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5년간 전력소비 50대 대기업에 요금 10조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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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5년간 전력소비 50대 대기업에 요금 10조원 '할인'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0.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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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한전)가 제공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 계시별 요금제의 할인혜택이 대기업에 심각하게 편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한전이 50대 전력다소비 기업에게 제공한 요금할인액만 10조원이 넘었다. 그 부담이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산업부 종합국정감사에서 한전을 대상으로 산업용전기 할인혜택이 일부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돼 돌아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력다소비 50대 기업이 지난 5년간 계시별요금제를 통해 받은 할인혜택은 약 10조280억원에 달했다. 다소비 50대 기업이 전력을 각 부하시간대별로 균등하게 소비했을 때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과 비교한 분석이다.

2015~2019년 전력소비 상위 50개 기업은 경부하 시간대에 사용전력의 54%를 집중하며 소비량 대비 적은 요금을 납부했다. 실제로 5년간 50대 기업의 전력 소비량은 23.9%를 차지했지만, 한전에 납부한 요금 비중은 21.1%였다.

그중 상위 10대 기업이 받은 혜택은 50대 기업이 할인받은 액수의 절반이 넘는 5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가장 많은 전기요금 혜택을 본 기업은 철강업체인 현대제철로 5년간 1조752억원의 계시별 할인혜택을 받았다. 그밖에도 삼성전자가 9457억원, 공기업인 포스코도 9482억원의 혜택을 받아 상위 3사가 약 3조원의 산업용 경부하요금 혜택을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대기업에 값싼 전기를 할인해 공급하는 동안, 한전은 전력 부족으로 단가가 높은 발전기까지 돌리며 전력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초과수요 대응을 위해 값비싼 첨두발전기를 돌리면서 발전단가가 급등해 한전은 구입단가에 20원씩 손해보며 산업용 전기를 할인판매하고 있다"며 "이 부담은 최대부하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는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경부하시간대 전력수요가 기저발전량을 초과해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유류발전기 등 첨두부하발전설비의 가동률이 증가하며 전력생산비용이 높아진 점이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10년간 경부하시간대 첨두부하 발전설비의 발전량 비중은 14~25%이며, 이로 인해 전력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할인혜택으로 지나친 수요이전효과가 일어나, 값비싼 발전기까지 돌려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김 의원은 꼬집었다.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이 시장의 가격신호를 왜곡하면서 제도의 본래 목적인 수요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년간 산업용 전력소비량이 5.7% 상승하는 동안 50대 기업은 8.7%, 10대 기업은 9.7%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50대 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전력소비량 증가율은 3.6%에 불과하다. 저렴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전력소비량이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대기업들이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과도하게 누리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가정용 전기보다도 비싼 금액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기도 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산업용으로 판매된 전기요금 단가는 107.0원/kWh으로 주택용 113.1/kWh에 비해 약 6원 저렴했지만, 이중 50대 기업을 제외하고 단가를 계산했을 때는 114.6원/kWh으로 주택용 단가보다 비싼 전기료가 부과됐다.

이런 현상은 경부하시간대 할인율이 과도하게 설정되면서, 조업시간과 전기사용량 조정이 용이한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산업용전기 할인혜택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전기요금 할인을 받기 위해 조업시간을 조정하기 쉽지 않아 할인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현재 산업용 전기 계시별 요금제는 사실상 대기업 전기요금 할인을 위해 중소기업이 더 많은 전기요금을 부담하게 하는 꼴"고 강조했다.

이어 "본래 목적인 수요관리에는 실패하고, 경부하시간대 전력낭비를 부추기고 있는 산업용 계시별 요금할인제도를 손봐야 한다"며, "할인율 대폭 조정과 함께 중소기업에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면밀한 제도설계를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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