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등한시 하는 기업은 한 방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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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등한시 하는 기업은 한 방에 간다.”
  • 정우택
  • 승인 2011.08.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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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당연

“환경경영을 하지 않으면 기업은 한 방에 갈 수도 있다.”

사회 책임투자 (SRI) 전문가인 서스틴베스트(www.sustinvest.com)의 류영재 대표는 “영국의 오일 메이저 BP가 걸프만에서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켰을 때 시가총액이 하루에 100조원이 빠진 것처럼 어떤 기업이든 환경을 등한시 하면 한 방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녹색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연기금 등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하고 “기금이 기업에 투자할 때는 재무적 요소 이외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 (ESG)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SRI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회 책임투자 전문가 류영재 대표. 류 대표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재무적 성과 외에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RI란 기업의 환경, 인권, 사회, 노동,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 보고 투자하는 단순한 주식투자와는 개념이 다르다. 단순 주식투자가 나무의 열매만 본다면 SRI는 열매 외에 나무의 뿌리와 줄기, 잎과 나무가 서있는 땅까지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다.

류 대표는 “재벌들이 상속을 편법으로 하는 것은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펀드들이 이런 것을 보고도 방치하면 ‘선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이런 행위가 말이 안 된다. 임원들이 이를 알고도 넘어갔거나 회사에 피해를 입히면 배임죄에 해당해 천문학적인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눈을 똑바로 뜨고 감시한다.”고 말했다.

녹색경제는 폭우로 서울이 물바다가 됐던 지난주 류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아내로부터 “사회 책임투자 얘기만 하지 말고 가족을 먼저 책임지라.” 소리를 듣는다는 류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게재한다.

      중장기 투자자는 반드시 ESG 고려해야

 - SRI 전문가로 알려졌는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증권사에 14년 근무 후 영국에 유학하면서 사회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영국이 연금법을 고쳐 연금투자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때 “아,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하고 SRI로 유명한 애시리지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했다. 귀국해서 금융권 사람들을 만나면 SRI 컨설팅 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답은 냉담 했다. 지금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 탄소효율 인덱스를 발표했는데 의미는 무엇인가?
△ 기업의 탄소강도 (Carbon Intensity)를 분석해 수치화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말한다. 일정 매출을 올리는 데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이산화탄소를 100t 배출하는 기업과 50t 배출하는 기업이 있을 때 후자가 더 효율적이다.

- 실제 조사에서 탄소 강도는 어떻게 나타났나?
△ 전력 시멘트 철강 운송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탄소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O2 배출량이 많다는 뜻이다. 탄소강도 톱 10은 한국전력,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KISCO홀딩스, 아세아시멘트, POSCO, 조선내화, 삼광유리, 대한항공의 순이었다. 산업의 특성상 탄소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줄여나가야 한다.

-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IMF이후 기업가치가 안 좋은 기업은 망했다. 삼성처럼 기업가치가 좋은 곳은 IMF보다 더 큰 시련이 있어도 다시 상승한다. 앞으로는 ESG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영국의 올일 메이저 BP는 걸프만 오일 유출로 회사가 망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시가총액이 하루에 100조원이 빠지기도 했다. 환경사고는 기업을 한 방에 가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ESG는 어떻게 확대 발전해 가나?
사회적 책임투자는 ESG 관점에서 비재무적인 것을 본다. 한국은 이제 초기 단계다. 영국이나 미국은 SRI가 정착된 지 오래됐다. SRI운동은 영국이 20C 초에, 미국은 1930~40년대 에 일기 시작됐다. 한국은 이들 국가에 비해 출발이 늦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ESG가 투자의 중요한 기준이 될 날이 이미 왔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환경분석은 어떻게 하나?
△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친환경 경영을 한다고 하지만 홍보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실제는 환경경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700가지의 환경영향 물질을 발생시킨다. 화학물질, 독성물질, 폐수 등... 환경영향 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게 바로 친환경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적정한 공시시스템이 필요하다. 온실가스를 100t 배출하고 50t 배출했다고 하면 알 수가 없다. 환경공시는 기업의 양심이 매우 주요하다. 471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검증받아야 한다.

- 투자자들은 기업이 환경관련 자료를 내봐도 알기 힘들지 않은가?
△ 그렇다. 자료만 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공개된 자료를 잘 분석해 투자자들이 이해하고 활용하기 쉽게 가공해야 한다. 통역 전달 기능을 잘 해야 환경분석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서스틴베스트 같은 기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분석역량이 부족한 편이다. 분석역량을 확충하고, 키우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화된 자산운용사 만들겠다

 - 기업의 환경경영을 유도하려면 책임 투자자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 먼저 기관투자가들이 녹색소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 단계를 넘어 ‘의식이 필요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투자자들은 녹색기업에 투자해 돈 벌자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유럽은 ‘그린컨슈머몰’이 아주 발달해 있다. 친환경 인식이 대단하다. 우리나라와 너무 거리가 멀다. 부럽기 까지 하다.

- SRI 펀드는 규모가 얼마나 되나?
△ SRI 펀드는 양적, 질적으로 성장성이 매우 크다. 2006년 SRI펀드는 거의 제로상태 였다. 당시 업계는 SRI를 이상하게 봤다. 허황된 것, 뜬구름 잡는 것이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4.5조 정도로 성장했다. 서스틴베스트는 1.2조원의 SRI 펀드를 자문하고 있다. 국민연금 350조원 가운데 1% 정도인 3조가 SRI 펀드라고 보면 된다. 외국은 연기금의 100% 가까이를 SRI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도 연기금의 SRI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 서스틴베스트의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
△ 기업과 투자가 중간에서 매개체 역할을 한다. 기업의 환경경영 성과와 영향 등을 분석해서 정보를 투자자들에 제공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투자자를 설득해 인덱스 펀드 등을 만드는 것이다. 일종의 사모펀드다. 지금 연구 중이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면 특화된 자산운용사 만들 계획이다. 친환경 경영은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자산운용사를 만들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 투자자들은 당장 수익을 내야 하는 데 ESG에 기초한 SRI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

 
△ 시간이 걸리는 것은 맞다. 이를 위해 투자자를 설득이 중요하다. 장기 연기금 펀드를 설득해 투자자의 힘을 모아야 한다. 투자자의 힘이 커지면 기업경영이 강화되고 다음에는 이익을 향유하게 된다. 3년 전에 빅 히트를 친 제품이 있다. LG화학의 2차 전지, OCI의 태양광이 그것이다. 연기금이나 펀드가 이런데 투자했다면 큰 이익을 봤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성질이 급하다. 단타만 즐기다보니 녹색의 의미를 잘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어떻게 해야 좋은가?
△ 투자자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다. 이는 상법상의 주주의 당연한 권리다. 배당과 유무상 증자 뿐 아니라 정관변경, 급여, 주주제안, 경영진 해임 등은 법에 명시된 주주의 권리다. 지금까지는 투자성향이 단기투자 중심이어서 (길어야 3개월) 주주권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이제는 연기금과 장기 투자자들은 주주권 행사가 꼭 필요하다.

- 사회적 책임투자 전문가의 입장에서 재벌의 대물림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 재벌들이 상속을 편법으로 하는 것은 부를 대물림 하기 위한 것이다. 대물림은 결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펀드들이 이런 것을 보고 방치하면 ‘선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런 행위가 말이 안 된다. 임원들이 이를 알고도 넘어갔거나 회사에 피해를 입히면 배임죄에 해당된다. 천문학적인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눈을 똑바로 뜨고 감시한다. 장기 투자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연기금이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야 한다.

- SRI 전문가라는 특이한 이름을 얻었는데 주변에서는 뭐라고 하나?
△ 아내는 “사회 책임투자보다 가족을 먼저 책임지라.”고 한다. SRI 공부한다며 가족을 잘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듣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서스틴베스트가 하는 일은 아직은 생소하게 들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 사회적 책임투자가 정착되면 기업의 가치도 올라가고, 투자자는 수익을 더 올린다.

정우택 편집국장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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