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 경제 타격 '2분기 어쩌나'...IT대기업, 1분기 선방에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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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19 경제 타격 '2분기 어쩌나'...IT대기업, 1분기 선방에도 '걱정'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5.0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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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3% 감소...코로나19 타격 현실화
- 삼성전자·LG전자, 1분기 반도체와 가전으로 선방했지만...2분기 실적하락 불가피

국내 IT 대기업의 올 1분기 실적이 비교적 양호하게 나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선 “코로나19 타격은 2분기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ㆍLG전자ㆍSK하이닉스 등의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전망치보다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다만 이들은 “2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비대면ㆍ재택근무 등의 확산으로 IT 기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제품들의 소비는 줄어드는 추세다. 때문에 전체적인 실적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세계적 경제 침체는 2분기에 본격화되고, 그 영향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엔 비교적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의 경제 침체가 이어져, 경제적 여파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미국ㆍ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으로 코로나19가 번져 국내 ICT 대기업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했다. 그러나 2분기엔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했다. 그러나 2분기엔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연합뉴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진출한 시장들의 수요가 얼어붙고 있다는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세계 공장들의 ‘셧다운’까지 겹치며 생산에도 타격을 입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3%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9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9.4% 감소치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미국(-13.5%) 중국(-17.9%) 유럽(-12.8%) 등 국내의 주요 수출국 모두에서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반도체(-14.9%)ㆍ디스플레이(-39.1%) 등 국내 IT산업을 이끄는 수출품들도 하락하며, 코로나19의 경제적 악몽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5월 수출 전망치는 역대 최저치인 65.0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4월 주요국들의 동시 록다운(lockdown)에도 수출물량이 예상보다 견조했다는 것은 시차를 두고 5월에 물량이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2분기 수출이 최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반도체로 1분기 버텼지만...2분기 실적하락 불가피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디스플레이, CE(소비자 가전) 비수기와 일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7.6%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서버와 PC용 부품 수요 증가 등으로 5.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조99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는 3.2% 감소했으나 전 분기보다는 15.7% 증가했다. 코로나19에도 반도체의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기록하며, 전체적인 실적 하락을 만회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측은 "전분기 대비 메모리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와 동일한 요인의 영향으로 7000억원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선 제품믹스 개선과 중소형 OLED 고객 다변화 지속 등으로 2000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실적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삼성전자 실적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에 대해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비록 세트 출하 부진ㆍLCD 및 OLED 수익성 훼손ㆍ하만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지만, 견조한 메모리 출하ㆍIM 비용관리 및 선행출하ㆍ가전사업 체질 개선이 부정적 영향을 상당 부분 만회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2분기 실적에 대해선 “영업이익은 5조8000억원으로 QoQ 9.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모바일 위주로 가시화되며 현재 시장은 업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경제적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언제까지 지속할지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2분기에 세트 사업이 부진할 것이고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가전 시장의 침체는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엔 코로나19의 영향이 미비했던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2분기엔 얼어붙은 수요의 타격이 나타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세계 최대 생활가전 시장인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 업체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전년 동기 대비 1% 포인트 높은 20.9%를 차지하며, 16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삼성전자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등 주요 가전제품이 나란히 1분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세탁기는 1분기 점유율 21%로 7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서 1위. [사진 삼성전자]<br>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사진은 1위에 오른 품목의 주요 제품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1분기에 소비자 가전(CE) 부문은 매출 10조3000억원, 영업이익 45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가 가전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요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며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2분기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도 “2분기 TV 시장은 시장 상황 악화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연기로 인해 전년 대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트 사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과 매장 폐쇄,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판매량과 실적이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4분기 매출액은 1분기 대비 25.0% 감소한 41조 4910원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분기 대비 9.4% 감소한 5조844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사업부 매출액은 1·4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고, 특히 모바일이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ㆍ가전 등 주요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반도체 분야에선 코로나19의 영향이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컴퓨터(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평균 3.29달러로 전달 31일(2.94달러) 대비 11.9% 올랐다. 상승 폭도 10%대로 2017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은 올해 4개월 연속 상승세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최근 중국 공장 가동률이 회복하며 PC D램 소비가 크게 늘었다"며 관련 주문량 급증이 2분기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PC 수요가 증가하고, 영상 콘텐츠 수요가 높아져 서버 증설 등이 많아진 점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D램 모듈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D램 모듈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D램 재고량은 2분기에 정상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는 이미 지난해 말 재고량이 정상 수준에 도달했고, 지금까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며 "몇분기간 서버 고객사 재고 확보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지난 2018년 말 같은 큰 폭의 가격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관련해선 "각 국가의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경제 성장으로 서버수요 증가해 하반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하반기 낸드 시장 수급 상황은 우호적일 것"이라며 "서버 수요 증가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메모리 성장 이끌 구조적인 성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가전 사업으로 1분기 버텼지만..."2분기 대안 없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역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기록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가전 사업의 호조가 실적을 이끌었다.

LG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4조7278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1.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8% 증가한 1조86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7.4%다.

LG전자의 가전사업을 맡은 H&A사업본부는 매출액 5조480억 원, 영업이익 7535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분기 매출은 5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3.9%다.

LG전자 측은 “매출액은 건강과 위생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시장에서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의 판매 호조가 이어졌다”면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매출이 줄며 전년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TV 등을 맡은 HE사업본부는 매출액 2조9707억원, 영업이익 3258억 원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4.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1.7% 증가했다.

LG전자 프리미엄 시그니처 가전
LG전자 프리미엄 시그니처 가전. [LG전자 제공]

LG전자의 1분기 실적은 세계 가전 시장을 주도했던 ‘월풀’보다 양호한 수치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에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매출에서는 세계 1위를 지켜온 월풀에 뒤처져 있었다.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은 물론 매출까지 월풀을 제치게 됐다.

월풀은 올해 1분기 매출 43억2500만달러(약 5조2938억원), 영업이익 2억6000만달러(3182억원), 영업이익률 6.0%를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1%, 영업이익이 1.1% 감소했다. LG전자는 매출에서 월풀을 올 1분기 1242억원 차이로 제쳤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월풀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격차가 컸다.

1분기에 가전사업의 호황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만회했지만, 2분기는 이번과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전자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의 흑자 전환 시점도 내년도로 예상된다. 2분기에 기대할 사업 분야가 가전밖에 없는데, 이 분야의 세계적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G전자의 1분기 실적을 “가전과 TV의 선전이 돋보이는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마케팅 비용이 보수적으로 집행된 가운데, 스타일러·식기세척기·공기청정기 등이 위생 가전으로 인식되며 판매 호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2분기 실적에 대해선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북미·유럽 내 수출 부진과 국내 TV 부문의 부진으로 인해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며 “LG전자 매출의 40%가 코로나19가 심각한 북미·유럽 지역이기 때문이다. TV·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은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동 제약이 존재하는 한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LG전자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22.3%, 76.6% 감소한 12조1000억원, 230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 연구원은 “LG전자의 주가는 현재 저평가됐지만, 모멘텀이 부재하기에 선호도가 떨어진다”라며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실적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LG전자 실적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LG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연초 당시에는 에어컨 성수기와 스포츠 이벤트 효과를 기대했던 분기였는데,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이 불가피하다”며 “인구이동 제한과 매장폐쇄 등의 영향으로 IT세트인 가전, TV, 스마트폰 모두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LG전자 입장에서 양호한 실적이 달성 가능한 2분기에 코로나19 영향이 극대화되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분기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2분기 매출과 수익성도 전분기, 전년동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은 수요침체가 이어지며 가전업체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H&A사업본부는 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며 온라인 판매 확대 등 추가 매출의 기회를 확보하고 자원투입 최적화 및 원가 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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