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수요 감소 ‘이중고… 정유업계 1분기 실적 ‘먹구름’
상태바
유가 하락·수요 감소 ‘이중고… 정유업계 1분기 실적 ‘먹구름’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3.23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고평가손실 예상… 1분기 실적 악화 피하기 어려워
유가 하락 따른 2분기 상승 요인 있어도… 수요 감소 감당 못헤
국내 정유사 유조차. [사진=연합뉴스]
국내 정유사 유조차.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폭락세로 재고평가손실로 인한 1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원재료비 하락 요인이 있긴 한데 코로나19(COVID-19)로 항공·선박유 등 소비 감소 흐름이 길어지면서 2분기 실적 상승 역시 자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23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을 보면 지난 20일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79달러 하락한 22.43달러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11.6% 이상 하락한 수치다. 국제유가의 하락 흐름은 이달 내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실패 이후 41.28달러이던 WTI 가격은 절반 가까이 빠졌다. 10달러 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어진다.

정유업계로서는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가 하락 국면에서는 정유사가 이미 사놓은 원유의 가격이 낮게 평가돼 분기 말 손실로 반영된다. 원유가 한국에 도착하기까지는 3주 이상 걸리게 되는데, 그 원유가 미처 도착하기 전에 가격이 하락하는 측면도 있다. 수입부터 정제까지 1~2달 가량이 걸리는 특성상 정제 중인 제품 가격 하락도 따져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제마진을 살펴보면 손익분기점에 미달하는 수치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유가도 1분기에 대폭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1분기는 많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 국면 반영이 기대되는 2분기에도 정유업계도 회복을 자신하기 어렵다. 현재 코로나19로 수요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정제마진도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배럴당 마이너스 2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재고평가손실 부담에 ‘역마진’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정제마진의 하락은 글로벌 수요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유럽과 미국의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휘발유 마진이 크게 떨어졌고, 국가 간 이동 수요가 하락하면서 등유(항공유) 마진 하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가 최근 90% 이상의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을 정도로 수요 감소가 심각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수요 감소가 대전환이 없는 한 해결되기 어려울 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올해 내내 수요가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상황이 반복될 걸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정제마진 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에서 오는 지금의 위기 국면이 최악까지 온 게 아니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은 다음 달에나 시작될 전망이다.

유 교수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선언만 해도 국제유가가 이렇게 떨어진 상황에서 증산을 시작하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유 공급은 느는 데다 세계 각국 정유시설도 늘어난 상황에 수요 감소가 겹쳐 전망이 어둡다”고 분석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