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밀리고, 규제 시달리고… 이중고 겪는 국내 태양광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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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밀리고, 규제 시달리고… 이중고 겪는 국내 태양광 산업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7.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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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수요 확실한 태양광 산업인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계속
REC 급격한 변동성에 힘들고… 인허가 시간 소요 등 비 사업적 비용 높아
업계 "시장 확장에 맞는 법·제도 다듬어 가야… 정치 쟁점화 안타까워"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태양광 산업이 이중고에 빠졌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태양광 산업을 장려하고 있는데 법과 제도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한 데다 비 사업적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사업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잇따른다.

중국에서 인력과 자본을 동원한 저가 공세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점도 장기적 관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태양광 산업이 국내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보다 세밀한 정책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태양광 산업은 글로벌 전망이 밝은 분야다. 사실상 ‘수요’ 부분에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2015년 파리 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춰야 하는 국가들이 태양광 부문을 정책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19~2024년 세계 태양광 신규 수요가 1200GW에 이를 거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세계적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태양광 제품 생산 분야에서는 치킨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치킨게임의 압도적 승자는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기업이다. 한화솔루션이 지난해 글로벌 모듈 생산 순위에서 글로벌 탑 3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1~9위 순위를 모두 중국 업체가 휩쓸었다. 한화솔루션의 시장 순위는 2018년 2위에서 한 단계 떨어졌다.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은 내수나 인도, 동남아 등 저가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활로를 찾아 미국·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최대 모듈 생산업체인 한화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인 미국, 독일, 영국 등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태양광 제품 수요 전망은 좋은 편이다. 먼저,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기후변화 대응’과 포스트 코로나 대응 관점에서 지난해 12월 그린딜에 합의했다. 오는 11월 펼쳐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앞서는 점도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률 100%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솔루션을 비롯해 LG전자, 현대에너지솔루션, 신성이엔지 등 태양광 모듈 생산업계들은 프리미엄 제품군 생산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국내 업체들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태양광뿐 아니라 대다수 산업의 소재 부문에서 중국에 뺏기지 않은 분야는 많지 않다”며 “물량 공세에 그대로 맞서 싸우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AS)나 프리미엄 전략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재 부문에서는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잉곳·웨이퍼를 만들던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해 올해 상장폐지가 됐고,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3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OCI는 올해 2월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국내 태양광 산업계의 소재 연결고리가 끊겨버린 셈이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패널)→발전소’로 이어지는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용량 확대에 맞춘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태양광 시장의 문제점으로는 최근 급격한 REC 가격 하락과 긴 인허가 과정 등 비 사업적 비용이 높은 점이 꼽힌다.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건설해 운영해야 하는 사업자들은 국산 모듈을 쓰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호소한다. 발전용량이 몇백 킬로와트 정도 소규모라면 몰라도 큰 단위 사업에서는 원가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명룡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이사는 “REC 가격이 2~3년 만에 절반 넘게 내려갔을 정도로 시장 안전성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사업자들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업 과정에서도 6개월 안에 인허가만 된다고 해도 수월할 텐데 민원 해결 등을 따지다 보면 2~3년 정도 걸려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7년 100kW 태양광 발전비용을 추정한 결과를 보면 발전단가는 kWh당 독일 122원, 중국 108원으로 한국의 147.1원보다 낮다. 국내에서 인허가 비용과 땅값, 주민 갈등 대응 비용 같은 초기 투자비가 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정부가 양적 확대를 목표를 추진력 있게 나가는 것도 중요한데, 법과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글로벌 흐름인 만큼 정치적 논쟁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태양광 모듈 업계 관계자는 “사실 어떤 완성품도 한 국가가 모든 부품을 독점해 생산하는 경우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 분야가 정치와 엮이는 부분이 있는데, 국내 태양광 업계들이 수출도 늘려가고 있고 기술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룡 이사는 “사회적 갈등 비용과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다듬어 나가면서 시스템을 완비해 나가야 한다”며 “이전 대통령 때도 녹색은 화두였고,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던 만큼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일이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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