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프리미엄급 MLCC’ 개발한 삼성전기, 일본·중국 누르고 선두자리 석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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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프리미엄급 MLCC’ 개발한 삼성전기, 일본·중국 누르고 선두자리 석권할까?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06.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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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5G 스마트폰용 세계 최고용량 MLCC 개발...5G 시대 고성능 IT기기 수요 충족 기대
-최근 자동차 전장용 시장 공략하며 글로벌 MLCC 부동의 1위 일본 무라타와 맞대결
-중국 MLCC 내수화 선언, 중국 시장 진출 계획 차질 생기나...‘기술 차별화’로 맞대응

MLCC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기의 기세가 무섭다. 5G 스마트폰용으로는 최고용량의 MLCC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번 삼성산(産) 프리미엄급 기술의 저력을 보여줬다.

다만 여전히 글로벌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일본 무라타에게 점유율을 내주고 있으며 뒤에서는 MLCC 내수화를 선언한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판국이다. 삼성전기가 어떤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5G 시대를 맞아 IT기기가 다기능화, 고성능화되면서 MLCC와 같이 내부에 탑재되는 부품을 최대한 작게, 성능은 높게 만드는 것이 기술 개발의 핵심이 됐다”라며, “삼성전기가 자체 개발한 핵심 원자재와 초정밀 인쇄기술로 구현한 이번 스마트폰용 MLCC가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의 초소형 크기의 고용량 제품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세계 최고용량 5G 스마트폰용 MLCC 개발한 삼성전기...“핵심은 자체 생산 원자재”

삼성전기의 1005 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의 1005 MLCC. [사진=삼성전기]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기는 5G 스마트폰용 1005(1.0mm×0.5mm) 규격의 MLCC에서 세계 최고용량을 구현해냈다.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적층세라믹캐패시터)는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관련 제품 등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 내 부품으로,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제품 안에서 전류 공급이 일정하지 않으면 부품 간 전자파 간접현상으로 고장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MLCC가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적절하게 내보내는 일종의 ‘전류 댐’ 기능을 함으로써 전자파 간접현상을 막아주는 것이다.

최근 IT기기의 트렌드 자체가 초소형 크기의 MLCC 부품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무엇보다 높은 생산 기술력이 MLCC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쌀 한 톨 크기의 250분의 1정도 되는 두께의 내부에 최대한 얇게 많은 층을 쌓아야 많은 전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MLCC 부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기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용 MLCC에는 주로 1005, 0603(0.6mm×0.3mm) 규격이 많이 쓰이며 최근 0402(0.4mm×0.2mm) 규격까지 나왔지만, 적용 폭이 넓지는 않다. 삼성전기는 이중 1005크기에 27uF(마이크로패럿)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부품을 개발했다. 기존 나왔던 1005크기 부품에서의 가장 큰 용량은 22uF으로, 여기에서 20% 정도의 용량을 끌어 올린 것이다.

삼성전기가 이 정도의 용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모두 자체 생산한 원재료에 있다.

MLCC의 전기 저장용량을 높이려면 유전체층과 내부전극층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데, 삼성전기가 MLCC 업계에서 사용하는 원자재 파우더 중 가장 작은 크기인 50nm의 파우더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유전체층 두께를 기존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150층 이상의 유전체층을 더 쌓아 저장용량을 높였다.

줄곧 일본 무라타에 시장 1위 내줘...자동차 전장용 시장 진출로 판세 뒤집을까?

[사진=무라타]
[사진=무라타]

높은 MLCC 공정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삼성전기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만년 2위에 머물러 있다. 1위는 줄곧 일본 무라타의 차지였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MLCC 시장 점유율은 무라타가 44%로 가장 높으며, 삼성전기가 22%로 2위, 일본 다이오유덴이 13%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삼성전자는 무라타와의 정면 승부를 통해 점유율을 뒤집고자 MLCC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전장용 MLCC로 사업을 확대했다. 자동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과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MLCC 5종을 개발하고 부품 원재료와 공정 기술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은 무라타가 앞서고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는 양사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 내 일반적인 평가”라며, “본래 MLCC를 맡은 역사가 오래된 무라타가 시장적 지위를 가진 것일 뿐이지 ‘초소형 고용량’ 기술력 부문에서는 삼성전기가 더 경쟁력이 세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양사는 한 때, MLCC 기술력을 두고 소송전을 펼치기도 했다. 2011년 무라타가 삼성전기를 상대로 MLCC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 끝에 ITC는 삼성전기의 승소를 결정했고, 양사는 이후 분쟁을 모두 합의하는 조건으로 라이선스료가 없는 MLCC 특허 상호사용(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계속 갱신해오고 있다.

MLCC 내수화 선언한 중국...삼성전기 맞대응 전략은 결국 ‘기술 차별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일본 무라타를 쫓기도 바쁜데 중국 업체들이 돌연 MLCC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삼성전기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일본 닛케이와 중국 현지 매체는 중국 MLCC 업체들이 올 2분기부터 MLCC 생산라인을 증축하고 전체 수요량의 5%에 그쳤던 자체 생산률을 올해 말까지 2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MLCC 업체인 풍화고과(风华高科)가 약 8400억 원 규모의 비공개 자금 중 7000억 원가량을 고급형 MLCC 생산설비 증설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삼환그룹(三环集团)과 우양과기(宇阳科技) 역시 각각 MLCC 생산 인력을 늘리고 공장 증축을 시작했다.

자동차 전장용 MLCC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삼성전기에게 달가운 소식일 리 없다. 자동차 전장용 시장에서는 막대한 생산량이 중요하므로 올 하반기 중국 톈진의 신공장을 가동할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기술 차별화를 통해 중국 업체들에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 시장은 크게 프리미엄급과 일반급 두 가지로 나뉘는데 삼성전기가 초소형·고용량·고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급 위주의 부품을 취급한다면 중국 업체들은 일반급 부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삼성전기는 결국 ‘기술 차별화’라는 무기로 시장에서의 지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B증권에 따르면 세계 MLC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조 원에서 오는 2024년 20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 3월 열린 삼성전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은 “2026년까지 전체 매출을 2배 규모로 늘리고 핵심 경쟁력인 IT용 MLCC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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