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 이제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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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 이제 그만 보고 싶다
  • 오풍연 논설위원
  • 승인 2022.09.2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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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대통령의 언어로서 적절하지 못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짧은 만남을 끝낸 뒤 윤석열 대통령이 일행들과 이동하면서 한 말이 하루 종일 국내외 전파를 탔다. 비속어도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외교적 참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 대상이 누가 됐든 논란의 소지가 컸다. 대통령실은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야당은 조문 외교에 이어 또 다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날 가장 논란이 된 건 윤 대통령의 ‘이 ××’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뒤 회의장을 나서면서 주변 참모진에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에서 언급한 글로벌펀드 관련 내용을 미국 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저잣거리 용어를 말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것.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함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경질 및 박진 외교부 장관 교체와 외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밝혔다. 우리 야당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22일(현지시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과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미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야당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미국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대통령 발언에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발언 경위에 대해 "우리나라는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의 공여 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러나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못할 것이라고 박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이에 박 장관은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영상 속 윤 대통령의 음성을 다시 한번 들어봐달라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예산을 '날리면'(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는 의미) 기부금 공여를 약속한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설명이다.

대통령실의 해명을 그대로 믿어도 문제는 남는다. 만약 야당을 겨냥했어도 그래선 안 된다. 이 같은 일을 또 보아야 하나.

오풍연 논설위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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