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애플에 과징금 제재 대신 '자진시정' 기회 '면죄부' 논란...통신요금 상승에 소비자 '최종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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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애플에 과징금 제재 대신 '자진시정' 기회 '면죄부' 논란...통신요금 상승에 소비자 '최종 피해자'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6.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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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상생지원기금 등 애플 자진시정안에 '일단 합격' 판정
동의의결 확정시 수백억 과징금 면해…공정위 "판단요건 엄격"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적 제재가 아닌 자진 시정 기회를 주기로 해 '면죄부'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공정위는 국내 이동통신사에 단말기 광고·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 애플코리아에 과징금 제재 대신 자진 시정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애플이 이동통신사와 맺은 부당한 계약을 개선하고 공익을 위해 상생지원기금 등을 마련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에 광고·수리비 전가해 결국 통신요금 상승에 소비자 '최종 피해자'가 됐다.

공정위가 수용한 애플의 자진시정 방안에는 ▲이동통신사들의 부담비용을 줄이고 비용분담을 위한 협의절차를 도입하는 방안 ▲이통사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거래조건 및 경영간섭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 ▲일정금액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해 중소사업자·프로그램 개발자·소비자와의 상생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공정위는 이날 애플의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동의 의결은 조사 대상 사업자가 내놓은 자진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애플의 이동통신사 대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16년 6월이다. 이통사에 단말기 구매와 이익 제공을 강요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2018년 4월에 애플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보낸 뒤에는 3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 등을 심의했다.

애플은 3차 심의 이후인 지난해 6월 자진시정방안을 마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나, 석달 뒤 이를 심의한 공정위는 애플의 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결정을 보류했다.

이에 애플은 안을 다시 제출했고, 공정위는 올해 5월 두번째 심의를 시작한 뒤 추가 보완을 거쳐 지난 17일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공정위는 애플이 애초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제시한 자진시정방안을 미흡하다고 봤고 여러차례 논의를 거쳐 애플이 나름 보완을 했다"며 "5월 말 애플이 보완해 제출한 방안이 들어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통사와 비용분담을 위한 협의절차를 도입하고 불리한 거래 조건과 경영간섭을 줄이는 한편 상생지원기금도 마련하겠다는 애플의 자진시정방안이 '갑질' 문제를 개선하고 공익도 증진할 것으로 봤다.

변화가 빠르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단말기·이동통신시장의 특성과 애플의 자발적인 시정이 불공정한 거래 관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송 국장은 "애플이 이통사를 상대로 한 거래상 지위 남용, 이익제공 강요,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등 위법행위는 계약 개선 등을 통해 구제하게 될 것이고 상생지원기금은 공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에 따라 애플은 한달 안에 구체적인 자진시정방안 잠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를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만약 공정위 심의에서 애플의 안이 최종적으로 인용되면 애플은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과징금은 물론 검찰 고발도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불공정 거래 관계의 빠른 개선과 피해 구제 등 동의의결의 장점을 고려하더라도 동의의결로 이번 사건을 종결하는 것은 애플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유사 사례를 두고 애플에 대한 제재가 이뤄진 바 있다. 2013년 대만 경쟁당국은 애플에 2천만 대만달러(약 8억2천만원) 벌금을 부과했고 프랑스는 애플 관련 사건을 법원에서 다투고 있다.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한국에서는 애플에 대한 위법 여부를 가리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애플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애플은 그동안 어떠한 법률 위반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의 고객과 지역사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송 국장은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이 타당하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이기에 만약 인용되면 법 위반이 있었다거나 없었다는 판단은 결국 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애플의 입장은 그런 제도의 취지를 이야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자진시정방안 잠정안 마련과 공정위 의견 수렴, 심의·의결 과정에서 애플의 자진시정방안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에는 동의의결 절차가 중단되고 다시 제재 심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지위남용 혐의로 심의를 받던 네이버와 다음은 동의의결로 사건을 끝냈으나 2016년 퀄컴은 동의의결 신청이 기각돼 1조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애플이 동의의결 최종 인용을 받기 위해서는 자진시정방안이 '예상되는 과징금 등 시정조치나 그 밖의 제재와 균형을 이루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거래 질서를 회복시키거나 소비자, 다른 사업자를 보호하기에 적절하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판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송 국장은 "'봐주기 논란'이 나올 수 있는데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여 확정할 때까지 판단하는 법적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다"며 "그런 부분을 모두 충족해야 동의의결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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