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호 “전기차 1000만 대, 태양광 300GW…꿈이 아니다”
상태바
[인터뷰] 이성호 “전기차 1000만 대, 태양광 300GW…꿈이 아니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6.29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린뉴딜, 기후위기 대응·온실가스 감축· 탄소 중립 목표 분명히 해야
이성호 수석전문위원은 "그린딜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호 수석전문위원은 "그린뉴딜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는) 그린뉴딜(Green NewDeal)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린뉴딜의 목표는 ▲기후위기 대응 ▲온실가스 감축 ▲넷 제로(Net Zero, 탄소 중립)에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야별, 연도별 경로와 수단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정책센터 수석전문위원은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 위원은 “그린뉴딜은 탄소 문명에서 말 그대로 새로운 정책으로 옮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후변화라는 큰 위기 앞에 그린뉴딜을 통해 지금 세대는 물론 후세대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본을 다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재생에너지 시대가 펼쳐지면서 곡해와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중 하나로 전기차가 확대되면 그만큼 필요한 전기를 더 생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전기차 1000만대가 사용하는 전기는 연간 25TWh이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인 590TWh의 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경유와 휘발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전기차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극적 전환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 이 위원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위원은 “태양광과 풍력이 국내에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과잉규제와 비교 대상의 잘못 설정, 지역민 참여 방법 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비교 대상은 ‘자연과 숲’ 이 아니라 ‘석탄과 석유, 원전’이라고 분명히 했다. 탈석탄, 탈원전을 위해 신재생이 필요한데 이를 숲 파괴 등의 논리로 바뀌면 지상 최대의 극복과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태양광 300GW 규모를 구축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면적(약 10만k㎡)의 3%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원전 1기는 1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300GW면 원전 300개와 맞먹는 규모이다. 이 위원은 포스코, 한국전력, 국내 발전 5사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이 위원은 “포스코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인데 그 책임에서는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파산 위기에서 정부 지원으로 돌파구를 찾은 두산중공업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닌지, 두산중공업은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주 일가와 경영진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기차 1000만대가 사용하는 전기는 25TWh이고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인 590TWh의 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맞다. 자동차 1대는 1년에 약 1만5000km를 주행한다. 1kWh로 6km를 간다고 보면 1만5000km 주행하는데 2500kWh의 전기가 필요하다. 1000만대 전기차는 연간 25TWh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2018년 연간 발전량이 약 590TWh였다. 많은 사람이 전기차가 늘어나면 그 많은 전기는 또 어떻게 만들 것이냐고 말한다.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1년에 600TWh 발전량이 필요한데 태양광 300GW(1GW당 1.3TWh 생산), 풍력 100GW(1GW당 2.19TWh 생산)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또 태양광 300GW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3%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는데.

“72셀로 구성된 태양광 모듈은 크기가 ‘1m x 2m’이다. 333W의 전기를 만든다. 1kW를 생산하기 위해 모듈 3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듈 3장을 구축하는데 땅은 약 6㎡만 있으면 된다. 서로 떨어지는 거리까지 염두에 두더라도 1kw에 10㎡면 충분하다. 이 계산을 기본으로 보면 1GW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kw의 100만 배 10k㎡, 300GW는 3000k㎡만 있으면 된다. 3000k㎡는 우리나라 국토면적인 10만k㎡의 3%에 불과하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 필요한 땅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광 300GW와 풍력 100GW 규모면 600TWh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국제환경단체가 한국전력공사, 수출입은행 등의 공적 기금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해외 석탄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규모 12위에 올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며 개발도상국을 졸업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7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비준했다. 전 세계목표인 1.5~2도 제한 상승 목표를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석탄보다 태양광, 풍력발전이 더 경제적 시장이다. 석탄발전은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POSCO)는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기업이다. 온실가스 저감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폭발, 사망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기업이 책임을 외면할 때 그 기업의 미래는 없다. 제철산업 역시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현재 구축현황이 궁금하다.

“2018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1783만8000toe이다. 이는 2017년보다 8.45% 증가한 수치이다. 신재생 발전량은 5만2718GWh로 2017년과 비교했을 때 13.07% 늘었다. 이는 총발전량(59만3639GWh) 대비 8.88%에 이르는 수치이다.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이 아직 많지 않다는 데 있다. 2018년 총발전량(59만3639GWh) 중 태양광은 9208GWh, 풍력은 2465GWh로 총발전량의 1.97% 불과하다.”

-생각만큼 태양광과 풍력이 확대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뭐가 문제인가.

“우리나라는 태양광, 풍력발전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아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외국은 온실가스 절감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온실가스 저감보다는 전력의 경제적, 안정적 공급이 더 중요한 목표이다. 재생에너지에서는 민간 투자가 가능하도록 장기투자 안정성 확보가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민간에서 자원조사, 부지 선정, 인허가, 송전선로 연결 등 모두 발전사업자 몫이다. 국가가 경제성(자원, 수요지), 환경성(생태), 사회성(주민 수용성) 고려한 입지는 물론 송전선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이성호 위원.
이성호 위원.

-‘RE100(기업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에서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산업부령인 전력공급약관에서 한국전력의 판매독점을 정하고 있다. 발전과 판매 겸업은 금지돼 있다.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전력시장에서 판매해야 한다. 이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에너지 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 RE100은 소비자의 선택권이다. 전력 발전과 판매에 있어 독점이 아닌 복수의 시장이 있어야 한다. 태양광, 풍력발전이 전력계통 중심이 되려면 전력시장(도소매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발전과 판매를 자유화하고 송전과 배전의 공공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문재인정부의 그린뉴딜 성공의 조건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그린뉴딜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린뉴딜의 목표는 ▲기후위기 대응 ▲온실가스 감축 ▲넷 제로(Net Zero, 탄소 중립)에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야별, 연도별 경로와 수단이 분명해야 한다. 그린뉴딜에 대한 목표와 수단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 대통령, 정부, 여당 만이 아닌 지자체, 기업, 전문가, 언론,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해 수립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입지선정을 두고 지역민 갈등이 깊다.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도 여전히 요식 행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민 참여가 중요한데,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재생에너지를 비교할 때 우리는 그 비교 대상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재생에너지와 자연을 비교하면 안 된다. 재생에너지는 석탄·석유·원전을 극복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선택이다. 탈석탄과 탈원전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공공용지에 재생에너지 관련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이외에는 지역민 참여를 의무화하는 규정은 과잉규제일 수 있다. 물론 지역민 참여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바람직하다. 투자하고 그 이익을 나누는 것도 올바른 방향성이다. 다만 지나친 규제와 태양광·풍력발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굴복한다면 재생에너지 비용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발전 5사의 재생에너지 전략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500MW 이상의 발전사에 의무를 부과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비용을 100% 보상하는 조건이다. 이는 의무가 아니라 권리이다. 발전 5사는 수입 펠릿, 수입 바이오 중유를 통해 손쉽게 의무량을 채우고 필요 이상의 보상을 받고 있다는 것을 감사원이 지적했다. 발전사들에도 발전하는 데 있어 이산화탄소 비중을 줄여가도록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전력 판매 회사에는 판매량의 일정량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의 RPS에는 REC 발급에 의문이 드는 폐기물, 연료전지, ESS, 수입 바이오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

-두산중공업 사태가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약 3조 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 채권단에서는 ‘환경사업 빼고는 다 팔아라’고 주문했다고 하는데.

“두산중공업이라는 특정 기업을 살리는데 3조6000억 원을 투자해야 하는지 우선 의문이다.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니 변화 요구는 당연하다. 동시에 사주 일가와 경영진의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풍력산업에 진출한다고 생존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또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할 수 있다.”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독립부처, 혹은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영국의 기후에너지부처럼 우리나라도 에너지전환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조직이 필요하다. 전력, 가스, 열 시장을 규율할 독립적 기관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에 에너지 관련 권한(발전사업 인허가, 에너지자립, 에너지효율, 재생에너지 보급)을 넘겨야 한다. 유럽의 녹색기술분류기준처럼 금융투자기준도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 운용 기본계획에 온실가스 저감 목표가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 정부 각 부처의 모든 사업의 계획과 평가를 할 때 온실가스 영향을 평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대차-기아차 외의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는 전기차 계획이 없다. 현대차는 전기차 출발도 늦었는데 전기차-수소차 모두 잘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회사는 하드웨어 공급업체로 전락할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에 대한 데이터 축적은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까지 치닫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하듯이 지금이라도 전기차에 올인해야 한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