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세계 최초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위협받는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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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세계 최초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위협받는 달러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1.09.07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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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달러 의존도·거래비용 낮춰 경제성장 도모
- 국제 금융기관·주변 국가 기대와 우려 공존
[출처=엘살바도르 정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출처=엘살바도르 정부]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이라는 전례없는 국가적 실험이 시작됐다.

중앙 라틴 아메리카의 엘살바도르는 7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7일부터 엘살바도르 내 모든 경제주체(정부·기업·국민)는 비트코인 또는 미 달러(기존 공식 통화)를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지불수단(legal tender)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입을 앞두고 국제 사회에서는 ‘혁신적인 시도’라는 기대와 ‘무모한 베팅’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 한국시간 오후 3시부터,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법 시행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지난 6월 9일 엘살바도르 의회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추진한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법안’을 73%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도입을 통해 국민 70%가 은행계좌가 없는 낙후된 현 금융시스템을 발전시키고, 매년 60억 달러에 달하는 송금 거래비용을 낮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의회 투표 당시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안은) 우리나라에 재정적 포용, 투자, 관광, 혁신, 경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엘살바도르는 미국 달러를 국가 공식통화로 사용해 사실상 자체 통화가 없다. 7일부터 비트코인이 도입되면 달러와 비트코인 두 개의 통화가 함께 사용될 예정이다.

◇ 비트코인,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이유는?

[출처=엘살바도르 정부]
[출처=엘살바도르 정부]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해 달러 중심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연간 4억 달러 규모의 송금 수수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엘살바도르의 경제는 미 달러를 공식통화로 사용해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에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비트코인을 함께 사용해 미 달러 변동성으로부터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또 엘살바도르는 해외 거주 국민이 자국으로 송금하는 돈이 GDP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이때 발생하는 송금 거래비용은 작년 약 60억 달러 규모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할 시 해당 수수료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외에도 비트코인 도입으로 외국인 투자와 자본 유입의 혜택 등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 비트코인, 법정통화로 채택에 따른 단점은?

비트코인 법정통화 도입에 따른 단점도 크다. 무엇보다 변동성이 크고, 비트코인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가 지역조사 결과 약 6%수준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점에 비트코인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지역 설문조사기관 LPG Datos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65%)이 비트코인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한 국민적 회의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및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전자지갑 ‘치보‘(‘멋진’의 속어)에 가입한 국민에게 1인당 3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제공하고, 비트코인을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약 200대의 ATM기를 전국에 설치하고 있다.

또 국가개발은행 비트코인 신탁(1억5000만 달러)을 만들어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변동을 보호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 글로벌 금융기관·주변국가들의 반응은?

비트코인[출처=코인데스크]
이달 5만 달러 선을 통과하는 비트코인 [출처=코인데스크]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반발이 강하다.

지난 6월 비트코인 법안이 통과되자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엘살바도르의 신용도를 곧바로 강등시켰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게리 라이스 대변인도 “법적 화폐로 비트코인을 채택하게 되면 여러 거시경제, 재정 및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금융자문회사 드 비어 그룹 CEO 니겔 그린은 “(비트코인 도입으로 인해) 엘살바도르에 달러가 대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어 IMF와 같은 기관들은 비트코인을 채택한 국가를 호의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주변 국가들의 반응에 대해 “특히 다른 중남미 국가들은 이 실험이 엘살바도르의 불안정한 경제를 부양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며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비슷한 파나마,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다른 국가도 엘살바도르가 경제 성장과 안정성을 이루면 비트코인을 채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금까지 ‘가상 화폐’로 인식되던 비트코인이 한 국가의 공식화폐로 인정받게 되자 비트코인을 둘러싼 분위기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7일(한국시간) 14시 기준 비트코인은 한화 6000만원(5만2000달러)선을 돌파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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