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고개드는 LG-SK '합의說'…합의금·영업비밀 침해 인정 여부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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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분쟁] 고개드는 LG-SK '합의說'…합의금·영업비밀 침해 인정 여부가 '숙제'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2.1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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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국제무역위원회, LG·SK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서 LG 손 들어줘
- SK측 향후 사업에 난항 예상…업계 "양사 간 합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
- LG·SK, 합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으나 합의금 규모, 영업비밀 침해 사실 인정 여부 등에서 의견 크게 엇갈려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여온 LG에너지솔루션이 약 2년 만에 승기를 거머쥐었다. 미국에서 공장을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에게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사가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양사는 현재 합의금 규모나 영업비밀 침해 사실 인정 여부 등에서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실제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결정에서 LG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관련 부품에 대해 10년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다만 이미 공급 계약을 맺은 포드의 F-150 픽업트럭용 배터리와 폭스바겐의 MEB플랫폼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ITC의 이번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및 관련 부품을 장기간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된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 추진 중인 사업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약 3조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서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두 곳을 건설 중이다. 두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포드와 폭스바겐에 각각 23만대, 20만대 분량으로 납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ITC가 유예를 두기는 했으나, 두 공장이 빨라야 내년에 본격 가동되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은 이들 기업과 실제 거래를 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붙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추가 수주를 받는 일에도 지장이 생겼다.

이처럼 향후 사업에 난항이 예상되는 SK이노베이션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 등이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판결은 무효화된다. 양사 간의 소송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으로 넘어간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리라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 기조가 친환경 우선 정책이기 때문이다. 2차전지는 미래 친환경 사업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이라는 부가적인 효과도 가진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양사 간 합의 가능성에 더 무게…합의금 문제·영업비밀 침해 인정 여부는 여전히 난항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거부권이 행사된 뒤에도 양 사간의 소송이 완전히 종결되는 것은 아니며,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서 1~2년간 추가적인 소송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포드, 폭스바겐 등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조속한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포드 측은 ITC 결정 이후 “두 기업의 합의는 미국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으며, 폭스바겐은 "두 기업이 법정 밖에서 분쟁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양사 간의 합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김정환·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ITC 결정으로 양사 간 합의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불투명하고, 행사한다 해도 향후 민사소송에서 SK가 패소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소송비용 가중, 합의를 원하는 미국 내 여론, OEM 기업의 추가 수주와 사업의 지속성 목표 등을 이유로 "LG와 SK 양사는 합의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양사도 합의 자체에 대해서는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합의금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2~3조원 대의 합의금을 주장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5000억원 대를 제시하는 등 서로 간의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이 2~3조원 대의 합의금 규모를 제시한 근거는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에 있다. 해당 법안에 따라 합의금 기준에는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가해자가 취한 부당 이득, 미래 예상 피해,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부담비용 등이 포함된다.

과거에 발생했거나 향후 예상되는 피해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조사해 제시한 것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보다 훨씬 낮은 합의금을 제시한 이유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선에서 피해 규모를 산정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의 협의 과정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선에서만 제안을 해 왔다"며 "합의금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있는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회사가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합의금 액수가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언론에서 나오는 것처럼 구체적인 합의금을 가지고 양사 간 협의를 나눈 사실이 없다"면서도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2~3조원의 합의금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산정한 금액은 실질적으로 어떤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제시했는지 당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해 규모를 더 면밀하게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LG에너지솔루션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내저었다.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는지에 대해서 언급하기는 내부적으로 어렵다. 현재 공시를 통해 ICT 결정을 인용한다고만 밝힌 상태"라면서도 "당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말처럼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의를 하거나 협의 과정에서 그런 의도를 내포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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