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승부수',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삼성 최후 반격카드 "검찰 아닌 시민 판단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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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승부수',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삼성 최후 반격카드 "검찰 아닌 시민 판단 받겠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6.03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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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의위, 변호사·교수·언론인 등 외부전문가들로 구성
- 기소 여부, 영장 청구 여부 등 사건 적정성 평가
- 과거 안태근·기아차 노조 사건 심의위 사례...검찰 대부분 수용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대기업 총수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개월 이상 이어진 검찰 수사에 삼성이 최후의 초강수 반격카드 '승부수'를 커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일부 사장급 임원 측은 전날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 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의 신병 처리를 두고 고심 중인 가운데,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 판단해달라는 취지다.

이재용 부회장 측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은 "과연 이 사안이 과연 기소할 만한 사건인지 검찰 말고 시민이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일반 시민들의 경우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우호적인 여론도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등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검찰청 시민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 측의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으로 1년 6개월을 끌어온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과 기소 여부는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검찰이 수사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자체개혁방안으로 도입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소집 신청은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해당 검찰청 시민위원회로 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관련 중국 출장 후 입국하는 장면 [사진 연합뉴스]

삼성이 초강수를 꺼낸 배경에는 18개월 동안 수사한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하거나,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모든 방어 카드를 다 쓰자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 사건의 경우 학계에서도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이며 당시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건은 애초 전 정부 하에서 여러 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 사항인데 정권이 바뀌자 분식회계로 돌변했다”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주장은 회계학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라고 밝혔다.

이미 검찰수사심위가 열려 권고를 내린 사례는 다수 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2018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관련 소방서장, 지휘조사팀장 등의 부실대응 혐의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다. 긴박한 화재 상황 속에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에 대한 업무방해 고소 사건에서 불법파업 혐의로 입건된 노조 간부들에 대해 기소 유예를 권고했다. 불법 파업의 요건을 갖췄지만 불법 파업에 이르게 된 여러 상황이나 피해 규모 등을 모두 살펴야 한다는 이유였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서지현 검사 인사보복 사건 등을 심의도 마찬가지였다. 

수사심의위에서는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기소 의견, 울산경찰 피의사실공표 사건 수사 계속 의견 등이 나왔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 논란 때는 수사단의 소집 요구를 당시 문무일 감찰총장이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법리 검토를 위한 자문단을 꾸리도록 했다.

강제력은 없지만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는 수사심의위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심의위는 변호사, 교수, 언론인 등으로 구성한다.

검찰은 기존 심의 사건에 대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회의 장면 [사진 연합뉴스]

한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5월 26일과 29일 이재용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2차례 소환 조사한 뒤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다.

검찰은 이에 앞서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63)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61)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60)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김태한(63) 삼성바이오 사장 등 과거 삼성 수뇌부와 통합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인데, 이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곧 결정할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두 번의 조사에서 모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오는 4일 정기회의를 예정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여러 행보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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