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정제마진 행진… 정유업계 돌파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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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정제마진 행진… 정유업계 돌파구가 없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3.31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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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8년 만에 최저치, 1분기 정유업계 1조 원 이상 예상
코로나19 불확실성 탓 2분기 정제마진 회복도 장담 어려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체질 개선 필요… 저유황유 시장 그래도 기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육상 유전.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육상 유전.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폭락세를 지속하면서 18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20달러 아래로까지 하락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불확실성으로 정유업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가 2분기 회복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쉽지 않다.

31일 정유업계 자료를 보면 3월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1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배럴당 -1.9달러에 이어 2주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정유를 생산해 팔더라도 이익이 되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대표적 수익지표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 비용과 수송비 등을 뺀 금액이다. 정유업계에서는 보통 배럴당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데, 올 1분기 동안 손익분기점인 4달러 이상을 기록한 주는 한 번뿐이다.

국제유가를 둘러싼 산유국 간 치킨게임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4월 증산을 공언했던 사우디가 5월 증산 계획까지 밝혔다. 국제유가의 어느 선에서 최저치를 찍을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날 WTI는 전 거래일보다 6.6%(1.42달러) 떨어진 배럴당 20.09달러에 장을 마쳤는데, 시장에서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당장 정유업계의 1분기 실적은 목표치를 밑돌 수밖에 없게 됐다. 증권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영업적자가 1조 원, 에쓰-오일(S-OIL)의 영업적자는 5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업계의 영업적자가 -1조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정유사업부의 래깅마진 손실과 재고평가손실 모두 극대화한 데다 복합정제마진도 지난 분기보다 하락해 사실상 사면초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래깅마진은 직전 달 유가를 반영한 마진으로 원재료를 사 국내로 들여오는 데 보통 1~2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반영한 수치다. 정유업계로서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과 래깅마진 손실을 둘 다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정유업계는 가동률을 낮추면서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달부터 가동률을 100%에서 10~15%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도 가동률을 약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현재 정상 가동 중인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하락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면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정유사로서는 지난해 투자한 고부가가치 상품에서 돌파구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올해부터 실시된 선박유 황함량 규제(IMO2020)에 대응해 마련했던 저유황유 시설도 예상만큼의 효과는 아니어도 긍정 요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판매한 현대오일뱅크의 저유황 선박유 판매가 잘 이뤄지는 상황에서 SK에너지도 1조 원을 투자한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중국과 인도, 중동 등에서 정제능력이 향상되면서 정유업계를 둘러싼 상황 자체가 안 좋은 측면도 있다”면서 “정유업계가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에 나서 체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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