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ESG경영으로 종이 없앤다더니 상품설명서만 수 십장···첫 선 보인 금소법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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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시행] ESG경영으로 종이 없앤다더니 상품설명서만 수 십장···첫 선 보인 금소법의 민낯
  • 황인성 기자
  • 승인 2021.03.2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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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문서 상품설명서 제공 가능하나 고령자들은 서면 방식 선호해
ESG경영과 다소 반한 현장 모습···금융당국·금융업계, “문제점 파악·개선 노력할 것”
[사진= 녹색경제신문 황인성 기자]
[사진= 녹색경제신문 황인성 기자]

25일 첫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전 세계적인 ESG 트렌드에 반하는 모습을 연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서 각 금융사가 상품 설명서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십 장가량의 종이가 출력돼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에서는 두꺼운 A4 뭉치를 들고 공부하는 고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첫 시행된 25일 은행을 찾은 시민들은 평소보다 긴 대기 시간과 수십 장에 달하는 서류들로 불편을 느꼈다.

은행을 찾은 한 시민은 “금소법이 시행되는 줄 모르고 예금 상품에 가입하러 은행을 찾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대기 시간에 불편했다”며, “평소에 은행 업무 시 고작 한두 장 받아들던 종이 서류들을 한 묶음을 받아 나와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일이 프린트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려 약속시간때문에 그냥 나가야했다. 나중에 상품을 신청하고 종이뭉치를 들고 읽자니 전문용어들이 많아 무슨 얘기인지 잘 이해도 안됐다"고 지적했다.

'페이퍼리스' ESG 경영에 반한다는 지적 잇따라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업계에서는 외부로는 '페이퍼리스' ESG경영을 외치면서 내부적으로는 페이퍼 소비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상품 가입 시 고객에게 제공되던 상품가입서와 설명서도 태블릿 등 전자기기 화면으로 대체되면서 ‘페이퍼리스’ 경영을 지향하고 있었는데 금소법 시행이후 페이퍼 업무로 후퇴한 셈이다.

현장의 한 은행원은 금소법 시행령(14조)에는 상품설명서 제공방법과 관련해 “종이뿐 아니라 “우편, e메일, 문자메시지 등 전자문서도 가능하며, 모바일 앱이나 태블릿의 화면을 통해 설명서를 보여주고 확인을 받을 수도 있다명시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종이로 출력되는 게 현실"이라고 난감해했다.

아울러, 전자문서로 제공할 경우 고객확인 여부를 체크하는 등의 부가적 절차가 필요하고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들도 아직은 상당수이기에 금융 판매처에서의 종이 출력을 통한 상품설명서 제공은 불가피하다는 것.

상품설명서가 전자문서 형태로도 가능하지만 현장에서 서면 위주로 제공되는 이유를 묻자 서울 시내권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금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들이 아직 익숙지 않은 측면이 있고, 분쟁 시 징벌적 과징금까지 물 수 있다고 하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같다”며, “은행을 내방하여 상품 상담 및 가입을 하려는 고객들은 대부분 고령자들이다 보니 서면 출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창구, 프린터 때문에 대기열 길어져...20여분~1시간씩 기다려야

또한, 이날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창구는 평소보다 오랜 대기시간으로 인해 순번을 기다리는 인파로 다소 북적여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지점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적게는 20여 분부터 길게는 1시간가량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늘었다.

26일 개인업무차 은행을 방문한 A씨는 “금소법 시행 취지는 좋은 것 같은데 녹취를 한다는 점에 거부감이 조금은 들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이 증거로써 활용하려는 게 목적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대기시간과 상담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건 개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금융업계는 공동으로 금소법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은행·생명보험사 대상 간담회를 열었으며, 26일 손해보험사, 30일 금융투자사, 4월 9일 저축은행 순으로 간담회를 진행한다.

아울러,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4월부터 본격 실시한다.

황인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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