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의 공포가 온다①] "수요·공급간 '마찰적 요인' 때문"(?)…"연준, 올해 큰 폭 금리인상 불가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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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공포가 온다①] "수요·공급간 '마찰적 요인' 때문"(?)…"연준, 올해 큰 폭 금리인상 불가피할 것"
  • 김호연 기자
  • 승인 2021.05.13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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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물가 상승세 역대급…인플레 장기화 조짐 뚜렷
- 연준, 역대급 지표에도 신중론…“한은, 연준보다 금리 인상 빨라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i(인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할 것인가.

미국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장기화 우려가 나오며 글로벌 경제와 시장이 큰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수요와 공급 사이에 마찰적 요인이 발생하며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는 물론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백악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공식화한 이유다. 

경제 전문가들은 10여년 전 초인플레 공포가 엄습했을 때도 실제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연준의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초인플레이션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규모 양적 완화의 지속,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잔뜩 움츠렸던 물가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 비로소 시작됐다는 것이다.

관건은 최근 물가 상승이 연준 해석처럼 '마찰적 요인' 때문인지, 근원적인 상승압력에 의한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로벌 물가 상승세 역대급…인플레 장기화 조짐 뚜렷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몰려든 수요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으면 인플레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경제가 경기 회복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원자재 등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마찰적 요인으로 국제 물가가 크게 올랐는데,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인플레 현상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의 완화로 소비자물가, 원자재 가격이 급증하는 현상을 겨냥한 발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한 막대한 자본이 인프라 투자로 몰리면서 관련 수요가 급증했고, 코로나19로 부실해진 공급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경제 선진국의 소비자물가와 원자재 가격 등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고 발표했다.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현지 전문가들이 예상한 3.6%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중국도 4월 PPI(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6.8% 급등했다. 이는 201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도 연일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 다롄 상품 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철광석 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t당 1326위안(약 23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0% 급등한 값이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같은 날 기준 전기동(銅) 현금 거래 기준 가격은 톤당 1만724.5달러다. 4개월여 만에 35%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외에도 상하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5월 둘째주 기준 3095.16다. 지난주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고 2주 연속 증가세다. 기업들이 배를 구하지 못하면서 항공운임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모든 지표가 역대급 상승세를 기록하자, 백악관도 지난 11일 처음으로 인플레 우려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6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2조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 자금을 푼데 이어 총 8조달러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는 것이다.


연준, 역대급 지표에도 신중론…“한은, 연준보다 금리 인상 빨라야”


금리 인상론에 대한 연준의 행보가 상당히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은 대부분의 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신중론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박 실장은 “연준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지표들을 확인했지만 보다 뚜렷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 전에 닥친 초인플레 공포가 전세계를 강타했지만 실제 영향은 예상보다 저조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을 예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끌어올린 후 이후 점차적으로 내리며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12일 CPI 발표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전문가 예상치인 3.6% 보다 높은 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치가 발표됐다.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한은이 연준의 행보에 따라 금리를 조정해왔지만 때를 놓치면 인플레 장기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박 실장은 “연준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한은에겐 이미 늦은 때일 것”이라며 “한은은 연준과 별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5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0.5%로 사상 최저치를 유지 중이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상향조정과 관련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선 물가 상승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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