들면 오른쪽, 맘에 안들면 왼쪽 스와이프하는 결과에 따라 매칭 결과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에서는 틴더가 중개한 만남의 10%가 결혼에 골인했다. Photo: Hello I'm Nik=Unsplash
로맨스에 불을 지핀다는 의미를 띤 틴더 앱이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틴더는 상대 사진이 맘에 들면 오른쪽, 맘에 안들면 왼쪽 스와이프하는 사용자 피드백에 따라 매칭 결과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에서는 데이팅 앱으로 중개된 만남의 10%가 결혼에 골인했다. Photo: Hello I'm Nik=Unsplash

유럽은 나라마다 다른 언어를 쓰는 다언어 대륙이다.  프랑스의 해픈(Happn) 앱,  독일의 스포티드(Spotted) 앱, 스위스의 파십(Parship) 앱 등 각 나라 언어와 연애 문화를 반영한 국가대표 데이팅 앱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서 건너온 틴더가 로컬리제이션 공략으로 가장 큰 회원을 보유한 제1 데이팅 앱으로 군림했다.

해픈은 회원들에게 일상에서 스쳐간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게끔 주선해주고, 스포티드는 비즈니스 인맥 SNS인 링크드인(Linkedin)과 유사하게 실생활 속 인맥망에서 연애 상대를 매칭 시켜주는 전략을 쓴다. 

반면, 틴더는 순수하게 사용자들이 직접 업로드한 프로파일 정보와 자체 매칭 알고리즘에 기반한 파트너 제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틴더(Tinder) 앱은 본래 미국 헐리우드에서 매치박스(Matchbox)라는 이름의 플랫폼으로 창업됐다가 틴더로 개명하고 2012년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 런칭했다. 그 후 틴더는 2022년 기준 190국에서 년간 실사용 회원수 7,500만을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이 됐다. 

유럽의 톱 3 틴더 사용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로 집계됐고, 호주에서도 320만 회원이 이용중이다(자료: Earthweb, 2022년). 호주의 심리학자 메이 프란드센(Mai Frandsen)에 따르면, 서구의 성인 절반가량은 한 번쯤은 써봤을 만큼 데이팅 앱은 보편화됐다고 말한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기에 접어든 후로 전 세계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매개로 다시 데이트 활동에 본격 돌입했다.

프랑스 개봉작 '제로 퍽스 기븐(Rien à foutre)'(2021년)의 한 장면. 항공사 여승무원으로 일하는 영화 속 주인공 카상드르는 낯선 도시서 머물 때마다 틴더 앱으로 인근 남성과 테이트를 한다. 글로벌화 문화에 익숙한 Z세대는 장기 파트너십이나 결혼 같은 구속적 관계보다는 다양한 체험 위주의 연애를 원한다고 시장조사업체들은 주장한다. Image=capture
프랑스 개봉작 '제로 퍽스 기븐(Rien à foutre)'(2021년)의 한 장면. 항공사 여승무원으로 일하는 영화 속 주인공 카상드르는 낯선 도시서 머물 때마다 틴더 앱으로 인근 남성과 테이트를 한다. 글로벌화 문화에 익숙한 Z세대는 장기 파트너십이나 결혼 같은 구속적 관계보다는 다양한 체험 위주의 연애를 원한다고 시장조사업체들은 주장한다. Image=capture

2012년 론칭 당시, 틴더의 주 사용자층은 성인 세대이자 결혼 적령기 밀레니얼 세대가 이뤘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틴더 사용자층의 분포도는 광범위해졌다.  연령대 별로는 25~34세(밀레니얼 세대)가 약 절반, 18~24세(Z세대)가 38%, 그리고 40대 후반~50세 이상 중장년층 10%로 구성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구드룬 씨의 경우처럼 최근들어 50세 이상 중장년층 사용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사용자들이 틴더를 가벼운 원나이트(hookup) 대상을 찾는데 활용하는 반면, 중장년 사용자들은 그 보다 진지한 동반자를 찾는 과정으로써 사용한다.

그 사이, 십대와 Z세대들은 보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력과 AI 알고리즘 기술로 뒷받침된 신흥 경쟁 플랫폼들 — 예컨대, 범블(Bumble) , 서스데이(Thursday), 힌지(Hinge) 등 — 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틴더의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이유다(자료: 파이낸셜타임스).

Z세대 시장조사 연구소 유스사이트(YouthSight)에 따르면, Z세대의 절반은 행복한 싱글로 머물면서 연애 체험을 원하며 틴더처럼 사용자 입력 데이터에 따라 스와이프 하는 인위적 소개팅 방식에 식상해있다. 

데이팅 앱 업계는 테크를 이용해 자연스럽고 운명적인 듯한 만남을 조성하는 디지털 혁신과 알고리즘 개선이 필요하다.

범블(Bumble)과 바두(Badoo) 앱은 여성 사용자를 겨냥한 여성 대 여성 데이트와 여자 베프 온라인 주선이라는 니시 전략으로 노화기에 접어든 틴더 앱에 도전한다.

작년부터 회원 수 증가율 20%를 기록하며 급성장 중인 범블은 모든 연애 앱 플랫폼에 남성 회원수가 여성 보다 많다는 점에 착안해 여성 회원이 먼저 대화 개시를 주도하도록 설계됐다. 서스데이 플랫폼은 근거리에 거주자들이 인근 핫플레이스나 행사에서 직접 만남을 격려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에서 창업된 데이팅 앱 '서스데이'는 가까이 사는 회원들을 인근 장소나 행사에서 직접 만남을 갖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취한다. Image: Thursday website.
영국에서 창업된 데이팅 앱 '서스데이'는 가까이 사는 회원들을 인근 장소나 행사에서 직접 만남을 갖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취한다. Image: Thursday website.

또, 틴더 앱 플랫폼의 총 사용자 중 20%는 LGBTQ 인구이며 Z세대군에서 LGBTQ 매칭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유동적 성정체성 문화에서 성장한 Z세대 특유의 연애관 및 성문화를 반영한다(자료: Metro). 예컨대, 힌지 앱은 Z세대 성소수지향 사용자와 동일한 가치관 위주의 플라토닉한 만남과 우정 관계를 원하는 사용자층을 매칭해주는데 주력한다.

심리학자들은 데이팅 앱의 세계적 성황의 이유를 짝짓기를 갈구하는 인간의 자연스런 본능의 발현이라 본다. 우리의 두뇌는 매력적인 새로운 상대를 만나고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짜릿한 경험을 도박에서 횡재하거나 마약의 약효로부터 느끼는 희열감과 동일하게 인지한다고 한다.

21세기 인류의 사랑과 짝짓기 행동은 앞으로 계속 온라인 디지털 혁신을 통해서 또 어떻게 발현되고 진화할 것인가? 싱글 라이프스타일 보편화, Z세대와 알파세대(Z세대를 이을 2010년 이후 태생 차세대) 인구 증가, 연애 및 결혼관의 변화, 노령 인구 증가세 속에서, 데이팅앱이 매개된 테크계의 인류학적 엔지니어링 실험은 앞으로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 분명하다.

박진아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거주. 녹색경제신문 유럽주재기자. 월간미술 비엔나 통신원. 미술평론가・디자인칼럼니스트. 경제와 테크 분야 최신 소식과 유럽 동향과 문화를 시사와 인문학적 관점을 엮어 관조해 보겠습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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