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전쟁' 멈출까… 트럼프 개입으로 '수 싸움' 복잡해져
상태바
'석유 전쟁' 멈출까… 트럼프 개입으로 '수 싸움' 복잡해져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4.03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 “사우디와 러시아가 1000만~1500만 배럴 감산하길 희망”
유가 상승 신호 곳곳에서 나와… 정치적 상황도 안정화 요인
1000만 배럴 감산 사우디·러시아만으론 불가… 미국 참여가 관건
셰일 오일 시추 현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셰일 오일 시추 현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제유가가 폭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실패로 ‘석유 전쟁’이 펼쳐진 지 한 달 만에 새로운 국면이 나타났다. 상황을 급반전시킨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이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유가가 급반등했다. 1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던 국제유가가 더 큰 불확실성을 만났다.

2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20% 이상 폭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67% 오른 25.3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기준유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5.20달러, 21.02% 상승한 배럴당 29.9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가 폭등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사우디의 내 친구 MBS(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했다”며 “그들이 약 1000만 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고 말한 영향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산 규모가 1500만 배럴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한 달 폭락을 지속하고 있었다. 지난달 6일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증산 경쟁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4월 증산 계획에 이어 5월까지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말하면서 유가 하락이 지속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WTI 기준 3월 초 배럴당 40달러 중반이던 유가는 2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와 러시아 감산 합의 발언 말고도 최근 유가 반등에 긍정적 소식들이 나오면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저유가 국면에서 전략 비축유 확대에 나서는 데다 러시아는 증산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재정균형유가가 48달러, 83달러로 현재 유가를 장기 용인하기 어렵고, 미국 석유개발(E&P) 업체들의 파산이 발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개입이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며 “감산에 합의할 경우 WTI 기준 배럴당 40달러까지 빠른 유가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상황도 유가 안정화를 위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을 위해서는 11월로 예정된 대선 전 어떤 방식으로든 유가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2024년 임기를 마친 뒤에도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이 담긴 개헌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예측된 대로 유가가 오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했다고 밝힌 감산 규모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가 말한 1000만~1500만 배럴 규모를 일일 생산량으로 보면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의 10~15% 수준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일일 생산량으로 따져보면 절반 정도 규모로 이렇게 많은 양의 감산이 가능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수준인 미국 원유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제안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하루 1000만~1500만 배럴의 감산을 위해서는 미국의 감산도 필수적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 경쟁 심화의 핵심 국가는 2019년 이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이라며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에너지업체 CEO들과 미팅을 하고, 사우디로 특별 외교 사절을 보내기로 한 계획 등이 티핑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나설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이 사실이 될지, 미국 감산도 이어질지, 미국의 사우디 외교 사절이 성과를 거둘지. 여러 변수가 한꺼번에 불거지고 있다. 석유 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면서 각국의 '수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