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최후 진술 "ESG 지배구조 강화 노력" 호소에도 공정위 'SK실트론 의혹' 과징금...SK '법적 대응'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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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최후 진술 "ESG 지배구조 강화 노력" 호소에도 공정위 'SK실트론 의혹' 과징금...SK '법적 대응' 반발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12.22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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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공정위, 'SK실트론 지분매입' 의혹…최태원-SK(주) 각각 과징금 8억
- 최태원, 지난 15일 공정위 전원회의 직접 참석 소명
...최후 진술  "실트론으로 이익을 내자고 SK(주)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 SK "공정위 제재 납득 어려워…필요한 조치 강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해 'LG실트론(현 SK실트론) 사익 편취 의혹' 관련 적극 해명했지만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지자 SK(주)는 즉각 반발했다. 

최태원 회장은 공정위 전원회의 최후 진술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특히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SK는 내부적으로는 행정소송 제기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22일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약 30%)을 인수한 것은 지주회사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SK㈜와 최태원 회장에게 각각 과징금 8억원씩 총 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공정위가 2018년 조사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내린 결론으로, 지배주주가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의 사례다.

최태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법률 전문가 등에게 거듭 확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15일 공정위 전원회의 최후 진술에서 공정위가 이사회 승인 없이 지분 인수 결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한데 대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법률 전문가 등에게 거듭 확인했다"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그때 이사회를 열자고 더 강하게 말하거나 이사회를 열었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사회를 여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했고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태원 회장은 "내가 보유한 SK(주) 주식이 굉장히 많다"며 "실트론으로 이익을 내자고 SK(주)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후 진술을 마치면서 "SK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며 특히 이 가운데 지배구조 부문의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 열린 마음으로 살펴봐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의 호소는 공정위 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원래 공정위 전원회의에는 9명의 공정위원(공정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이 참석하는데 이날은 제척·기피 등 사유로 최소 정족수인 5명만 참석했다. 5명 모두 제재 결정을 내린 셈이다. 당초 5명 전원이 같은 의견을 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만장일치가 나온 것.

SK는 공정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SK는 “지난 15일 전원회의 당시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이 이번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SK는 “공정위의 발표는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 관계와 법리 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 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이는 공정위 전원회의의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K㈜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는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행정소송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이다. 

재계 "과징금 규모가 작지만 규모에 상관없이 법적 소송 불가피"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여해 적극 해명했음에도 공정위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SK 측은 당혹스런 결정일 것"이라며 "과징금 규모가 작지만 규모에 상관없이 법적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SK 측은 그긴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넘는 70.6%의 실트론 지분을 확보해 잔여지분 인수 필요성이 없었던 점 ▲이사회 개최가 불필요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은 점 ▲실트론 지분 가치 상승을 예단할 수 없었던 점 등을 내세우며 공정위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해왔다.

한편, 이번 사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주)는 2017년 1월 반도체 소재 산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목적으로 당시 LG그룹이 보유하던 반도체 웨이퍼 업체 LG실트론의 주식 51%를 주당 1만8139원, 총 6200억원에 사들였다.

LG실트론의 나머지 지분은 KTB PE(프라이빗에쿼티)가 19.6%, 우리은행이 29.4%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SK(주)는 KTB PE가 보유한 19.6%의 지분을 주당 1만2871원에 추가 매입해 지분을 총 70.6%를 확보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해소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일 수 있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건 우리은행이 보유하던 LG실트론의 잔여지분 29.4%를 SK(주)가 아닌 최태원 회장이 인수한 대목이다. 

최태원 회장은 증권사 2곳과 TRS(총수입스와프) 계약을 맺고 2017년 8월 29.4%의 지분을 주당 1만2871원에 매입했다. TRS는 주식 매도자와 매수자가 투자에 따른 수익과 위험을 나누는 파생거래다.

공정위는 SK(주)가 LG실트론의 잔여 지분 29.4%를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합리적 사유 없이' 최태원 회장에게 지분 인수 기회를 넘겼다고 판단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K(주)는 2016년 12월 LG실트론의 경영권 인수를 검토할 당시 LG실트론에 대한 가치증대를 통해 1조1000억원이었던 기업가치가 2020년 3조3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며 "잔여 지분 29.4%에 대해서도 SK(주)가 취득할 경우 지분율 만큼의 추가 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SK(주)가 LG실트론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될 경우 전략적 투자자 등 제3자의 간섭 없는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고 반도체 핵심 기술의 유출 우려 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이익도 존재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최태원 회장이 SK에 "SK실트론 지분을 함께 인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직접 지시한 증거를 찾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해 최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취득이 법 위반이라는 점은 분명히 확인됐지만, 제재 수준만 보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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