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배터리 소송'서 패한 SK이노베이션에 놓인 갈림길..."항소냐 합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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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배터리 소송'서 패한 SK이노베이션에 놓인 갈림길..."항소냐 합의냐"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2.11 08: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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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조항' 주목...SK이노베이션 포드, 폴크스바겐에 2~4년 공급 허용
SK이노베이션 유예기간 둔 것은 다행...'항소 또는 합의' 둘다 쉽지 않은 선택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에서 사실상 지면서 "소송이냐, 합의냐" 갈림길에 섰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1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한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배터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에서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3차례나 연기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세기의 소송전'은 일단 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로 끝나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승소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향후 10년간 배터리 셀, 모듈, 팩, 부품·소재 등에 대해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여기서 주목할 점은 ITC의 '예외 조항'이다. 미국은 극과 극의 판결을 내리지 않고 SK이노베이션에 '숨쉴 구멍'을 만들어줬다. 

ITC는 예외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인 포드에 대해서는 4년간 배터리 공급을 허용한 것이다. 또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 중인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도 2년간 공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각각 2년, 4년간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SK이노베이션이 새로 짓고 있는 조지아주 공장 등의 가동이 가능해졌다. SK이노베이션이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포드와 폴크스바겐 2개사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만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면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미국 내 일자리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고려된 판결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환경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세웠고 SK의 조지아주 공장에서는 2천 개가 넘는 일자리가 나올 예정이었다. SK와 공급 계약을 맺은 포드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생산까지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ITC가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판결은 그대로 인정하되, 여러 이해관계자가 제시한 의견과 미국 경제 영향 등을 고려해 공익(Public)적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훼손되지 않도록 신경쓴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전기차 시장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 행정부 차원에서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ITC 결정을 미 행정부가 뒤집은 사례는 단 5차례에 그치는데다 이번 결정에서 이례적으로 '예외 조항'을 두면서 SK이노베이션에 시간을 벌어줬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유예기간 둔 것은 다행...'항소 또는 합의' 둘다 쉽지 않은 선택

SK이노베이션은 시간을 벌어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유예기간을 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다만 SK이노베이션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하여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을 번 SK이노베이션은 이제 또 다시 항소를 이어가면서 지리멸렬한 싸움을 이어갈 지, 아니면 전격 합의에 나설지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종 결정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게 되면 1년 이상이 소요되고 막대한 소송비용이 추가로 투입된다. SK이노베이션이 진 모양새지만 배상금 규모에 대해서는 또 다른 법원에서 다퉈야 한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합의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이미 승소한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더욱 기세등등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에 응할 생각이 없는 상태다. 2년 이상 미국 공장 가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성급하게 합의에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이래 저래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연속 회의에 돌입한 상태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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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복동 2021-02-11 10:19:27
부메랑으로 되 돌아 갈 가능성 많다.1.미국 이외 국가에 가격 푸싱 밧데리 가격 하락. 2.타국에 기술 유출로 경쟁력 하락과 이익 대폭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