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 1위 OTT, 넷플릭스가 유난히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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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1위 OTT, 넷플릭스가 유난히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2.01.1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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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콘텐츠 물량 확대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올해 콘텐츠 제작만 20조원 이상 투자 계획
-한국 이어 ‘텃밭’ 북미에서도 요금 줄줄이 인상...디즈니+ 등 경쟁자 위협에도 가장 높은 구독료 유지
-SKB 망 사용료 대가 거부 의사도 여전히 ‘완강’...넷플릭스 “양질 콘텐츠 위해 이미 많은 금액 투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1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사업자 넷플릭스의 ‘수금 본색’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HBO 맥스 등 타 거대 경쟁사들이 시장 진출을 확대하며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이들과 맞서 가격경쟁 전략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요금 인상 카드를 계속해서 꺼내 들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대가를 둘러싼 갈등에서도 그렇다. 이미 관련 법적 공방에서 패배 쪽으로 기울어지는 움직임인데도, 여전히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며 지갑을 꽁꽁 싸매고 있다. 최근 높아진 한국 콘텐츠 시장의 위상을 고려하면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양보하는 길을 선택할 만 한데도 말이다.

이 정도면 소위 돈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넷플릭스가 이토록 돈 모으기에 혈안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OTT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체 제작 콘텐츠의 양질을 더욱 높이겠다고 판단하고 투자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OTT사업 수익은 대개, 유료가입자를 늘리거나 구독료를 높이거나 둘 중 하나의 방법을 택하기 마련인데, 넷플릭스는 이 둘을 동시에 가져가는 양상”이라며, “아무리 경쟁사가 치고 올라오고 구독료를 조금 높이는 일이 있더라도, 콘텐츠만 좋으면 가입자들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든 OTT사업자들이 잘 알고 있지만 넷플릭스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그만한 규모의 투자금을 쏟아붓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만큼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확신이 있고, 그래서 여기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라고 덧붙였다.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과 경쟁사들을 압도할만한 투자를 해야한다는 새로운 전략이 넷플릭스의 요금인상 등의 행태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올해만 20조원 이상 투자 방침...구독료 인상은 당연한 수순?


넷플릭스의 새 오리지널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새 오리지널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츠 제작에만 20조원 이상 투자할 거라는 전망이 속속 전해진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2년 한해 170억 달러(한화 약 20조 2300억원)를 신규 콘텐츠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25%, 2020년 대비로는 57% 증가한 규모에 달한다.

매년 투자 규모 20% 수준 이상 올리기 위해 탄탄한 자금 확보는 필수다. 구독료를 인상해 수익은 올리고 콘텐츠 제작 투자를 제외한 타 지출은 최대한 줄이는 전략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북미 지역 가입자의 월 구독료를 1~2달러씩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10월말 이후 1년 2개월 만에 올랐다. 앞서 2019년 1월 한번 인상하고 1년 9개월 만에 올린 것과 비교해 인상 주기가 줄어든 모습이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권이 넷플릭스의 전체 매출 비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텃밭’이라는 점에서, 추후 다른 지역 구독료 인상 여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11월 국내 요금도 한차례 인상된 바 있으며, 이외에도 넷플릭스는 여러 나라에서 구독료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구독료는 타 주요 글로벌 OTT사업자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미 시장 기준 이번 인상안을 반영할 시 넷플릭스의 월 스탠더드 플랜 요금은 미국에서 15.49달러, 캐나다에서는 16.49달러다. 반면 HBO 맥스는 월 14.99달러,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이보다 한참 못 미치는 월 7.99달러를 유지중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월 구독료는 베이직 9500원, 스탠다드 13500원, 프리미엄 17000원에 책정된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월 9900원, 연 9만9000원의 단일 요금제를 취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또 다른 글로벌 OTT 애플TV플러스의 구독료는 월 6500원이다.

넷플릭스는 이렇게 조성한 자금을 통해 올해에도 각종 오리지널 콘텐츠 출시를 예고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의 흥행과 더불어 2022년에도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 배경의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가치를 담은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SKB 망 사용료 대가 거부 의사도 여전히 ‘완강’...넷플릭스 “양질 콘텐츠 위해 이미 많은 금액 투자”


리드 하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사진=넷플릭스]
리드 하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사진=넷플릭스]

구독료 인상으로 수익을 늘리는 한편, 나가는 돈에 대해서는 악착같이 지키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 대가 논란을 둘러싼 대립이 대표적인 사례다.

1심 재판에서 이미 콘텐츠 제공업자(CP)가 인터넷망 제공업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재판부 판결이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항소를 제기하며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의 주장은 한 마디로, “우리는 이미 CP로서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으니 망 사용료는 따로 지급할 수 없다”라는 의견이었다.

SK브로드밴드와의 법정 공방 당시 넷플릭스 입장문을 통해 “공동의 소비자를 위해 ISP에게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 제공’, CP에게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라는 각자의 역할과 소임이 있다”라며, “넷플릭스 등의 CP는 많은 금액을 투자해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구독료를 지불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콘텐츠 제작을 위해 많은 금액을 투자함은 물론,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이는 오픈커넥트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확정될 시, 이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약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K브로드밴드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내용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전용회선을 사용하기 시작한 2018년 5월부터 요금 단가를 책정할 경우 3년이 지난 시점까지 700억원 규모가 되며, 거기에 소송이 1년 동안 진행되면 총 1000억원 수준에 달하게 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갈길이 바쁜 넷플릭스에 큰 부담이 될 비용이다.

다만, 넷플릭스가 추후 SK브로드밴드와의 재판에서 유리한 고점을 차지하고 망 사용료 지급 의무를 탈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넷플릭스가 제출한 항소이유서 내용이 기존 1심 재판을 뒤집을 만한 포인트가 적다는 분석이 짙으며, 국내에서는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망 사용료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리드 하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을 직접 만나 합의안을 마련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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