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방위비 협상 논란...9000명 한국인 직원만 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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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방위비 협상 논란...9000명 한국인 직원만 볼모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3.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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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4500여명 무급휴직 가시화...책임소재는 '핑퐁'만
▲ 25일 최응식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위원장인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삭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한국노총 제공)
▲ 25일 최응식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위원장인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삭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한국노총 제공)

 

한미 양국이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당장 4월 1일부터 주한미군 주둔지 내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계가 답답해졌다.

한국노총 외기노련 주한미군한국인노조(위원장 최응식)는 25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위비분담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을 진행했다.

앞서 언급처럼 주한미군사령부가 통보한 시일은 오는 4월 1일부터다.

약 4500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이 강제된다.

한미 양국은 이번 11차 협정 체결을 위해 8차례의 회의를 가졌는데, 관건은 분담금의 액수다.

미국은 당초 50억달러의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한 바 있다.

교섭 과정에서 요구액은 40억달러(약 5조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작년 1조389억원보다 대폭 인상된 규모다.

협상이 난항에 부딪치며 한국 대표단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을 방지하고자 인건비 문제만 우선 타결을 시도했다.

주한미군이 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지급한 후 추후 협상 타결 뒤 이를 보전하는 방식과 인건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교환각서를 체결해 국방부가 확보한 방위비분담금 예산에서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측은 이를 거절했다.

최응식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위원장은 "양국 간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로 삼아선 안 된다"며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마다 반복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앞으로 협상에서는 인건비 지원 부문의 제약이 제외돼야 하며, 70년간 불합리한 SOFA 노무관리 조항도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반복되는 해묵은 난제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에게 필요한 비용은 양국이 분담하고 있다.

본래는 주둔지의 토지와 시설의 무상 공여, 각종 세금이나 공공요금의 감면 혜택 정도만 주어졌는데, 지난 1991년부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피해갈 수 있는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가 등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 이후 미군의 주둔비용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현재 우리 정부가 보조하는 방위비분담금은 크게 인건비, 군사건설비, 연합방위력증강사업, 군수지원 등 4개 항목에 쓰이게 된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는 주한미군 주둔지 내 시설관리 및 여타 용역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로 약 9000여명 규모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해당 이슈를 주관해서 끌고 갈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외교부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양국 협정 체결 이후에는 국회의 비준을 거쳐 국방부가 이행약정을 체결하고 분담금을 집행한다.

무엇보다도 주한미군과 가장 밀접하게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정부부처는 국방부다.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의 인건비 항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해당 명목은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조건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인건비 지원 항목은 전체 방위비분담금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작년 기준으로도 천문학적 금액이다.

이 금액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그동안에는 약 70%를 지원하도록 했다.

작년 협상에서 비율은 88%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폭 인상된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임금상한정책, 이른바 페이캡(Pay Cap)으로 묶여 있다.

해외 주둔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해당국 노동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일종의 임금상한 가이드라인이다.

임금인상률이 당해년도 미 연방 공무원과 해당국 공무원의 임금인상률 중 높은 쪽의 임금인상률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지난 1997년부터 미국 정부가 의회법의 국방비 예산법 조문에 의거해 적용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한미 공무원들의 임금이 동결되면 별 수 없이 임금동결을 감수해야 하는 꼴이다.

노조의 입장에선 "그 많은 분담금을 다 어디다 썼냐"고 불만이 나올만 하다.

아쉬운 현실은 주둔군의 지출과 결산이 뚜렷하고 투명하게 정리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급한 불은 임금과 관련한 부분이지만 따지고 들어가자면 문제거리가 많다.

SOFA 협정에 따라 주한미군과 이들을 위한 미 정부와의 계약이행을 위해 미 법률에 따라 조직된 법인 등이 이들 한국인 노동자들의 고용주다.

SOFA 조항에 따르면 군사상 필요에 반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고용조건이나 보상, 노동관계는 국내 노동법령의 제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앞서 언급한 방위비분담금협정과 SOFA 조항이 부딪치고 있는 것.

또한 노무관계에 대한 조항 역시 한국의 노동법에 '우선'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기 때문에 교섭 파트너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한미 양국 모두 복마전이다.

주한미군사령부는 군 조직의 특성 상 상급부대인 아시아태평양사령부, 미 국무성 등으로 책임을 넘기며 권한 밖의 사안이라고 일관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미온적이긴 마찬가지다.

외교부와 국방부, 고용노동부가 각자 책임을 떠넘기며 탁구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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