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한화 등 대기업,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여풍(女風)' 이유는...267개 상장사 중 30곳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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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한화 등 대기업,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여풍(女風)' 이유는...267개 상장사 중 30곳 '처음'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3.17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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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시장법 개정,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여성 이사 의무화
- 여성이사 작년 42명→올해 80명선 2배 증가…교수 출신 최다
- LG전자-LG하우시스 등 LG 5개 계열사, 첫 사외이사 선임
- 통신3사, 여성 사외이사 '열풍'... "ESG 경영 기조와 맞물려 여풍(女風)"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267개 상장사 가운데 30여 곳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올해 약 40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신규로 선임되면서 여성 사외이사 수가 작년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올해는 LG그룹을 비롯 현대자동차, 한화,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64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지난 12일까지 주주총회 소집결의서를 제출한 26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후보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51명의 여성 후보중 재선임 대상 8명을 제외한 43명이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법인 이사회는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는 것이 금지돼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100대 기업 사외이사 성비[자료 CXO연구소]

따라서 기업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여성이사를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43명에는 회사측이 제안한 후보 외에 주주제안으로 추가된 여성 후보가 소수 포함돼 있어 실제 올해 주총에서 선임되는 여성이사는 40명 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6일 주총을 개최하는데 회사측이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과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2명을 추천했고, 경영권 분쟁에 나선 최대주주 박철완 상무 측이 주주제안으로 최정현 이화여대 교수 1명을 추천해 총 3명이 후보자로 집계됐다.

3월 주총이 끝나면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이사 수가 지난해 42명에서 올해 약 80명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4.7%에서 8.8%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후보로 올린 곳은 30여 곳으로 집계됐다. ㈜LG 등 LG그룹 계열사와 ㈜한화 등 한화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발한다.

올해 신규로 후보에 오른 여성 사외이사 43명의 직업은 절반이 넘는 24명(55.8%)이 교수 등을 역임한 학계 출신으로 조사됐다. 또 관료 출신이 11명(25.6%), 재계 출신이 6명(14%)이다.

이에 비해 올해 신규 후보로 이름을 올린 남성 사외이사 146명은 관료 출신이 48명(32.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계 출신 33명(22.6%), 재계 출신은 32명(21.9%)이었다.

LG그룹, 올해 LG전자 등 5개 계열사 이어 내년에는 LG화학 등 여성 사외이사 선임 계획

<녹색경제신문>이 주요 대기업을 취재한 결과, LG그룹 5개 계열사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섰다. 이들 회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LG전자-LG하우시스-지투알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수경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교수,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LG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된 강수진-서수경-최세정 교수(왼쪽부터)
LG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된 강수진-서수경-최세정 교수(왼쪽부터)

㈜LG와 LG유플러스도 올해 주총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내년에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자산 2조원 이상 LG 상장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여성 전문가들의 이사회 참여를 확대해 이사회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자동차도 지난 2월 23일 이지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를,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를, 현대글로비스는 윤윤진 KAIST 건설·환경공학 부교수를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들 회사 모두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포스코도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현대건설기계는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삼성생명은 전북 익산에서 4선을 지낸 조배숙 전 의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앞서 SK텔레콤과 지난 2018년 3월 윤영민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를 선임한 바 있다. 윤 교수는 올해 3월이 만료이지만 SK텔레콤은 윤 이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을 올렸다.

SK텔레콤 측은 "윤영민 이사는 2006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다양한 이력을 쌓아왔다"며 "이사회 내에서 미디어산업 및 정책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KT는 지난해 3월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KT 관계자는 "여은정 이사는 공학도 출신의 경제학 박사로서 핀테크 분야에 대해 풍부한 식견을 겸비하고 있다"며 "KT가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돼 여은정 이사를 선임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 기조와 맞물려 최근 통신업계에서도 여풍(女風)이 불어오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특히 그간 남성 임원밖에 없었던 사업 분야에 여성 임원이 승진하거나 고위직에 오르는 등, 인사 체계에 있어 성과와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100대 기업에서 사외이사 150여명이 임기 만료...여성 사외이사 수가 더 늘어날 것”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이사회 멤버 현황[자료 CXO연구소]

한편, CXO연구소에 따르면 100대 기업 기준으로 사외이사 중 여성이 최소 한 명이라도 포함된 기업은 지난해 30곳에서 올해 50곳으로 많아졌고,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도 지난해 7.9%에서 올해 13.4%로 늘었다.

올해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97명은 남성 66명(68%), 여성 31명(32%)으로, 신규 선임 사외이사 3명 중 1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내년에도 100대 기업에서 사외이사 150여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여성 사외이사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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