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방지, 충전율 제한에 '올인'…충·방전 악습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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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방지, 충전율 제한에 '올인'…충·방전 악습은 '그대로'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6.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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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율 제한 옥내 80%, 옥외 90%… 보상체계·가중치 등 갖춰
‘화재 많은’ 태양광연계형 피크 ‘충전’ 경부하 ‘방전’ 문제 여전
전력 수요·발전량 대처 가능한 전력 시장 필요
태양광발전시설 화재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사진=해남소방서]
태양광발전시설 화재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사진=해남소방서]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국내에서 성장이 막힌 분야다. 2017년부터 28차례나 발생한 화재 때문이다. 정부는 두 차례나 화재사고 조사단을 꾸리고도 속 시원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한때 글로벌 시장의 47%까지 점유했던 국내 ESS 산업은 세계 시장의 확산을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그동안의 지적 사항들을 담아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은 충전율 제한을 통한 안전성 확보에 집중했는데, 태양광연계형 ESS에 제기돼 온 문제점은 외면했다.

ESS 업계 분위기는 얼어 붙었다. 최근 29번째 화재가 발생하면서 회복은 더 힘들어졌다. 지난달 27일 전남 해남군 황산면 원호리 한 간척지에 설치된 태양광연계용 ESS에서 불이 나면서 4억67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해당 사이트는 지난해 국내 ESS 배터리 제조사에서 마련한 안전강화 조치가 완료된 설비다.

국내 ESS 배터리 최대 제조사 두 곳이 각각 2000억~3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고도 화재가 나자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컨설팅·관리 등을 수행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ESS는 배터리 제조사와 EPC(설계·조달·시공), 운영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분야라서 다들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수익률과 충전율, 배터리 시장, 보조금 등을 풀지 못하면 시장이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화재사고가 난 ESS 사이트는 충전율(SOC)을 95%로 유지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ESS 추가 안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신규 설비의 충전율을 옥내 80%, 옥외 90%로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 기존 설비는 해당 충전율로 하향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지난달 화재 사례처럼 95% 충전율을 유지하는 곳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전율 하한은 수익성은 아니더라도 안정성과 장치 수명은 개선할 수 있다. ESS 업계 관계자는 “국내 ESS 시장 초기에는 모든 과제의 요구 충전율이 90% 이하였고, 배터리 제조사의 사용서도 80~90% 기준이었다”며 “해외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RFP(제안요청서)도 충전율은 60~8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단 화재 제로화가 시급한 정부로서는 충전율 제한에 올인한 모양새다. 지난 10일 산업부가 행정예고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 일부개정(안)’을 보면 충전율과 관련한 신설 조항이 여럿 마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사업자는 ESS 설비의 충전율 실적을 한국전기안전공사에 제공해야 한다. 전기안전공사는 전월의 ESS 충전율 실적과 시설보강여부를 확인해 그 결과를 공급인증기관의 장에게 매월 23일까지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확인된 충전율 실적이 충전율 안전조치의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 월의 ESS 방전량에 대한 공급인증서 가중치는 0을 적용한다.

충전율 안전조치에 따른 보상 체계도 마련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대상 태양광·풍력 설비와 연계된 ESS 설비 중 산업부의 충전율 안전조치와 시설보강 조치를 이행하는 곳은 옥내는 방전량의 8%, 옥외는 3%를 가산하기로 했다. 가산 비율은 전년도 실적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공급인증기관의 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가산 기간은 해당 설비의 공급인증서 최초 발급개시일부터 15년까지로 한다.

반면 꾸준히 지적돼 온 태양광연계형 ESS 충·방전 시간에 관련한 변경은 없었다. 현행 태양광연계형 ESS 설비는 오전 10시~오후 4시에 충전해 그 외 시간대에 방전해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 극복을 위해 마련된 ESS가 정작 전력 피크 때는 충전하고, 경부하 때 방전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는 이미 2년 전부터 지적돼 온 사안이다.

태양광 발전·대여 사업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태양광 ESS는 전력피크 때 충전해야 수익이 극대화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는 구조로 간헐성 극복이라는 원래 목적과 전혀 관계없이 움직이는 셈”이라며 “한껏 충전했다가 한 번에 방출하는 식이라 스트레스 테스트를 매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이렇다보니 태양광 연계형 ESS 업계에서는 가중치를 받기 위해 기형적 설비운영을 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태양광 운영 방식은 재생에너지 간헐성 극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전력계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당 관계자는 “어떤 배터리도 매일 최대로 충·방전하는 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시간대·분 단위로 전력 시장이 있어 수요나 발전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해외 시장과 달리 독점된 국내 전력 시장에서 당장 제도 도입이 힘들어 충·방전을 일시적으로 하는 방안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전율을 낮추면 스트레스는 덜하겠는데 근본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며 “충방전 패턴에 대한 제도와 구조적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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