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샤넬, 루이비통 등 유럽 명품기업들, 고급 레스토랑 사업 앞다퉈 진출...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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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샤넬, 루이비통 등 유럽 명품기업들, 고급 레스토랑 사업 앞다퉈 진출...이유는?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1.07.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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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구치, 디오르, 티파니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고급 레스토랑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레스토랑 사업에 리스크가 있음에도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인 6월 11일, 이탈리아 고급 경주용 자동차 생산업체인 페라리(Ferrari)가 럭셔리 패션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 발표해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前 아르마니 디자이너 로코 야논네(Rocco Iannone)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페라리 패션 라인은 구치, 프라다, 돌체앤가바나 등 브랜드 바로 아래 ‘중간 럭셔리’급 가격대의 기성복이 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페라리의 트레이드마크 빨강색과 도약하는 검정말 로고로 새 단장한 페라리 '카발리니 레스토랑.' Photo: Danilo Scarpati. Courtesy: Ferrari
페라리의 트레이드마크 빨강색과 도약하는 검정말 로고로 새 단장한 페라리 '카발리니 레스토랑 입구.' Photo: Danilo Scarpati. Courtesy: Ferrari

주목할만한 점은 페라리가 어패럴 사업과 나란히 고급 레스토랑 사업에도 동시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리스토란티 카발리노’라는 이 화재의 페라리 레스토랑은 엔쪼 페라리 창업자가 친한 친구들과 포뮬러 원 스타 경주자들과 즐겨 식사했던 옛 레스토랑을 개조하고 전설적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수석 셰프인 마씨모 보투라(Massimo Bottura)의 메뉴를 제공한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코로나19로 전세계 리테일업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세계 주요 도시에 경쟁적으로 레스토랑을 개업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명품 소비시장인 일본의 경우, 2018년 도쿄에서 샤넬(Chanel)의 ‘베이지 레스토랑’ (셰프 알랭 뒤카스 지휘)이 개업한데 이어, 2020년 연초 루이비통(LVMH)이 도쿄에 ‘르카페 V’, 오사카에 ‘수가라보 V’와 '메종 오사카 미도수지'를 연이어 개업했다. 

구치(GUCCI)는 마씨모 보투라와의 협력으로 피렌체와 LA에 이어 올 4월 말 도쿄 긴자에 ‘구치 오스테리아’ 제3호점을 런칭했다. 그 보다 앞선 2015년, 구치는 급증하는 중국 신흥부유층 수요에 부응해 본토 샹하이 구치 플래그십 내 ‘1921 구치’라는 호화 예약제 프라이빗 레스토랑을 개장했으나 고객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이유로 2년도 못돼 철수했다.

그같은 실패의 선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급 장신구 브랜드 티파니(Tiffany &Co.)는 홍콩점에 이어 2019년 샹하이 화이하이 쇼핑구역 홍콩플라자에 위치한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 건물 2층에 중국 본토 1호점인 ‘블루박스 카페’를 개업하고 지금까지 매출상승을 거듭하며 성업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이후 유럽 명품시장 매출은 코로나 이전기 대비 20% 증가한 14조 2천억 원에 이른다(자료: Euromonitor International). 2015년 청담동에 디오르(Diro)가 개업한 ‘카페 디오르 바이 피에르 에르메’와 ’10 코르소 코모’ 밀라노 컨셉 패션 스토어 내 레스토랑/카페는 부유층 및 비즈니스 고객 외에도 색다른 체험에 목마른 국내 소비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공한다.

유럽과 미국 대도시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봉쇄, 항공여행 중단, 오프라인 매장들의 휴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럭셔리 브랜드 레스토랑 개업 붐은 계속되고 있다. 전에 없이 경제력이 넉넉한 소비자층은 직접 대면을 통한 사교로 여가를 보내며 디자인된 공간과 세련된 서비스를 원한다.

최근 새로 개장한 파리 LVMH 백화점 내 ‘라 사마리텐느’ 레스토랑,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 입점 ‘펜디 카페’와 메이페어街 브라운 명품 부티크 카페, 뉴욕 버그도프굿먼 백화점 내 ‘굿먼’과 ‘BG’ 레스토랑, 런던과 마이애미에 새로 개장한 랄프 로렌 팝업 커피숍은 모두 오랜 고립된 실내생활과 온라인 쇼핑에 피로를 느끼고 소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한다.

과거 리테일 업계는 방문 고객들이 몰이나 매장에서 보다 오랜 시간을 소비하도록 잡아두고 상품 구매로 유도하기 위해 요식업을 운영했다. 반면 최근 전세계 명품 레스토랑과 카페들의 요식업 진출 의도는 그보다 전략적이고 시야는 장기적이다.

요식업은 이윤 폭이 매우 작기로 악명높다. 보통 요식업 사업은 개업 후 최소 2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만큼 초기 적자운영이 일반적이다. 명품 브랜드 카페와 레스토랑드들은 고객 발걸음 잡기라는 목표 때문에 부티크 매상 이윤으로 레스토랑 사업에서 발생하는 적자 메꾸기 운영도 감수해야 한다.

선부른 요식업 진출은 앞서 언급된 구치 샹하이 레스토랑이나 마크 제이콥스 카페(밀라노)의 경우처럼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기 리테일의 급속한 온라인화와 오프라인 시장 종말론이 무성한 현시점에서 유럽 명품기업들이 앞다퉈 사업 다각화를 단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소상공인과 거리 소매업이 생사를 오가며 고전하는 사이, 막강한 자본이 뒷받침된 명품 기업들은 패션과 요식업을 연결고리로 의식주(어패럴/레스토랑/호텔・리조트사업)를 아우르는 ‘총체적 명품 경험’ 제공을 통해서 기성 충성고객 기반을 유지하고 MZ세대 새 젊은 소비자층을 미래 고객으로 포섭하겠다는 장기적이고 원대한 계획을 차분히 추진해 나가고 있다.

중국 샹하이의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 내의 '티파니 블루 박스 카페' 실내. Photo Credit: Tiffany & Co.
중국 샹하이의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 내의 '티파니 블루 박스 카페' 실내. Photo Credit: Tiffany & Co.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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